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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 해방일지 - 퇴사욕구와 인정욕구 사이에서 좀비화한 요즘 직장인 을 위한 일 철학
시몬 스톨조프 지음, 노태복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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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자 어부는 사업가에게 빙긋 웃음을 짓더니 유유히 해변을 떠났다. / p.14
요즈음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말 중 하나가 워커홀릭이라는 이야기이다. 신입 시절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에 파묻혀 살았는데 그래도 직장인 4년차가 되어가는 지금 그렇게까지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대한 휴일에는 독서와 음악 감상 등 취미를 즐기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 상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점심을 먹을 때에도 업무에 관한 보고를 전하고, 집에 와서도 일을 끝까지 가지고 와서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져온 것보다 적은 양을 살짝 맛만 보고 도로 출근하는데 말이다. 사실 이번 추석 연휴가 즐겁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당장 내일이 되면 회사에 밀린 업무와 함께 늦어진 일처리에 대한 보고가 남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시몬 스톨조프의 사회학 도서이다. 요즈음 크게 하고 있는 고민이 일과 연관성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과거에는 일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지만 점점 일과 거리를 두면서부터 벌어진 생각 차이, 그로부터 오는 번아웃, 상사와의 일을 대하는 태도 차이에 대한 갈등을 겪고 있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선택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컸다.
저자는 스스로를 워키스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일을 전부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이 아닌 외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일 하나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 한 가지 직업이 아닌 여러 분야의 직무를 거쳐 경험을 쌓던 저자가 많은 직장인들과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일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아홉 가지의 착각에 대해 다룬다. 인터뷰한 이들은 구글을 비롯해 회사 복지 인프라가 좋은 회사이자 안정적이고도 전문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성공했다는 삶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할 만큼의 멋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일에 회의감 또는 번아웃을 느끼면서부터 생각이 전환되어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두 개의 챕터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친밀할수록 좋은 직장이라는 착각에 관하여>라는 주제를 가진 내용이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 회사인 킥스타터의 멤버로 일했던 테일러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킥스타터는 가족 같은 회사를 표방한 직원 친화적인 기업이었다. 함께 으쌰으쌰 노력해서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는 인재상을 원했고, 실제로 직원들에게 그렇게 해 주기를 주문했다. 그러다 킥스타터의 회사 이념과 직원들의 입장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고 노조 설립을 위해 준비하자 임직원들은 직원을 부당 해고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테일러는 노조 설립에 중심이 되었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회사 분위기나 환경이 친근한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사실 가족 같다고는 하지만 킥스타터의 입장만 놓고 보면 열정 페이나 다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가족이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가족 구성원을 내보낼 수 있을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도 팀 분위기 자체가 완벽하다고 상사께서는 자부하지만 속으로는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막내 직원으로서, 누구보다 직장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사내 복지는 무조건 좋다는 착각에 관하여>라는 주제를 가진 내용이다. 회사의 좋은 복지들을 이야기하면서 결론적으로는 사내 복지보다는 일과 개인, 더 나아가 공간의 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통합자와 분리자라는 개념과 코로나19로 인해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통합자와 분리자는 단순하게 말하면 일 사이에 개인적인 취미나 헛짓을 포함시키면 통합자, 일이 끝난 이후에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면 분리자를 말한다. 스스로를 돌아봤는데 분리자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직장 내에서는 통합자인 상황인 듯하다.
또한, 코로나19 재택 근무로 벌어진 사회 현상들은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았다. 일하면서 한쪽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가 학교 수업을 듣는 교사의 이야기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집에서는 휴식을, 직장에서는 일을 하는 공간으로 구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깊이 생각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사례이다 보니 대한민국과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일에 파묻혀서 지내는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번아웃이 마치 감기처럼 다가오는 직장 좀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일과 자신 사이에서 중심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