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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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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 p.15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던 편이었다. 그게 꼭 책뿐만 아니라 매체 역시도 그렇다. 당시에 유행했던 TV 만화도 거의 본 적 없었으며, 청소년 시기에 유행했던 순정 만화도 옆에서 몇 페이지 읽다가 덮는 스타일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더욱 만화와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만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던 작품이 주토피아인데 이후로 코코는 인생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이후로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들도 종종 봤었다. 그러나 종이로 된 만화는 크게 접할 일이 없었다.
이 책은 봉봉 작가님의 만화 단편집이다. 얼마 전에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책으로 나오는 만화에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구매해 읽을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먼지가 쌓이고 있는 중에 이 작품을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단편소설을 선호하다 보니 단편 만화라면 더욱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품집에서는 총 여섯 편의 만화 단편이 실려 있다. 표지에 언급이 된 것처럼 SF부터 블랙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의 만화인데 인공 자궁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내용,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죽음 서바이벌, 손톱을 먹는 쥐로부터 시작된 설화를 각색한 이야기 등 조금 멀게 느껴지면서도 은근히 현실감이 와닿았던 만화여서 쉽게 읽힐 수 있었고, 그만큼 와닿았던 지점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웰다잉 프로젝트>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죽음을 중계하는 서바이벌 방송에 참여한 세 사람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자 죽기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어떻게 죽고 싶은지 등 방송으로 이들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송출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결국 세 명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다.
내용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만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를 잡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요즈음 댄스, 노래 등 방송으로 다양한 종류의 오디션을 하는데 죽음을 소재로 잡는 이야기라는 게 불쾌하면서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인이 생을 마감하는 뉴스조차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실존 인물이 죽는 것을 어떻게 방송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삼키면서 하나하나 책장을 넘기다 결론에 이르러 머리를 맞은 듯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아이러니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밖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모와 탐욕을 풍자하는 내용들 하나하나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인공 자궁이라는 소재는 종종 상상했었지만 그로부터 다가오는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평범을 원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 더 잘나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새삼스럽게 떠올렸으며, 쥐가 손톱을 먹으면 같은 사람으로 변한다는 설화를 각색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작품을 읽으면서 만화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