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 깊고도 가벼웠던 10년간의 질주
척 클로스터만 지음, 임경은 옮김 / 온워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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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참 좋은 시절이었다. / p.13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응답하라 2002'이다. 예전부터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소재이기도 했고, 그들과 바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월드컵부터 시작해 아이돌까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드라마로 본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경을 살았던 세대의 사람들이 참 부럽다. 1988 그 세대를 지냈던 부모님께서는 곤로의 등장에 반가워 하셨고, 올림픽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나조차도 보는 게 새롭고 즐거웠는데 부모님은 어련하셨을까 싶다. 마치 반가운 친구들이 브라운관 너머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지 않을까. 응답하라 1997에서 H.O.T를 좋아했던 성시원처럼 2006년에 동방신기를 좋아했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든다.

이 책은 척 클로스터만의 사회학 도서이다. 사실은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는 너무 어려서 기억조차 남지 않았던 90년대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이에 대한 해소가 될 듯했다. 거기에 매체에서 등장하는 특유의 감성과 문화를 좋아했던 젊은 세대의 사람으로서 간접 경험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90년대 X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가장 크게 느꼈던 지점은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었다. 기억속에 대한민국의 90년대는 IMF가 터졌고,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한 사건들 사이에서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화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 당시 젊은이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책 안에서의 90년대의 배경은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사회 시간에 들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정치와 경제, 운동화 브랜드로 알려진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시작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부 낯설게 느껴졌다. X세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공간적 배경이 대한민국일 때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무지한 미국의 상황은 하나하나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미국의 근현대사를 배운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게 느껴졌던 점은 미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차이를 넘어 글 자체에서 X 세대 특유의 시니컬함이 와닿았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에서도 나름의 쿨한 마인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정서에서만 표현되는 차가움이 있다. 그 당시의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의 자신감이라고 할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인류의 시니컬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90년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를 살았던, 흔히 요즈음 말로 MZ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지만 그 시대의 감성과 사회상만큼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중에 조금 나이가 들어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듯한데 그때는 다른 세대에 대한 새로움보다는 과거를 회상하는 공감으로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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