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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평점 :

버린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 같아. / p.26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이다. 취향에 너무 잘 맞는 작품을 보면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의 수식어를 마음속으로 주는 편인데 추리 스릴러 장르에서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 그렇다. 벌써 세 번째 작품인데 이전에 읽었던 두 편의 이야기도 너무나 취향이었다. 사회파 미스터리 하면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적히는 작가이기에 신작도 기대하게 읽게 되었다.
소설은 두 가족 사이의 일을 다룬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호카리 가족과 왕따 주동자로 낙인이 찍힌 아야 가족이다. 호카리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는데 딸이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딸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로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괴롭힘을 받았다. 이를 알게 된 호카리와 아내는 주동자인 아야를 단호하게 처벌할 것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만 한다. 그렇게 속을 태우던 호카리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아야가 살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답답함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던 작품이었다. 과연 아야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왕따의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펼쳤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와닿았다. 이는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정작 읽는 내내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하나의 마음으로만 정착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역지사지"의 생각이다. 소설에서 호카리의 직업은 중학교 교사이다. 호카리가 맡고 있는 반 학생이 괴롭힘 의혹을 언급하지만 호카리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딸이 겪었던 일에 대해 반응하는 담임 선생님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 없었다. 아버지와 직업인 사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 놓고 보면 과연 호카리가 딸의 괴롭힘 사건에 화를 낼 자격이 있을까. 물음을 던지고 싶다.
두 번째는 "2차 가해"에 대한 생각이다. 초반에 괴롭힘 사건에서 네티즌들은 아야 가족에 대한 신상을 털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언론들은 아야 가족의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무리한 보도를 하고자 한다. 반면, 아야가 살해되자 이에 대한 이유를 호카리 가족에게 돌리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정확하게 가해자가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말과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결말을 보니 그동안 추측했던 것이 달라졌다. 이 지점에서 추리 스릴러 장르로서 재미를 다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나름의 힌트를 눈으로 보았음에도 이를 별생각도 없이 넘어갔던 스스로의 부주의함도 반성하게 되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독서인으로서의 느낌이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던 독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