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인간관계 처방전
정재훈 지음 / 마인드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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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우리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다. / p.115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실 예의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일도,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상처를 받는 것도 싫지만, 주는 것도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늘 예의를 지켜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흔히 선 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늘 마음을 다잡는 편이다.

마음처럼 되면 좋겠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대놓고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고통스럽기도 하고,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껴 힘들기도 하다. 최대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안 주고 안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세상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재훈 작가님의 인간관계 자기계발서이다. 지금은 연을 끊었으나, 최근에 이슈가 되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례한 사람들로 인해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안 그래도 성격이 무른 편이라 쉽게 거절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도움을 받고 싶어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무례한 사람들에 대한 특징보다는 그들을 대처하거나 참교육 하는 방법들이 나와 있는 부분에서 큰 흥미를 느꼈다. 이러한 부분들이 인간관계에서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잘 배운 사람이 인간관계 빌런을 참교육 하는 방법에서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5 초간 상대의 눈을 응시한다거나 선을 넘었을 때 5 초 안에 짚으라는 내용이 확 와닿았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것들로 과거에 지나간 인연과 쓸모없는 질투, 복수한다는 다짐이 나온다. 나에게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장 찔리면서도 고쳐야 할 부분들이었다. 물 흐르듯 넘어가는 편이기는 하나, 복수한다는 다짐은 왜 이렇게 사라지지 않는지. 지나간 인연이나 질투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편인데, 과거에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늘 차곡차곡 쌓고 살아간다. 스스로 반성이 많이 되었다.


이 책에서 jyp 책임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박진영의 말을 예로 들어 역량을 높이면 알아서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말을 통해 인맥과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특히, 무례한 사람을 복수한다거나 미워할 시간에 더욱 자기에게 집중하라는 말을 머리에 되새겼다. 상처받는 사람이 아무리 힘들어도 상처 주는 사람은 이를 모른다는 말이 가장 씁쓸했다. 그런 맥락으로 정신과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처받는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무례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고 공감이 되기도 했었고, 인간관계에서 성숙한 사람들의 특징이나 반드시 알아야 할 인간관계의 상식, 호감을 얻는 방법을 보면서 스스로 검열하거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내용들도 인상 깊었다. 특히, 뜬 구름 잡는 식의 허무맹랑한 조언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실용적인 조언들이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간관계라는 게 죽을 때까지 늘 지속이 될 것이다. 또한, 살아가면서 항상 착하고 좋은 사람만 옆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책을 하나씩 삼키고 소화시키다 보면 선을 지키면서 그들이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고, 상처를 받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전에 나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단련할 수 있는 자세부터 다시 고쳐 잡고자 한다.

<출판사 '마인드셋'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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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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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뭔가를 잊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 p.127


이 소설은 중국의 류팅 작가님의 열두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예전에 비해 해외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다. 다양한 나라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소설과 또 다른 매력을 찾는 중인데, 중국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기다 중국의 젊은 작가의 소설이라고 하니 중국 청년들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녹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뒤바뀐 영혼과 허구의 사랑, 귀라는 단편 소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뒤바뀐 영혼>의 주인공인 야거는 학생일 때부터 이름을 날렸던 유명한 시인이었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샤셩이라는 여자에게 반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천재 시인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갈수록 그를 잊혀져 갔다. 시로서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야거는 화장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나아지지 않았던 어느 날, 신이 그에게 제안을 한다. 야거는 시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으나, 다른 사람의 영혼과 바꾸어 준다는 제안. 생활이 힘들었던 야거는 시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영혼을 바꾸기로 한다.

영혼을 바꾸겠다는 야거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으나, 그것과 별개로 야거가 처한 상황이 참 안타깝다.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곧 부를 축적하지 않는다는 사실. 아마 내가 야거의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식구를 살려야 했기에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서의 야거의 허탈감이 이해가 되면서도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력 한 스푼이 들어간 내용이기는 했으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소재이기에 읽는 내내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허구의 사랑>은 잉슈의 사랑 이야기다. 잉슈는 '도시와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으로, 소설 속에서 샤오셔우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이는 작가인 리런이 우연히 본 샤오셔우라는 여자를 보고 반해 집필한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리런은 실제로 샤오셔우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이후 소설을 이상한 방식으로 전개한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잉슈의 독백 형식으로 내용이 흘러간다.

불과 몇 년 전에 고등학교 배경으로 만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의식을 가진다는 소재의 드라마가 방영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러한 내용이 떠올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와 결말이기는 하나,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가진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다. 아마 이 소설이 가장 재미있었던 이유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전부 나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작가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소설 속의 잉슈와 비슷한 처지이지 않을까.

<귀>의 주인공인 라오천은 개발 사업에 저항하다 전신마비가 되었고, 유일하게 청력만 남아 있다. 귀를 통해 세상의 소리를 듣는 남자의 이야기. 소설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무서웠다. 당장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귀만 열렸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를 가장 먼저 생각했겠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들의 말과 태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라오천의 무력감이 가장 잘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중국 문학을 처음 접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문체나 전개하는 방식이 생소했다. 특히, 직관적으로 말끔하게 닫혀진 것이 아닌 비틀어서 생각해야 이해가 가능한 결말이 익숙하지 않았다. 약간 수능생 시절로 돌아가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열린 결말은 아니었으나, 씹고 음미해야 내용이 시사하는 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운이 길었다.

열두 편의 단편이 하나같이 흥미로우면서도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제목처럼 기묘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호기심과 신비감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을 정도였다. 무언가 나도 모르는 마법이 걸려 있는 기분. 꽤 두꺼운 양이기는 하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생소한 중국 문학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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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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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 p.42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모야와 유스케는 같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단짝 친구이다. 항상 붙어서 다니지만, 성격부터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 도모야는 다소 조용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을 가졌고,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는 취미가 없다. 유스케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하는, 약간 리더형의 성격을 가졌으며,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도모야가 병원에 누워있는 상황에 유스케가 정성스럽게 지키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유스케보다는 도모야의 시선에 따라 소설을 읽었다. 아무래도 도모야와 비슷한 성격이기도 하고, 공감이 되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이입해서 봤던 것 같다. 특히, 항상 무언가에 앞장서는 유스케와 다르게 어느 집단에도 확실하게 속하지 않았던 도모야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집단 속의 그라데이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 지지하는 정도에 따라 스펙트럼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데, 가운데가 아니더라도 차이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무엇보다 이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흑백논리. 현대 사회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수용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도모야에게 시선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유스케의 말과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우두머리의 역할로서 나아가는 것은 좋다. 다소 직설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표현을 주장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유스케는 속 빈 강정이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보다는 사람 간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독불장군 유형의 인간. 거기에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상황과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해 살아가는 게 내 상식으로서는 그의 태도 자체에 조금 불편함이 들었고, 마지막 결말까지 보고 나니 더욱 싫어지는 등장인물이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성격과 행동을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요시키라는 인물은 중학교 때에 기회를 노려 명성을 누렸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러한 능력을 쓸 수 없게 되자 혼란한 시기를 보낸다. 이때 그의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비판하는 친구의 말과 침을 튀기면서 말하는 습관에 대한 뒷담화로 트라우마를 얻는다. 그런데 요시키의 성향이 유스케에게 그대로 나타났으며, 그의 여자 친구인 메구미 역시도 전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아 죄책감을 가지고 노숙자를 위한 일을 해왔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이 서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들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답답해졌다. 누군가는 존재의 이유를 우두머리에서부터, 누군가는 혐오감으로부터, 누군가는 죄책감으로부터 찾았다. 그러나 명쾌하게 이유를 찾는 이는 없었다. 깨끗하게 해결이 되지도 않았다. 청춘의 절망 편을 보는 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들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해답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에 찾아가는 길이 서툴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였다.

 

마지막에 항상 갈등을 유발해 존재를 이유를 찾고자 하는 유스케에게 도모야가 큰 조언을 남긴다. 따로 존재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말과 대립이 생겼을 때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원인은 다름이 아닌 이어주는 결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 갈등이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이 두 가지의 조언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찾으라는 말. 나에게는 그 말 한 마디로도 충분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 '비에이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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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 - 사이코패스의 일상을 파고드는 심리스릴러 소설
김남중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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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치 타인처럼 또 다른 시선을 대면하게 된다. / p.147

가끔 매체에서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고,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매체에서 볼 때마다 순수하게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코패스.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게 된 용어인이다. 추격자 영화를 봤을 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영화의 실제 인물이 한국에서 최초로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로 정의가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추격자 개봉 당시에는 미성년자인 나이여서 훨씬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표지에 있는 흰색 원의 문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매체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이코패스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마주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이 책을 보면 나의 의문들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이기식은 정신과 병원을 개업한 의사이다. 또한 공감을 느끼지 못하며, 모멸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사람 또는 동물에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역에 침법하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나, 사회적인 반응이 탑재된 그런 인물. 주변 인물로는 부인 소라와 제자이자 환자인 남아리, 간호사 김예진 등이 있다. 한국으로 15 년만에 땅을 밟은 이진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불미스러운 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 저지른 사건으로 이를 환기시키고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게는 정신적 지주인 데이비드라는 인물이 있다. 한국에 와서는 이기식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김예진과 연인이 되었다.

이기식은 남아리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창문 너머로 본 이진석을 보았고, 이진석은 그러한 이기식의 눈빛에 무언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김예진을 이용해 이기식의 병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고, 남아리를 이용해 이기식을 유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이기식과 이진석의 이야기,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소설이 현실이라면 생각보다 사이코패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게 되면 누구보다 차갑게 차단했으나, 분위기에 따라 사회적인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에 스치는 그들의 조소와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이코패스도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이성으로만 배운 사람으로서 연기했다. 특히, 이기식의 경우에는 라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더욱 사회화된 공감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중간에 동물 학대과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는 하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평탄한 수준이어서 읽는 것이 편했다. 감정 동요가 없는 사이코패스의 생각과 심리를 조금이라도 인지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 조금은 풀렸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를 사이코패스 전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챕터의 마지막에 실린 문단들이 인지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솔직히 공감이 되는 문장들은 아니었으나, 시적으로 적힌 문장들에 자꾸 눈길이 가기도 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답게 이기식이 말하는 심리학 용어나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도 반갑게 느껴졌다. 이기식은 소설 안에서 프로이드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금은 스릴이 넘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의 행위보다는 심리 묘사에 집중이 되어 있기에 그렇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생각과 반응, 감정 등이 자세하게 기술된 소설이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다. 그러한 점이 집중하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550 페이지가 약간 못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혔다. 이렇게 심리 묘사로도 이렇게 스토리를 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사이코패스라면 내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끝난 소설이었다. 비록, 내 예상과 빗나간 정적인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해답과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흥미를 주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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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먼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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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동해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 p.187



이 책은 미국의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이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으며, 장애인의 인식 개선과 인권에 앞장서고 있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이시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복지관을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봉사활동을 했었고,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이 책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디스 휴먼은 독일에서 온 이민자 부부인 베르너 휴먼과 일제 휴먼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인 일제 휴먼은 딸 주디스 휴먼을 위해 타협 없이 세상과 싸웠다. 덕분에 주디스 휴먼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바꾸고자 정당한 방법으로, 민주적으로 싸웠던 인물이 되었다. 처음에 주디스 휴먼을 유치원에 입학시키려고 했으나, 화재 위험 요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도 입학을 거부당해 버스를 타고 먼 지역의 공립학교를 다녔다. 심지어 그 공립학교에서도 비장애학생들이 아닌 장애학생들과 특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학교에 입학해 주변에서 장래희망을 숨기라는 말을 들었다. 재활복지국에서 장래희망을 그대로 말한다면 주디스 휴먼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숨긴 꿈조차도 재활복지국에서는 다른 꿈을 권하며, 돌려서 회유했다. 주디스휴먼은 교사가 되기 위해 교원 자격증을 준비했으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교원 면허를 취득했다.

이후에도 장애 시민권 단체 설립, 자립생활센터와 사원 의원실 입법 보자관에서의 근무,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 차관보 등을 지내며 장애인 인권 행정가로서도 근무했다. 그리고 미국 재활법 504 조 서명을 위해 정부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한 인물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주디스 휴먼이 처음으로 장애인으로서 차별을 인식하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친구와 사탕을 사러 가던 중 어떤 아이가 주디스 휴먼에게 아프냐고 물었다. 그때 휴먼은 인생 모든 것의 의미가 뒤틀어졌다고 서술했다. 사실 장애인이 곧 아픈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마음이 아려왔다.

고등학교 졸업했을 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상에 못 오르게 했던 교장, 건강검진에서 말도 안 되는 문항을 확인하려는 의사, 비행기에서 안전을 이유로 내리라고 했던 승무원. 그동안 휴먼이 겪은 어이없는 일들이 믿기지 않았다.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겪은 적이 없는 일들을 마치 그들에게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익히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던 것은 장애인에 대한 연민이었다. 특히, 비행기에서 위급 상황 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는 승무원의 말에 비장애인 역시도 도움이 필요할 상황일 것이라고 대답하는 휴먼의 대답에서 장애인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장애인들의 욕구와 나아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외에도 장애인으로서 제한된 삶을 살면서 휴먼이 느끼는 현실의 벽 또한 생각할 부분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고민의 가치조차도 없는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법이 그랬다. 사랑을 하고 싶어도 이를 고민하는 모습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음에도 움츠러드는 모습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지만, 사회에 속하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법까지 나아가기에는 아직 더딘 편이다.

이와 반대로 농성으로 바깥에 나갈 수 없을 때 유리문 너머로 청각장애인들과 수어로 소통하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참 아름다웠다. 유리라는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된다는 자체가 장애인들이 현실의 벽을 넘어 소통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디스 휴먼이 재활복지국에서 장애인의 교육과 인권에 대해 바꾸어나갈 때,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작게나마 변화로 이루어질 때 희망이 보이기도 했었다. 물론, 이는 휴먼이 살고 있는 미국의 당시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접근 기회의 형평성으로서의 평등에 관한 이야기들과 차별금지법의 본질은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기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와 관점에 대한 부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존중과 경청의 자세, 옳지 못한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옳은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끈기와 노력 등 장애 여부를 떠나 인간 주디스 휴먼 그 자체로도 나에게는 큰 영감을 주었다.

전자책으로 밑줄과 나의 생각들을 적어가면서 읽었고, 종이책으로 재독을 하면서 다시 마음에 되새겼다. 과연 나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지금까지 노력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인간이 아닌 그들과 이 사회를 동행할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살아갈 길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다.

<출판사 '사계절'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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