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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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상, 안 왔으면 좋겠다. / p.6

이 책은 오찬호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이다. 예전에 읽었던 작가님의 <민낯들>이 인상 깊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깊게 인지하지 못했던 사회의 이슈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학 도서를 종종 읽기는 하지만 익숙함조차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요즈음 다시 사회학 도서로 눈길을 조금 더 돌리는 중이다. 그러던 중 작가님의 신작 소식을 들었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인간이 발전시킨 열다섯 가지의 발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또 다른 인류나 지구에게는 고통을 주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다섯 가지, 일상을 파고든 다섯 가지, 편리한 다섯 가지로 나누어졌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너무나 당연하고도 익숙한 무언가에게서 이면에 다른 안 좋은 점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내용이다.

사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여서 전문적인 용어나 인식하지 못한 이슈들에 대한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 걱정이 사소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술술 읽혀졌다. 주제 하나로부터 시작해 점점 넓혀가는 차원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이끌어내기 좋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두 시간 반 정도에 완독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늦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해가 안 되었다기보다는 잠시 멈춰 상기시키거나 곱씹는 시간이 많아져서 유독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화장품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에 비해 화장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를 간섭하는 오지랖에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느낀다. 특히, 나부터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장 기본적인 스킨과 로션만 바르고 출근하는 편인데 주변에서 하고 다니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화장품 파트에서는 '마기꾼', '화장 안 한 것 같다는 말'로부터 시작된 외모 지상 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이다. 목차만 보았을 때에는 화학적 물질이 인간의 피부에게 주는 해로운 점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성에게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생각보다 더 좋았다.

두 번째는 아파트에 관한 내용이다. '휴먼거지', '엘사' 등 아파트 가격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들은 적은 없지만 책이나 뉴스 기사에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왕따시킨다거나 부모들 사이에서 배척하는 등의 일화를 종종 읽는데 이 파트에서 내내 공감이 되었다. 조카들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 있는 경비원에 대한 처우 개선, 그들을 향한 갑질이라는 주제로 넓혀졌는데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이 지점에서 타인들을 향한 작가님의 따뜻한 사회적 시선이 느껴졌던 파트이다.

그밖에도 파트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수치들이 크게 정리되어 있어서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진통제, 스마트폰, 프렌차이즈,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당장이라도 사라진다면 허전함을 떠나 삶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다니 죄책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에어컨을 가동하는 중임에도 말이다. 나의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금이나마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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