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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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 p.162


이 책은 연쇄살인범과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권일용 교수님이나 박지선 교수님께 내적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프로파일링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을 즐겨서 본다. 범죄심리학자의 두뇌 싸움이라는 게 내 시선을 끌었고, 아직도 내 기억에 남은 그 영화를 보았을 때의 생각과 감정을 활자를 통해 다시 느끼고 싶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로버트 헌터는 LA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이다. 큰 사건이 해결된 후 하와이로 떠나는 날에 FBI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밝혀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로버트와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계획을 접고 FBI의 요구에 따라 용의자를 만나러 왔는데, 그 용의자가 대학교에서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던 동료였던 것이다.


동료는 리암 쇼라는 이름으로 경찰에 체포되었으나, 이는 곧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난다. 그의 실제 이름은 루시엔 폴터. 그는 로버트 헌터와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범인을 알고 있으니 자신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한다. 로버트 헌터는 루시엔 폴터를 믿었기에 그의 혐의를 풀어 주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고, 그렇게 루시엔 폴터가 만든 덫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연쇄살인범인 루시엔 폴터와 경찰관 로버트 헌터의 심리 게임이 펼쳐진다.


보통 범죄자라면 두려움과 자책감 또는 뻔뻔한 무죄 주장을 했을 터인데, 영화나 소설 등 매체에서 표현하는 연쇄살인범의 모습은 경찰과 기싸움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하고자 한다. 이는 꼭 허구의 사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권일용 교수님께서 프로파일링 면담을 하셨을 때 연쇄살인범이 물을 떠오라고 시켰다는 말을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심리전에 능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오는 연쇄살인범 루시엔 폴터는 그러한 심리전을 능가했다. 아무래도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수재이자 범죄심리학을 통달한 인재였다. 거기에 형사인 로버트 헌터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므로 보통 연쇄살인범이 아니었다. 루시엔 폴터는 로버트 헌터의 거짓말을 바로 구분했지만, 로버트 헌터 역시도 루시엔 폴터의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창과 방패의 심리 대결이라고 할까.


그들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은 보는 내가 다 긴장하게 만들었다. 루시엔 폴터는 시종일관 FBI 요원이자 로버트 헌터의 동료인 코트니 테일러를 무시하기도 하고, 심리전에서 우위에 점하고자 로버트 헌터의 아픈 과거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질문해 그를 심리적으로 무너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감정에 앞서 욕을 던지는 코트니 테일러와 다르게 일관성 있고 차분하게 밀고 당기면서 루시엔 폴터를 조종했다.


이 소설에서 루시엔 폴터에게는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한 내용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고통받을 때의 표정에서의 쾌감뿐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었는데, 이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어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찌 보면 사람을 죽여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자 현실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유다. 사실 읽으면서 그의 영웅 심리가 그를 연쇄살인을 저지른 괴물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게는 그의 살인 동기와 주장도 자신의 살인 중독과 죄를 포장하기 위한 비겁한 합리화로 들리기는 했다. 그의 계획으로 진행했던 그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나름 통쾌한 결말이었다.


읽으면서 루시엔 폴터의 잔혹한 범죄 현장이 사실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잔인함이 묘사된 매체나 문학을 즐겨 보지 않는 나의 스타일로 느낀 감정이었다. 아마 범죄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름 흥미로운 부분이 되지 않을까. 5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으나, 범죄심리학 특유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자강두천 두 범죄심리학자의 머리 싸움을 통해 셔터 아일랜드에서 느꼈던 쾌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북로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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