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입니다 - 나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행복 루틴 78
이치다 노리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언폴드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어. / p.118
이 책은 일본의 프리랜서 에세이스트 이치다 노리코 작가님의 일기이다. 올해의 목표가 다정해지기,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된 책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루틴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과연 저자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에서 어떻게 다정함을 보일 수 있을까,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등 그동안 내가 원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과 그걸로 느끼는 감정들, 생각들을 담았고, 감사 또는 반성, 다짐으로 마무리가 된다. 직업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았다. 지나가면 보였을 아주머니도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근했다.
일기를 보면서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3 월 18 일, 6 월 23 일, 8 월 13 일의 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3 월 18 일은 '낯선 환경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바꿉니다.' 라는 주제의 일기이다. 북극권과 주변 지역인 극북의 여행기를 담은 <극북으로> 라는 책을 읽고 느낌을 적었다. 북극이라는 세계를 카누를 들고 떠난 여행가를 보면서 부러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안, 시행착오,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더라도 어떤 환경에 스스로를 내던진다면 미지의 세계가 열린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였는데, 그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기회를 놓칠 때가 많았는데, 하기 전의 불안보다는 한 후의 자유를 즐기라는 점에서 나에게는 새로운 문으로 인도하는 내용으로 느껴졌다.
6 월 23 일은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을 찾습니다.' 라는 주제의 일기이다. <브리콜라주> 라는 단어를 통해 생각의 틀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브리콜라주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있는 도구와 재료를 활용해 이를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발효가 재미있는 이유는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이 있기 때문이라는 빵집 주인의 말을 듣고 일상 속에서 브리콜라주의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보는 것을 시도하자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나 역시도 정답 하나만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쩌면 엔지니어링의 방식에 맞게 살아온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엔지니어링의 방식이 안정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실패가 적기는 하겠지만, 항상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에서, 정답만 쫓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브리콜라주 방식이 아닐까.
8 월 13 일은 '어떤 작은 일에도 진실되게 행동합니다.' 라는 주제의 일기이다. 저자의 거짓말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중복으로 의뢰를 한 상황에서 하나는 거절해야 되나, 의뢰한 사람에게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저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실대로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낸다. 저자는 사과했지만,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의 큰 죄책감과 후회를 한다. 이후 어떤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이런 경험을 통해 배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과거에 저자와 같은 실수를 했던 적이 떠올라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작은 거짓말이 큰 소용돌이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로 미련할 정도로 솔직하게 보고하는 스타일이 되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조로움이나 익숙함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나에게는 섬세함과 관심으로 보였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들로 느껴졌을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고, 별 대수롭지 않은 실패에서도 끈기를 보이고, 이를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것. 다정함이 아니었다면 보이지도 않았을 평범한 일상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식이 나오는 일기 하단에 나오는 음식 레시피와 독자를 배려하는 사진 설명 등에서 저자의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사실 50 대의 저자이기 때문에 30 대를 살고 있는 내가 겪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 50 대의 내가 읽었다면 더 큰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하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50 대의 내 모습이었다. 마치 저자처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여유와 다정함을 무기로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물론, 저자처럼 작은 변화에서의 만족과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가정이 깔렸을 때 이야기이다. 그 첫걸음으로 올해 목표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기'로 새롭게 정하고자 한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언폴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