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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보니 키스틀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 / p.20
예전에 살던 집은 그래도 고층이었지만 꽤 오랜 시간을 저층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승강기는 조금 답답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혼자 있으면 그나마 문제가 안 되겠지만 공동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 상황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럴 때마다 답답함은 더욱 배가 된다. 공동 주택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았던 사람이지만 승강기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보니 키스틀러의 장편소설이다. SNS에서 리뷰를 자주 보았던 책이었는데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긴장감과 몰입도가 좋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터라 더운 여름에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셰이라는 인물이다. 패션 회사 법무팀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하나의 사건이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꾸게 된다. 어느 날,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다른 팀의 상사가 같이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정전이 되더니 어디에선가 소리가 들렸고, 구조 요청을 하고 알게 된 사실은 상사가 총을 맞고 죽어 있다는 것이었다. 엘레베이터에서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이자 생존자였다.
셰이는 상사가 스스로 자살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셰이를 감시하고 조사하면서 살해했다는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배럿 잉그럼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는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고문인데 반대로 셰이가 상사를 살인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셰이와 배럿, 또다른 인물인 마크 사이에서 이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면서 읽게 되었다.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누가 봐도 셰이 쪽에서 불리한 게임이기에 처음에는 경찰의 입장에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자살이라고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의 행동을 보면 납득이 가능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배럿이 등장하면서 셰이의 입장 또한 이해가 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검사나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이 책은 유독 다른 결의 느낌으로 와닿았다. 단순하게 법조인의 이야기를 다룬다기보다는 배럿이라는 인물을 통해 기업 내의 비리나 비밀들이 펼쳐진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사회와 맞닿아 있는 주제처럼 보였다. 그 지점에서 셰이가 어느 하나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나 하는 연민이 들었다. 물론, 큰 틀로 놓고 보면 서로 밟고 올라가 더 유리한 지점으로 올라가겠다는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 게임이겠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셰이의 편에 서서 읽었다.
스릴러라는 장르와 인간의 권력욕이라는 심리를 너무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변호사의 세계를 그렇게까지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작품을 읽으면서 대리 경험을 한 듯했다. 이들이 이야기가 변호사들의 모든 것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실제로 변호사로서의 이력을 지닌 작가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져서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