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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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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 p.42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모야와 유스케는 같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단짝 친구이다. 항상 붙어서 다니지만, 성격부터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 도모야는 다소 조용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을 가졌고,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는 취미가 없다. 유스케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하는, 약간 리더형의 성격을 가졌으며,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도모야가 병원에 누워있는 상황에 유스케가 정성스럽게 지키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유스케보다는 도모야의 시선에 따라 소설을 읽었다. 아무래도 도모야와 비슷한 성격이기도 하고, 공감이 되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이입해서 봤던 것 같다. 특히, 항상 무언가에 앞장서는 유스케와 다르게 어느 집단에도 확실하게 속하지 않았던 도모야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집단 속의 그라데이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 지지하는 정도에 따라 스펙트럼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데, 가운데가 아니더라도 차이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무엇보다 이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흑백논리. 현대 사회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수용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도모야에게 시선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유스케의 말과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우두머리의 역할로서 나아가는 것은 좋다. 다소 직설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표현을 주장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유스케는 속 빈 강정이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보다는 사람 간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독불장군 유형의 인간. 거기에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상황과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해 살아가는 게 내 상식으로서는 그의 태도 자체에 조금 불편함이 들었고, 마지막 결말까지 보고 나니 더욱 싫어지는 등장인물이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성격과 행동을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요시키라는 인물은 중학교 때에 기회를 노려 명성을 누렸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러한 능력을 쓸 수 없게 되자 혼란한 시기를 보낸다. 이때 그의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비판하는 친구의 말과 침을 튀기면서 말하는 습관에 대한 뒷담화로 트라우마를 얻는다. 그런데 요시키의 성향이 유스케에게 그대로 나타났으며, 그의 여자 친구인 메구미 역시도 전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아 죄책감을 가지고 노숙자를 위한 일을 해왔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이 서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들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답답해졌다. 누군가는 존재의 이유를 우두머리에서부터, 누군가는 혐오감으로부터, 누군가는 죄책감으로부터 찾았다. 그러나 명쾌하게 이유를 찾는 이는 없었다. 깨끗하게 해결이 되지도 않았다. 청춘의 절망 편을 보는 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들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해답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에 찾아가는 길이 서툴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였다.
마지막에 항상 갈등을 유발해 존재를 이유를 찾고자 하는 유스케에게 도모야가 큰 조언을 남긴다. 따로 존재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말과 대립이 생겼을 때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원인은 다름이 아닌 이어주는 결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 갈등이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이 두 가지의 조언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찾으라는 말. 나에게는 그 말 한 마디로도 충분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 '비에이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