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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ㅣ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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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이름을 얻고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의 무게를. / p.51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도 인상 깊게 남은 영화 중 하나가 'HER'이라는 작품이다. 이전에 SF 소설을 리뷰할 때에도 언급했던 적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종종 이 작품에 대한 주제를 던지기도 한다. 과연 인간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SF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소재이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영화로 보았을 때에도, 그리고 작품으로나마 접했을 때에도 놀라면서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과연 진실된 사랑일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다면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인간이 가지는 사랑의 감정은 이미 경험했기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진실일까.
이 책은 김규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내용 하나 모르고 고르게 된 책이다. 뭔가 모를 호기심이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새로운 작가님들의 작품에 크게 거부감이나 불호가 아니기에 신선함이 기대가 되었다. 물론, 자주 인터넷 서점 사이트로 출판사 서평이나 줄거리를 읽지만 그래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이라는 인물의 사람이다. 인간의 형체를 띈 안드로이드 회사 샴하트의 수장이다. 과거에는 인공지능과 거리가 먼 전공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샴하트는 의뢰인들의 요청을 받아 세상을 떠난 인물의 모습을 띈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고 또 판매하는 회사이다.
제이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았다. 처음에는 그런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제이가 가지고 있는 상처나 결핍은 그런 과거의 일들로부터 생긴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안드로이드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도 안드로이드를 옆에 두지 않는다. 그러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벌어진 돌발 상황으로 인해 큔이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던 제이는 점점 큔에게 마음이 가고, 이를 혼란스러워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부분은 큔과 제이의 유대감이다. 처음에 제이는 큔을 믿지 못하고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지만 큔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이를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 보면 신경이 쓰이는 법이기에 제이는 자신도 모르게 큔에게 감정이 갔는데 이게 의문으로 남았다. 자신이 안드로이드 어머니를 통해 유대감을 느꼈음에도 그에 못지 않은 상처로 큔을 믿지 못하는 모습은 흥미롭게 보였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보다 서로에게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 마음에 묘했다.
읽으면서 영화 'HER'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강하게 느꼈다. 가장 크게 다가온 느낌은 충격이었고, 다음에는 공감, 마지막에는 여운이 남았다. 마치 제이처럼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제이의 혼란스러운 감정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니 뭔가 미묘한 여운이 잔잔하게 깔렸다. 어느 순간도 책을 놓치기 싫을 정도로 푹 빠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