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블러드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2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인자의 목소리는 분명 무너가 다를 것이다. / p.7

이 책은 홀리 잭슨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시즌 1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실제로 있을 법한 핍이라는 학생의 사건 일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푹 빠졌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 후속작도 망설임 하나 없이 고르게 되었다. 사실 1편에서의 핍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그 부분이 가장 기대했었다.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할까.

소설의 주인공은 역시 핍이다. 핍은 이 작품에서는 열여덟 살로, 팟캐스트를 운영했다. 그동안 입소문을 탔고, 탐정에 푹 빠져서 지냈던 듯하다. 그러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자 다짐했던 시기에 친구의 형인 제이미가 사라지자 다시 되돌리기로 결심한다. 경찰은 수수방관하면서 이를 무관심으로 돌리는 듯했는데 핍은 자신의 능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이 사건을 파헤친다.

술술 읽혀졌고, 전작의 분위기와 특징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건 파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내용이 지금도 선명한데 이번 작품 역시도 지도와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녹취록, 제이미를 찾는 포스터 등이 실려 있었다. 읽는 내내 마치 핍이 되어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지점이 너무 몰입도를 높였다.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제 3자로서 함께 참여하는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풀어놓는 방법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추리 장르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배경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팟캐스트나 SNS를 이용해 다른 인물들에게 사건을 전달하는 내용부터 마치 워치의 기능을 이용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 등 흔히 MZ세대의 특징을 그대로 활용했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 보니 그 지점이 너무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매력이 그대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핍의 용기와 결단력이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더 성장한 모습은 전작을 읽은 독자이자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3편이 기대가 된다. 어른으로서 사건을 해결할 핍이 나타날지 아니면 어떤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가볍게 후루룩 읽으면서 몰입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p.10

이 책은 이중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어서 관심이 갔다. 사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이 공조하는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많이 본 듯하다. 그렇다 보니 활자로 그려지는 공조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거기에 미래를 다루는 작품들은 그 나름대로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내용이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다. 경찰로 북조선으로 발령을 받은 인물인데 평양에 온 지 반년이 지나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영훈이 살고 있는 시대는 2078년도인데 이미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을 각자 다른 체제로 살아왔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북조선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반대로 이제는 가장 발전할 곳이라고 언급하는 시선도 보낸다.

영훈과 함께 파트너가 된 세욱이라는 인물이 있다. 세욱 역시도 평양으로 처음 발령을 받은 인물이지만 영훈과는 조금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훈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영훈을 예의주시하면서 함께 파트너로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이중의 목표를 가지는데 평양에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중년의 남성이 살해된 사건인데 조금 난해하다. 보통 직접적인 정보를 주는 것과 달리 남조선에서 영훈에게 정보를 따로 넘기는 사건. 형사의 촉으로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영훈이었는데 거기에 이 사건 이외에 세 건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읽으면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통일을 간절히 바랐고, 지금 역시도 북한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남한과 북한이 사상보다는 인류애로서 벌어진 사건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평화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정확하게 북한의 실제를 볼 수는 없지만 활자에서 느끼는 평양의 세계는 신기했고, 그만큼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을 꽤 많이 읽는 편인데 가볍게 읽히면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작품 역시도 마치 영화를 보듯 이미지로 그려지는 내용들과 문체로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특히, 이렇게까지 액션 장면들이 그려지는 작품들은 만나기 힘들었는데 나름 상상하는 배우들로 하나의 영상을 그려내는 듯했다.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으로 한정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고 해도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거나 애초에 그 생각조차도 안 하는 편이다. 사람은 어차피 지나가고 움직일 텐데 그 안에서 깊이 생각할 게 무엇이 있을까.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지점에서 아니에르노의 두 작품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저렇게까지 사람들을 디테일하게 관찰하는지에 대한 놀람과 함께 그것을 통해 사회의 단편적인 부분들을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에 대한 대단함이었다. 작가가 화자를 통해 기록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캐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엄마까지 당장 밖으로 나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모습들이었다.

처음에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현대와 맞물려 현실감을 찾으려고 했었다. 그렇기에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 고소 사건이 떠올랐고, 무례한 이들의 얼굴이 스쳐서 지나갔다.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과의 괴리감이 와닿았다. 사실 일기라고 하면 스스로의 감정과 일상을 기록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외부의 모습을 그대로 적고,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배제했다. 작가의 감정이 드러나는 그림이 아닌 그저 보이는대로 찍는 사진과 같았다. 객관적인 관찰자에서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 작가의 매력이 참 돋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하던 그 모든 것을. / p.8

이 책은 아니에르노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시간적인 줄거리를 아예 모른 상태에서 후에 쓰여진 '밖의 삶'을 먼저 읽었다.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비교적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어서 되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 작품 이전에 쓰여졌다는 점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해 읽게 되었다.

85년부터 92년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화자가 보이는 풍경들, 그리고 말하고 들었던 내용들, 거기에 조금씩 첨가된 화자의 생각들. 그러나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밖의 삶'은 대중교통에서 일어난 일들이 주로 기록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마트가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지하철이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느껴졌던 공간은 마트였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내용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초반에 실린 내용으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 안에서 사선으로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손톱을 깎는 남자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무례한 행동을 보고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남자는 자신의 청결해진 손톱을 보면서 꽤 만족한 듯하다. 그 남자의 앉아 있는 자세가 흔히 말하는 쩍 벌리는 다리를 묘사한 것처럼 느껴졌다. 공중 도덕이 개인의 만족감보다 더 중요할까. 그 남자의 태도와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두 번째 역시도 초반에 실린 내용으로 한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에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아이는 글자조차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읽을 차례라고 떼를 쓴다. 여기에서 내용은 어머니가 읽어 주는 책의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이다. "지금 몇 시예요?", 또는 "지금 ~할 시간이에요."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아이에게 너무 강박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되었다. 사실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너무 어렸을 때부터 시간의 부정적인 면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이 내용에서는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문장을 읽어 줄 때의 폐해를 말하고 있다.

역시 심심한 문체가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뭔가 소금을 치지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게 아니에르노 문체의 매력이라는 점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다고 재미없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면 너무나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과 보이는 인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배가 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처럼 답답함이 감정을 지배하기는 했지만 그와 다른 의미의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란 존재하고자 하는 욕구다. / p.7

최근에 책장을 쭉 훑어서 보았는데 아니에르노의 작품을 꽤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조금씩 구매했던 것 같다. 정작 읽은 작품은 딱 두 권밖에 없었는데 호불호가 너무 명확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좋았던 반면, 세월이라는 이름의 작품은 내용조차 크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런 작가들이 오히려 책을 고를 때 난감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 책은 아니에르노의 장편소설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작품마다 호불호가 너무 명확한 작가 중 하나이기에 처음에는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시대상을 표현한 이야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딸로서 현실적으로 와닿았지만 세월은 주인공의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다는 측면에서 너무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그래도 이 작품은 전자에 가깝지 않을까.

소설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일기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보았던 풍경과 사람들을 파편적으로 기록했는데 이는 잘 아는 지인일 수도 있고, 그냥 스쳐서 지나가는 이용객일 수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했으며, 화자는 이를 관찰한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이야기 자체가 크게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거나 흘러가지는 않는다.

읽으면서 아니에르노의 문체나 분위기를 너무 잘 와닿았다. 우선, 소설이기는 하지만 내용을 모른 상태로 본다면 한 사람의 날것의 일기 또는 에세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자전적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허구의 다른 인물이 보고 듣는 풍경을 적었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 아마 화자 역시 아니에르노 자신이지 않을까. 그전에 경험했던 작품들이 있었기에 이 부분 역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스타일에 적응만 된다면 어렵지 않게 완독이 가능할 듯했다.

읽으면서 두 가지 내용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초반에 등장하는 일기로 대중교통 안에서 만난 뚱뚱한 30대 남자와의 일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먹을 것을 달라는 남자의 말에 웃으면서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대답했다.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만 건강보험 대상자가 아니어서 이조차도 참여하지 못하고,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는 남자의 외침이 무엇인가 모르게 강렬하게 와닿았다.

두 번째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과 같은 줄에 한 어머니와 아이가 탑승한다. 아이에게는 휴대 전화 모양의 장난감이 있었는데 누르면 소리가 나는 제품이었던 것 같다. 천진난만하게 소리를 들으면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세 명의 대학생. 두 명은 철학 도서를 읽고 있었는데 화자를 이를 보면서 우월한 명분을 제공하는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간단한 비판을 남긴다.

두 내용이 강렬하게 와닿았던 점은 약자들에게 보내는 기득권들의 시각이 너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신체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건넨다는 게 조금 답답했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면 오히려 가난할수록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해 비만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비만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낙인, 편견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또한, 대학생의 일화에서는 최근에 읽었던 책 한 권의 내용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고소를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보다 자신들의 수업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대학생들 역시 편안하게 책을 읽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철학은 그들의 우월함을 견고하게 만들어 관용을 배울 수 없다는 내용의 화자의 문장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안에 그려진 사람들이 너무 분명하게 나뉜다는 측면에서 빈부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마치 한 장의 사진 안에 귀족들이 중심에 있고, 구석에 약자들이 드러나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함이 남기는 했지만 가지고 있는 약자에 대한 시각이나 철학에 대한 생각 등을 다시금 깊이 고민하고 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꽤나 좋은 의미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