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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ㅣ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마을은 올해도 안온할 것이다. / p.14
이 책은 구한나리 작가님과 신진오 작가님의 단편소설 작품집이다. 전에 읽었던 아밀 작가님과 김종일 작가님의 <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라는 작품을 너무 강렬하게 읽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읽었던 아밀 작가님의 작품 자체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그 작품이 훨씬 세게 와닿았다. 이후 이 작품집 역시도 같은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두 분의 작가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터라 더욱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구한나리 작가님의 <삼인상>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다. 태어나기 전, 어머니께서 묏맡골이라는 동네에 내려왔다. 그곳에서 나는 태어나 묏맡골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다. 묏맡골은 외부에서 알지 못하는 동네이며, 동네 사람들끼리 다양한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동네에서 후대 당골이 될 현이라는 인물을 좋아한다. 당골과 결혼한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현과 혼인한다. 혼인하고 나서 외부의 사람들이 묏맡골에 들어오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이 드러나자 마을 사람들은 나를 외지인 취급을 한다거나 무시하는 등 경멸적인 태도로 바뀐다.
신진오 작가님의 <매미가 울 때>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승희라는 배우자와 함께 운전해 길을 가던 중 알 수 없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휴대 전화가 터지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승희의 머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도로를 걷다가 어떤 괴물에 물릴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절에는 이상한 스님과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님은 이곳이 저승과 이승의 중간 경계라고 말하면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는 묘한 말을 던진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요하면서 테스트에 참여한다.
전에 읽었던 작품보다는 조금 더디게 읽혀졌다. 특히, <삼인상>이라는 작품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풍습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법도 한데 배경 자체가 어렵게 느껴졌다. 상달고사를 비롯해 풍습 용어나 옛날에 쓰이던 날짜 표기법이라든지 낯설어서 중반 정도까지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문장을 이해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내용에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풍습을 다룬 오컬트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에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좋고 싫은 감정들이 표현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삼인상>에서 묏맡골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나자 외지에서 왔던 어머니를 두고 외지인으로 대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좋을 때에는 내 사람이지만 나쁠 때에는 배척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경멸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인종차별과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라는 게 이기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태세 전환들이 안 좋게 와닿아서 읽는 내내 찝찝한 감정이었다.
반면, <매미가 울 때>에서는 인간 사이의 연대감을 경험했다. 흔히 소설에서 등장하는 빌런이 이 작품에도 있었다. 처음 등장부터 껄렁껄렁한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욕심을 가지고 자신이 그 최후의 한 명이 되겠다고 다른 이들을 이용하는 게 내내 눈에 가시였다. 그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나라는 인물에게 도움을 주었던 다른 이에 대한 태도로 겨우 누를 수 있었다. 거기에 나와 다른 이의 이야기들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감정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사실 재미로 읽으려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묘하게 현실감이 보였던 작품이었다. 전에 읽었던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주어서 만족스럽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