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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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있던 나를 깨운 건 알람 소리였다. / p.20

이 책은 C.J.코널리라는 영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심적으로 버거운 일들이 생긴 이후부터는 읽기 쉬운 한국 소설이나 일본 소설, 에세이 류의 작품들만 골랐다. 그마저도 손에 안 잡히는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는 중이기에 어려웠던 작품들도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영미권 작품이었고, 조금씩 늘리는 중에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시라는 인물이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빠와 사이가 좋은 편인 듯하다. 또한,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 피터와 애매모호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피터를 짝사랑하는 중이다. 서른여섯 살의 생일에 피터로부터 약속을 잡고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일어나 보니 친구들과 가족들은 전부 그대로인데 억만장자 남편 롭과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오빠만이 다른 점이었다. 조시는 피터를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롭과 계속 지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로맨스 장르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예상대로 너무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대략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어서 로맨스이기는 해도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멈추는 시간 없이 쭉 완독할 수 있었다. 대략 세 시간 정도 내외였던 것 같은데 성인의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공감과 함께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는 절반 정도 맞아 떨어졌던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상상으로만 했던 이야기들이 활자로 펼쳐져서 신기했다. 로맨스이기는 해도 판타지 장르의 느낌을 받았다. 조시가 피터와 지냈던 세계에서 롭과 지내는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들이 너무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임슬립도 아닌데 다른 세계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예전부터 다른 세계의 내가 있다는 이상한 생각들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웠다. 다른 세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라면 롭과 지내는 세계에서 평생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어른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는 조금 수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설적으로 성관계 묘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소설의 조시처럼 삼십 대 중후반을 달리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모습들이 묘사된다. 어느 부분에서는 직접적인 행위의 내용이 등장하는 부분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 묘사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뒤를 쳐다보게 되는 등 민망함을 가지고 읽었다.

읽는 내내 대학생이나 직장인 초년생들의 풋풋한 매력보다는 어른들의 성숙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로맨스 하면 떠오르는 설렘보다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다른 내가 사랑한다는 것, 그 안에서 느껴지는 혼란이 공감이 되었다. 물론, 이 지점은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너무나 터무니없는 판타지겠지만 감정 자체만으로는 몰입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의 소설의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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