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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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 p.343

수능이 끝난 이후 당시 친한 친구가 추리 소설을 하나 주었다. 그때도 책을 많이 읽기는 했었으나, 추리 소설은 불호에 가까운 장르 중 하나였다. 책은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에서 보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기에 마음 졸이면서 보는 추리나 공포 장르는 딱 질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준 추리 소설 하나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이 책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무경 작가님의 추리 소설이다. 간간히 추리 소설을 읽기는 했었으나, 한국 작가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이었다. 의도적으로 골라서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삼십 넘어서 처음으로 이렇게 읽게 되었다. 요즈음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추리 소설 하나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나에게는 이 책의 표지가 가장 눈에 들어왔었고, 개화기 시대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에 큰 흥미가 느껴져서 읽게 되었다.

에드가 오이자 오덕문은 모던 자체를 동경하는 남자로, 에드가 엘런 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내지에서 향수병을 못 이기고 경성에 오게 되었다. 경성에서 은일당이라는 하숙집에서 머물게 되었고, 하루는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잠들어 다음날 일어나보니 자신이 아끼는 페도라가 사라졌다. 페도라의 행방을 쫓기 위해 갔던 곳에서 친구의 사체를 목격하였고, 그는 용의자로 몰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가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유치장에 있던 시간에 새로운 도끼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가 되었다. 당연히 다른 친구가 용의자로 몰리게 될 것을 걱정하였다. 친구는 용의자가 아닐 것을 확신하고, 증거를 모으기 위해 그가 동경하는 셜록홈즈처럼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를 나타나는 단어들이나 내용 중에 윤심덕의 사의 찬미 가사가 인용되는 등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개화기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또한,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들이 또 하나의 재미를 주었다. 양복의 전체를 갖추어야만 모던 보이로서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에드가 오의 모습들과 다르게 그의 모습은 엉성했으며, 탐정 기술들은 너무나 허술했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의 추리에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내용과 별개로 시대에서 등장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을 가지고 보기도 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던 보이 에드가 오와 신분으로 갈등의 불씨를 만드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계급이 떠올랐다. 개화기 당시에는 명목상 신분 계급이 폐지되었으나, 국민들의 인식까지는 바꾸지 못했던 것 같다. 백정의 자식은 배울 가치도 없는 천민으로서 무시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재산 보유 정도가 하나의 계급이 된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는 시각들도 존재하기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원래 긴장하면서 읽는 책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경험한 이 감정들이 너무 좋았다. 추리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맛에 독자들이 추리 소설을 찾게 되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 사건을 파헤치는 에드가 오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몰입했더니 생각보다 순식간에 다 읽었다. 추리 소설의 초보 레벨 독자이기에 결말을 쉽게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마무리가 되어서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손바닥의 땀을 닦느라 고생도 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게 독자에게는 어떤 감정을 줄지 모르겠으나, 시간을 초월해 경성의 한 살인 사건으로 이끈 이 소설이 나에게는 색다른 독서의 재미를 주었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북크크 오리지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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