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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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은 눈이 내리는 열대였다. / p.12

이 책은 퍼트리샤 록우드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신형철 평론가님의 수필을 너무 인상 깊게 읽은 터라 해설이 기대되어 선택한 책이다.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번역이 된 작품이다 보니 작가보다는 해설이 더우 기대가 되었다. 안 그래도 요즈음 영미권 작가의 작품들을 조금씩 비중을 높이고 있는 중이어서 고른 점도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었다. 나라는 인물이 포털을 열면서 인터넷 세상에 빠져들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음에는 오프라인 세상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딱히 인물을, 그리고 세상을 뭔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뭔가 묘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줄거리를 표현하자면 첫 번째는 온라인 세상의 이야기를, 두 번째는 오프라인의 가족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거리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형용할 수 없게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그렇다 보니 읽는 내내 이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과연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책에 드러나는 배경에 현실로 들어간 인물인지 내내 혼란스러웠다. 술술 읽혀지지 않았던 작품은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한 듯하다. 그만큼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작품을 덮고 나니 어떻게 서평을 적어야 할지 머릿속이 조금 어지러웠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줄거리를 언급하고 지극히 사적인 감상평을 나누었겠지만 이 작품은 줄거리를 표현하기에도 너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온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감상평을 남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렇게 난감하고도 묘한 작품을 너무 오랜만에 읽다 보니 당황스러웠던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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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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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있던 나를 깨운 건 알람 소리였다. / p.20

이 책은 C.J.코널리라는 영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심적으로 버거운 일들이 생긴 이후부터는 읽기 쉬운 한국 소설이나 일본 소설, 에세이 류의 작품들만 골랐다. 그마저도 손에 안 잡히는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는 중이기에 어려웠던 작품들도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영미권 작품이었고, 조금씩 늘리는 중에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시라는 인물이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빠와 사이가 좋은 편인 듯하다. 또한,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 피터와 애매모호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피터를 짝사랑하는 중이다. 서른여섯 살의 생일에 피터로부터 약속을 잡고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일어나 보니 친구들과 가족들은 전부 그대로인데 억만장자 남편 롭과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오빠만이 다른 점이었다. 조시는 피터를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롭과 계속 지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로맨스 장르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예상대로 너무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대략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어서 로맨스이기는 해도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멈추는 시간 없이 쭉 완독할 수 있었다. 대략 세 시간 정도 내외였던 것 같은데 성인의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공감과 함께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는 절반 정도 맞아 떨어졌던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상상으로만 했던 이야기들이 활자로 펼쳐져서 신기했다. 로맨스이기는 해도 판타지 장르의 느낌을 받았다. 조시가 피터와 지냈던 세계에서 롭과 지내는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들이 너무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임슬립도 아닌데 다른 세계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예전부터 다른 세계의 내가 있다는 이상한 생각들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웠다. 다른 세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라면 롭과 지내는 세계에서 평생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어른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는 조금 수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설적으로 성관계 묘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소설의 조시처럼 삼십 대 중후반을 달리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모습들이 묘사된다. 어느 부분에서는 직접적인 행위의 내용이 등장하는 부분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묘사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뒤를 쳐다보게 되는 등 민망함을 가지고 읽었다.

읽는 내내 대학생이나 직장인 초년생들의 풋풋한 매력보다는 어른들의 성숙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로맨스 하면 떠오르는 설렘보다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다른 내가 사랑한다는 것, 그 안에서 느껴지는 혼란이 공감이 되었다. 물론, 이 지점은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너무나 터무니없는 판타지겠지만 감정 자체만으로는 몰입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의 소설의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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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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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상, 안 왔으면 좋겠다. / p.6

이 책은 오찬호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이다. 예전에 읽었던 작가님의 <민낯들>이 인상 깊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깊게 인지하지 못했던 사회의 이슈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학 도서를 종종 읽기는 하지만 익숙함조차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요즈음 다시 사회학 도서로 눈길을 조금 더 돌리는 중이다. 그러던 중 작가님의 신작 소식을 들었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인간이 발전시킨 열다섯 가지의 발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또 다른 인류나 지구에게는 고통을 주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다섯 가지, 일상을 파고든 다섯 가지, 편리한 다섯 가지로 나누어졌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너무나 당연하고도 익숙한 무언가에게서 이면에 다른 안 좋은 점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내용이다.

사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여서 전문적인 용어나 인식하지 못한 이슈들에 대한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 걱정이 사소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술술 읽혀졌다. 주제 하나로부터 시작해 점점 넓혀가는 차원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이끌어내기 좋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두 시간 반 정도에 완독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늦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해가 안 되었다기보다는 잠시 멈춰 상기시키거나 곱씹는 시간이 많아져서 유독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화장품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에 비해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를 간섭하는 오지랖에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느낀다. 특히, 나부터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장 기본적인 스킨과 로션만 바르고 출근하는 편인데 주변에서 하고 다니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화장품 파트에서는 '마기꾼', '화장 안 한 것 같다는 말'로부터 시작된 외모 지상 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이다. 목차만 보았을 때에는 화학적 물질이 인간의 피부에게 주는 해로운 점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성에게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생각보다 더 좋았다.

두 번째는 아파트에 관한 내용이다. '휴먼거지', '엘사' 등 아파트 가격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들은 적은 없지만 책이나 뉴스 기사에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왕따시킨다거나 부모들 사이에서 배척하는 등의 일화를 종종 읽는데 이 파트에서 내내 공감이 되었다. 조카들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있는 경비원에 대한 처우 개선, 그들을 향한 갑질이라는 주제로 넓혀졌는데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이 지점에서 타인들을 향한 작가님의 따뜻한 사회적 시선이 느껴졌던 파트이다.

그밖에도 파트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수치들이 크게 정리되어 있어서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진통제, 스마트폰, 프렌차이즈,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당장이라도 사라진다면 허전함을 떠나 삶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다니 죄책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에어컨을 가동하는 중임에도 말이다. 나의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금이나마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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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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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올해도 안온할 것이다. / p.14

이 책은 구한나리 작가님과 신진오 작가님의 단편소설 작품집이다. 전에 읽었던 아밀 작가님과 김종일 작가님의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작품을 너무 강렬하게 읽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읽었던 아밀 작가님의 작품 자체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그 작품이 훨씬 세게 와닿았다. 이후 이 작품집 역시도 같은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두 분의 작가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더욱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구한나리 작가님의 <삼인상>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태어나기 전, 어머니께서 묏맡골이라는 동네에 내려왔다. 그곳에서 나는 태어나 묏맡골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다. 묏맡골은 외부에서 알지 못하는 동네이며, 동네 사람들끼리 다양한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동네에서 후대 당골이 될 현이라는 인물을 좋아한다. 당골과 결혼한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현과 혼인한다. 혼인하고 나서 외부의 사람들이 묏맡골에 들어오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나자 마을 사람들은 나를 외지인 취급을 한다거나 무시하는 등 경멸적인 태도로 바뀐다.

신진오 작가님의 <매미가 울 때>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승희라는 배우자와 함께 운전해 길을 가던 중 알 수 없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휴대 전화가 터지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승희의 머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도로를 걷다가 어떤 괴물에 물릴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절에는 이상한 스님과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님은 이곳이 저승과 이승의 중간 경계라고 말하면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는 묘한 말을 던진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요하면서 테스트에 참여한다.

전에 읽었던 작품보다는 조금 더디게 읽혀졌다. 특히, <삼인상>이라는 작품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풍습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법도 한데 배경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다. 상달고사를 비롯해 풍습 용어나 옛날에 쓰이던 날짜 표기법이라든지 낯설어서 중반 정도까지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문장을 이해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내용에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풍습을 다룬 오컬트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에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좋고 싫은 감정들이 표현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삼인상>에서 묏맡골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나자 외지에서 왔던 어머니를 두고 외지인으로 대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좋을 때에는 내 사람이지만 나쁠 때에는 배척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경멸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인종차별과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라는 게 이기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태세 전환들이 안 좋게 와닿아서 읽는 내내 찝찝한 감정이었다.

반면, <매미가 울 때>에서는 인간 사이의 연대감을 경험했다. 흔히 소설에서 등장하는 빌런이 이 작품에도 있었다. 처음 등장부터 껄렁껄렁한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욕심을 가지고 자신이 그 최후의 한 명이 되겠다고 다른 이들을 이용하는 게 내내 눈에 가시였다. 그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나라는 인물에게 도움을 주었던 다른 이에 대한 태도로 겨우 누를 수 있었다. 거기에 나와 다른 이의 이야기들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감정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사실 재미로 읽으려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묘하게 현실감이 보였던 작품이었다. 전에 읽었던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주어서 만족스럽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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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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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두 편의 현실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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