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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휘명 지음 / 히읏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도심이 아닌 곳에서도 도심에 있었다. / p.29


이 책은 오휘명 작가님의 로맨스 소설이자 안성하와 장효빈의 연애와 이별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성의 가장 앞 글자를 따서 A와 Z로 불린다. A는 어떻게 보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스타일의 여자이며, Z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는 정적인 스타일의 남자다. 카페에서 조금 황당한 질문과 대답을 첫 만남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둘은 서로의 삶에 관여해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A가 뜬금없이 보고 싶다고 하면 Z는 늘 기다리고 있었고, Z는 A에게 깊숙이 보고 싶다는 말로 마음을 표현했다. 둘은 그렇게 사랑했다.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세상에 서로만 존재할 것처럼 살던 두 사람이었다. 그러다 이별을 맞이했다. 명분상으로는 Z가 미국으로 1년간 파견을 가는 것이었지만, Z는 A에게 상처를 주면서 이별을 통보했다.


그들의 사랑 방식들이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둘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키우는 A와 Z 커플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무래도 편지 서신보다는 문자메시지가 더욱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목소리로는 전달하지 못할 낯간지러운 이야기들이 텍스트로는 너무나 로맨틱하게 전달이 되어 있어서 보면서도 대리만족을 느꼈다. A가 Z에게 로맨티시스트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작년 10 월 12 일 오후 10 시 14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도심의 카페에서의 A와 도심의 공원에서의 Z의 이야기. Z는 도심에 대해 재정의를 내렸고, 명언과 같은 한마디를 남긴다. A의 사진을 보면서 그녀가 보고 싶어 메시지를 A의 메시지는 문학이 되고, A의 옆모습은 미술이 되고, A와의 전화에서 들려오는 것은 음악이 된다는 내용. 감탄을 자아내는 구절이다. 단순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과 메시지, 목소리를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아마 나는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렇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A보다는 Z의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사랑에 빠지면 새벽에 문자를 보내는 Z처럼 나 역시도 갑자기 당시 만나던 사람 생각에 새벽에 깨서 장문의 구구절절 감성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동으로 바꿔놓고 잤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하라고 해도 안 할 행동들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A와 Z도 사소한 오해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감정도 서로를 잘 알아갈 수 있는 감정의 신호탄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았다. 상처를 안 낸다면 다행이겠지만, 상처를 냈더라도 서로가 있으니 괜찮다는 말. 나에게는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말처럼 느껴졌지만,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성숙하면서도 이상적인 관계로 느껴졌다. AZ에서는 실리지 않은 이후의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어서 그것조차도 만족스러웠다. 성장한 그들의 이야기들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 안 본 사이에 닮아 있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AZ라는 커플은 과거 연애를 하던 시간으로 나를 가져다주었다. 이불을 차고 싶을 정도로 조금은 부끄러우면서도 자아성찰의 시간이기는 했으나, 오래간만에 연애 감정의 세포를 되살릴 수 있는, 누구라도 사랑을 했었다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조금 불완전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만큼 그들은 성숙한 어른의 연애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와 같이 읽으면서 추억 하나 정도 쌓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히읏'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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