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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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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는 그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 p.79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 또는 평생을 같이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곳을 떠나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그 나라 자체가 우리의 천국이나 우리의 세계처럼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의 간섭조차도 받지 않는 나라에서 온전히 우리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살고 싶었다.
이 책은 슈카와 미나토의 장편소설이다. 두 고양이가 서로를 껴안고 우주를 바라보는 듯한 표지가 참 아름답게 느껴져서 선택한 책이다. 휴대 전화 배경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기에 자연스럽게 소설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소설의 내용보다는 표지의 느낌만 보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루리라는 인물이다. 파견업체를 통해 콜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스물일곱 살의 여성으로 그동안 혼자 살아갔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만났던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자료를 받고 이별했다. 아무래도 혈혈단신 혼자 살아가는 루리는 무엇보다 돈에 집착을 하고 있는 인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 쥐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구레 아저씨 밑에서 성매매를 해왔다. 심지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했는데 자신의 성을 팔아 넘기는 구레 아저씨가 좋다고 말한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던 루리가 물건을 훔치는 쥐라를 보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먼저 그렇게 남을 호의적으로 돕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쥐라의 물건을 대신 결제해 주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이후 쥐라와 루리는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쥐라가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느 날, 구레 아저씨의 차에 타고 있는 쥐라를 보게 되었고, 이를 구하고자 했던 행동이 큰 사건을 일으킨다.
소설의 내용은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지만 생각했던 소재와는 달라서 당황스러움을 남겼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처한 현실과 상황 자체들이 주변에서 흔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볼 수 없는 것 또한 아니었기에 사회와 비교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장르가 참 다양하게 결합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이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측면이다. 퀴어 소재에 크게 거부감이 없고, 최근에 읽었던 작품 역시도 일본 작가의 퀴어 로맨스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 지점을 예상하지 않았던 스토리였기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알고 읽었더라면 두 사람의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당황스러움과 별개로 어떻게 보면 공통 분모가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게 될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차가운 벌판에 따뜻한 두 사람의 체온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측면이다. 이 부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서 읽었는데 장애인의 성 착취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가장 와닿았다. 아무래도 직업의 특성상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쥐라의 경우에는 약간 지능이 부족한 지적 장애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사 표현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장애인에게 성 착취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제처럼 와닿았다.
또한, 루리는 파견업체의 노동자로서 일정한 직장이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이 비정규직의 현실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을 다루었다면 루리는 조금 더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며칠 직장에 나가고 아무렇지 않게 잘리는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혼자 살고 있는 루리가 돈에 집착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던 작품이었다. 결말은 그 당황스러움보다 배로 놀라울 정도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름의 반전까지 읽었더니 더욱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순수한 두 사람의 사랑이 와닿았고, 지나치게 차갑고도 냉정한 현실이 서늘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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