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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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계획대로 될 줄만 알았다. / p.30

이 책은 최난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힐링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 독자 중 한 명으로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사실 도서관, 편의점, 세탁소 등 주변의 다양한 공간들이 등장하지만 서점만큼이나 힐링을 주었던 곳이 카페이기 때문에 눈길이 갔던 것도 있다. 줄거리보다는 위안을 찾고자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류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한연주 주무관과 카페 네버랜드를 이끌고 있는 네 명의 할아버지이다. 우선, 한연주 주무관은 참 똑부러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별명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찔피노이며, 공무원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미류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제안한 공모사업이 덜컥 선정이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통 면접으로 카페 네버랜드에 근무할 직원들을 뽑아야 했지만 전직 선생님이었던 이석재, 마흔아홉 번 취업했지만 그만큼 해고를 당한 신기복, 시인으로 활동했던 백준섭, 과거 흥신소에서 이름 날렸던 오만영까지 어영부영 동네에 있는 어르신 네 명이 일을 하게 된다. 귀가 어둡고, 커피 내리는 법조차 모르고, 완전 제멋대로인 이 네 명의 할아버지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노인의 사회활동에 대한 부분을 생각했다. 그동안 작품들에서는 키오스크에서 망설이고 있거나 휴대 전화를 다루지 못하는 등 변화된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의 모습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체적으로 나서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노화로 주문을 못 듣는다거나 커피 레시피를 외우지 못하는 등의 한계점이 있기는 했지만 카페 직원으로서 네 명의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가장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모사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한연주 주무관의 모습에 감정 이입이 됐다. 처음 진행했을 때의 그 막막한 마음부터 진행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 사람들이 생각처럼 따라 주지 않을 때의 그 깊은 분노 등 하나하나 마치 나의 일처럼 느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사업 지침에 어긋나는 내용을 무대포로 요구하는 몇 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힐링소설들과 다르게 위로가 그렇게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너무 가까운 곳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당장 내일만 보더라도 장소만 다를 뿐 네 분의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 직원분들과 부대끼면서 업무를 함께 처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위안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걸 이끌어가는 담당자로서의 애환, 함께 무언가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구구절절 와닿았다. 한연주 주무관이 네 명의 할아버지로부터 변화하듯 나 역시도 함께 일하는 분들로부터 인류애를 조금씩 장착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소설보다는 에세이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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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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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 p.325

유토피아라는 것은 존재하는 곳일까. 종종 작품과 매체에 등장하는 단어지만 어쩌면 유니콘처럼 실체가 없는 허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살고 있는 장소가 매우 만족스러워 유토피아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유토피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 또는 지옥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유토피아 자체는 믿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도 이곳이 유토피아로 느껴질 정도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 책은 츠지도 유메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보다는 출판사를 보고 선택한 책이다. 전에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장편소설이 흔히 생각한 모성이라는 관점을 깨게 만들어서 인상적으로 남았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작가의 작품이 궁금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그동안 생각했던 관점을 뒤틀게 만든 작품들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남자가 칼에 찔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를 저지른 용의자가 남자의 여자 친구인 하나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하나를 목격해 체포했다. 하나는 형사인 리호코에게 시인했으나, 경찰서에서는 돌연 자백을 번복한다. 결국 증거가 부족해 훈방 조치가 되었는데 리호코는 하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목적지에 하나를 데려다 주었는데 목적지인 pc방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하나를 목격하고 이를 뒤쫓는다.

그곳에서는 하나처럼 무호적자인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50대부터 어린 아이까지 열댓 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장의 어느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리호코는 이들 중에 리더를 맡고 있는 료와 그의 동생이자 용의자인 하나를 보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새장 사건의 남매를 떠올린다. 이 작품은 경찰 몰래 새장 사건과 이들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서의 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최근만 보더라도 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었으나, 호적에 올라와 있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동들에 대한 이슈들이 있었고, 과거에는 살아 있음에도 사망자로 나와 국가에서 지원하는 최소한의 혜택조차 보지 못했던 이들이 있었다. 료와 하나를 보면서 이러한 기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에는 리호코의 설득에 적대적으로 다가왔던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점 지날수록 어쩌면 이러한 불신을 심어 주었던 게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그들의 나라가 자신들을 하나의 국민으로서 인정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오히려 옆에 있었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욱 믿음직할 것이다. 그들의 감정이나 행동 자체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 인간이라는 제목이 이 지점에서 강하게 와닿았다.

더불어, 그들이 유토피아라고 말하는 그 작은 공간이 하나의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는데 이들은 몰래 공장에서 일하면서 숙식과 자본을 얻고, 나름의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비록, 아플 때 가는 병원을 가지 못하는 등 더 큰 세계에서의 혜택은 받을 수 없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충족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 역시도 읽으면서 뭉클했다.

추리 소설의 형태로 나중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호적자들의 사회적인 문제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보았을 때 미나토 가나에 장편소설에 이어 두 번째로 골랐던 작품 역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맞았기에 참 성공적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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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 깊고도 가벼웠던 10년간의 질주
척 클로스터만 지음, 임경은 옮김 / 온워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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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참 좋은 시절이었다. / p.13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응답하라 2002'이다. 예전부터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소재이기도 했고, 그들과 바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월드컵부터 시작해 아이돌까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드라마로 본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경을 살았던 세대의 사람들이 참 부럽다. 1988 그 세대를 지냈던 부모님께서는 곤로의 등장에 반가워 하셨고, 올림픽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나조차도 보는 게 새롭고 즐거웠는데 부모님은 어련하셨을까 싶다. 마치 반가운 친구들이 브라운관 너머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지 않을까. 응답하라 1997에서 H.O.T를 좋아했던 성시원처럼 2006년에 동방신기를 좋아했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든다.

이 책은 척 클로스터만의 사회학 도서이다. 사실은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는 너무 어려서 기억조차 남지 않았던 90년대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이에 대한 해소가 될 듯했다. 거기에 매체에서 등장하는 특유의 감성과 문화를 좋아했던 젊은 세대의 사람으로서 간접 경험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90년대 X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가장 크게 느꼈던 지점은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었다. 기억속에 대한민국의 90년대는 IMF가 터졌고,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한 사건들 사이에서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화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 당시 젊은이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책 안에서의 90년대의 배경은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사회 시간에 들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정치와 경제, 운동화 브랜드로 알려진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시작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부 낯설게 느껴졌다. X세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공간적 배경이 대한민국일 때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무지한 미국의 상황은 하나하나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미국의 근현대사를 배운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게 느껴졌던 점은 미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차이를 넘어 글 자체에서 X 세대 특유의 시니컬함이 와닿았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에서도 나름의 쿨한 마인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정서에서만 표현되는 차가움이 있다. 그 당시의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의 자신감이라고 할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인류의 시니컬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90년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를 살았던, 흔히 요즈음 말로 MZ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지만 그 시대의 감성과 사회상만큼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중에 조금 나이가 들어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듯한데 그때는 다른 세대에 대한 새로움보다는 과거를 회상하는 공감으로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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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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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원래 사방으로 삐죽삐죽 난 돌기투성이 아닌가요. / p.17

학교 다닐 때에는 나름 신문을 읽는다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난 이후로부터는 뉴스를 거의 끊다시피 했다. 항상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식들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이슈들이나 관심 분야만 찾게 된다. 보통 이슈들이라고 하면 국제나 사회 면이 될 것이고, 관심 분야라고 하면 국내 프로 야구 정도가 될 듯하다. 이외에는 그냥 보이면 보는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진 장르가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칼럼이다. 신문을 읽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자는 느낌으로 먼저 찾아서 보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종이 신문을 보지도 않고, 인터넷 기사로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가장 메인에 들어와 있다 보니 직접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칼럼을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최진우 작가님의 칼럼 글쓰기 서적이다. 칼럼을 보는 것도 어렵다 보니 쓰는 것은 더욱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도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의 선이었을 뿐 칼럼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 시선에서 작성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어려운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이라는 소재 자체가 새롭게 와닿았고, 칼럼 자체보다는 글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선택하게 됐다.

책에서는 칼럼 쓰기를 요리에 비유한다. 단순하게 재료를 글감, 문체가 플레이팅 이라는 흔한 비유에서 그치지 않고 요리와 마찬가지로 글감도 발효를 한다거나 조리법을 다양한 글쓰기 방법으로 표현하는 등 요리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칼럼 글쓰기와 연관지어 하나씩 설명해 준다. 이 지점이 칼럼이라는 장르가 낯선 독자들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읽혀져 있다 보니 결론적으로 칼럼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가장 인상 깊게 와닿았다. 첫 번째는 저자의 이력이다. 칼럼 글쓰기를 알려 주는 서적이기에 처음에는 칼럼리스트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저자께서는 전문적인 칼럼리스트가 아닌 칼럼을 너무나 사랑하는 글쓰기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었다. 들어가는 말에도 이에 대한 우려가 드러나 있다고 느껴졌는데 오히려 비전문가 입장에서 칼럼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글이었기에 이해하기 쉬운 측면이 있었다. 아마 칼럼 자체에 깊게 파고들었다면 안 그래도 칼럼 자체에 느끼고 있는 장벽이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는 칼럼이다. 칼럼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면서 좋은 칼럼이 예시로 실려 있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칼럼을 그렇게까지 찾아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새롭게 느껴졌다. 이름조차 생소한 분들의 칼럼들도 있었지만 소설가로 익숙한 분들의 칼럼도 실려 있어서 더욱 신기했다. 너무나 익숙한 비틀즈 애비 로드의 자켓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횡단보도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장면으로 그려지게 했던 칼럼은 참 재미있었다. 그밖에도 좋은 칼럼들을 하나씩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칼럼 자체에 무지하기에 칼럼 자체를 사실이나 논지와 상관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지점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책의 논지나 초점은 누구나 칼럼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맞추어져 있지만 읽는 내내 좋은 칼럼을 찾는 방법, 그리고 칼럼을 보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칼럼이라는 먼 친구가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주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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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상상초과
김영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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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불행 필요 없어. / p.10

행복과 불행에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보통 너무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불행한 순간에 펼치는 상상의 나래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의 불행이 수치화 되지도, 그렇다고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섣불리 그렇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조금 더 빨리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력을 얻게 되었는데 여전히 답이 없는 생각이다.

이 책은 김영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데칼코마니는 미술 기법 중 하나로 초등학교 다닐 때 시도때도 없이 했던 놀이였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부터는 굳이 할 일이 없었는데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면서 반가웠다. 아마 내용도 데칼코마니와 관련된 내용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정물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이다. 소설가의 꿈을 꾸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지만 그게 참 쉽지는 않은 듯하다. 미래에 대한 꿈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모님의 이혼이다. 부모님께서는 정물이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의견 차이로 조금씩 부부 사이에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두 사람은 이혼 숙려 기간을 밟고 있다. 정물은 자신의 꿈 때문에 부모님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런 정물에게 갑자기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카일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은 두 명이 짝지어 마치 데칼코마니로 이루어져 내가 불행하면 나와 짝이 된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카일은 자신의 일을 도울 것을 요청하는데 정물은 부모님의 이혼을 막기 위해 이에 응한다. 서류에 적힌 이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한편, 카일의 경고에도 자신과 짝이 지어진 미화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전반적으로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객관적인 지표에 대한 상상을 하기는 했지만 어느 누군가가 나와 짝이 지어져서 내가 행복과 불행을 나눠서 가지고 간다는 건 차마 생각이 닿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 스토리가 마치 하나의 애니메이션처럼 그려졌는데 그렇게 정물이에게 스토리를 집중해 읽으니 매우 흥미로웠다. 청소년 문학이다 보니 그렇게까지 어려운 단어가 없었고, 전반적으로 문체도 매끄럽게 읽혀졌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했지만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갔다. 과연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불행이라 생각하면서 살았다. 남들은 행복이라고 말하겠지만 스스로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감정에 둔한 것인지는 몰라도 행복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동전의 양면과 같은 행복과 불행에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객관적으로 안타까운 사정에 처해 있으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듯했고, 유복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책을 덮고 나니 행복과 불행은 멀리 있지 않으며,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자신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답을 내렸다. 그러면서 위안이 들기도 했다. 그게 정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행복과 불행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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