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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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나를 발견해 준 것이다. / p.87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오가와 이토의 두 번째로 읽게 되는 책이다. 사실 전에 읽었던 장편소설이 어둡게 느껴졌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호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오가와 이토의 작품들이 종종 눈에 보였기에 고르게 되었다. 거기에 성장 소설이라는 점은 기대를 주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류라는 인물의 한 남자이다.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류. 이렇게 네 명이 가족인 듯한데 한적한 호카타라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곳에는 음식 솜씨가 좋으신 기쿠 할머니와 자상한 스바루 아저씨가 계시고, 우연히 만나게 된 바다라는 이름의 강아지까지 류에게는 그야말로 평안을 주는 동네이다. 거기다 류는 매년 여름마다 놀러 오는 릴리라는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중이다.

릴리는 류의 누나와 같은 학년의 친구이기는 하지만 류보다 겨우 몇 달 빠른 동갑 친구이다. 처음에는 보통의 친구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류는 릴리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꼈고, 어린 나이에 두 사람은 뽀뽀를 하는 등 친구 이상 연인 이하 관계를 유지하는 듯하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정서적인 거리가 가까워졌고, 연애를 하게 된다. 류의 시점으로 흐르지만 류와 릴리와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전에 읽었던 작품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남았다. 사실 크게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었지만 너무 일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이다. 릴리의 가정사나 류가 대학 시절 만난 친구의 경우에는 조금 독특한 케이스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 등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물론,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특성상 조금 거리감이 있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성장 소설이라는 점보다는 연애 소설처럼 느껴졌는데 릴리와 류의 사랑 이야기가 부각이 된 듯했다. 류가 느꼈던 감정부터 첫 뽀뽀, 더 나아가 첫 경험까지 풋풋한 설렘을 주었다. 특히, 류가 릴리와 있을 때 느꼈을 그 묘한 느낌은 책을 덮은 다음에도 꽤 오랫동안 남았다. 류가 가장 크게 성장한 지점은 사랑을 통한 성숙함이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와의 이별은 참 마음 아프게 남았다. 사실 갑자기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과거 키우던 강아지와의 일들이 스치고 지나가 더욱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었다. 그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책감으로 남은 부분 중 하나인데 류가 성인이 되어서도 바다를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더욱 생생하게 남았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았다는 부분이 좋았다. 그러나 결말을 끌어내고자 하는 장치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성적인 측면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아마 서두에 언급했던 거리감이었다. 그것을 제쳐두고 본다면 류가 겪어온 성장이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어서 그게 참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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