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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ㅣ 상상초과
김영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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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불행 필요 없어. / p.10
행복과 불행에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보통 너무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불행한 순간에 펼치는 상상의 나래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의 불행이 수치화 되지도, 그렇다고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섣불리 그렇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조금 더 빨리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력을 얻게 되었는데 여전히 답이 없는 생각이다.
이 책은 김영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데칼코마니는 미술 기법 중 하나로 초등학교 다닐 때 시도때도 없이 했던 놀이였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부터는 굳이 할 일이 없었는데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면서 반가웠다. 아마 내용도 데칼코마니와 관련된 내용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정물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이다. 소설가의 꿈을 꾸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지만 그게 참 쉽지는 않은 듯하다. 미래에 대한 꿈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모님의 이혼이다. 부모님께서는 정물이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의견 차이로 조금씩 부부 사이에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두 사람은 이혼 숙려 기간을 밟고 있다. 정물은 자신의 꿈 때문에 부모님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런 정물에게 갑자기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 카일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은 두 명이 짝지어 마치 데칼코마니로 이루어져 내가 불행하면 나와 짝이 된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카일은 자신의 일을 도울 것을 요청하는데 정물은 부모님의 이혼을 막기 위해 이에 응한다. 서류에 적힌 이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한편, 카일의 경고에도 자신과 짝이 지어진 미화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전반적으로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객관적인 지표에 대한 상상을 하기는 했지만 어느 누군가가 나와 짝이 지어져서 내가 행복과 불행을 나눠서 가지고 간다는 건 차마 생각이 닿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 스토리가 마치 하나의 애니메이션처럼 그려졌는데 그렇게 정물이에게 스토리를 집중해 읽으니 매우 흥미로웠다. 청소년 문학이다 보니 그렇게까지 어려운 단어가 없었고, 전반적으로 문체도 매끄럽게 읽혀졌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했지만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갔다. 과연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불행이라 생각하면서 살았다. 남들은 행복이라고 말하겠지만 스스로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감정에 둔한 것인지는 몰라도 행복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동전의 양면과 같은 행복과 불행에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객관적으로 안타까운 사정에 처해 있으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듯했고, 유복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책을 덮고 나니 행복과 불행은 멀리 있지 않으며,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자신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답을 내렸다. 그러면서 위안이 들기도 했다. 그게 정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행복과 불행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살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