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기억 - 사이코패스의 일상을 파고드는 심리스릴러 소설
김남중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그리하여 마치 타인처럼 또 다른 시선을 대면하게 된다. / p.147

가끔 매체에서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고,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매체에서 볼 때마다 순수하게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코패스.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게 된 용어인이다. 추격자 영화를 봤을 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영화의 실제 인물이 한국에서 최초로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로 정의가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추격자 개봉 당시에는 미성년자인 나이여서 훨씬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표지에 있는 흰색 원의 문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매체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이코패스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마주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이 책을 보면 나의 의문들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이기식은 정신과 병원을 개업한 의사이다. 또한 공감을 느끼지 못하며, 모멸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사람 또는 동물에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역에 침법하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나, 사회적인 반응이 탑재된 그런 인물. 주변 인물로는 부인 소라와 제자이자 환자인 남아리, 간호사 김예진 등이 있다. 한국으로 15 년만에 땅을 밟은 이진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불미스러운 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 저지른 사건으로 이를 환기시키고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게는 정신적 지주인 데이비드라는 인물이 있다. 한국에 와서는 이기식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김예진과 연인이 되었다.

이기식은 남아리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창문 너머로 본 이진석을 보았고, 이진석은 그러한 이기식의 눈빛에 무언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김예진을 이용해 이기식의 병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고, 남아리를 이용해 이기식을 유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이기식과 이진석의 이야기,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소설이 현실이라면 생각보다 사이코패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게 되면 누구보다 차갑게 차단했으나, 분위기에 따라 사회적인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에 스치는 그들의 조소와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이코패스도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이성으로만 배운 사람으로서 연기했다. 특히, 이기식의 경우에는 라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더욱 사회화된 공감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중간에 동물 학대과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는 하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평탄한 수준이어서 읽는 것이 편했다. 감정 동요가 없는 사이코패스의 생각과 심리를 조금이라도 인지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 조금은 풀렸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를 사이코패스 전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챕터의 마지막에 실린 문단들이 인지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솔직히 공감이 되는 문장들은 아니었으나, 시적으로 적힌 문장들에 자꾸 눈길이 가기도 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답게 이기식이 말하는 심리학 용어나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도 반갑게 느껴졌다. 이기식은 소설 안에서 프로이드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금은 스릴이 넘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의 행위보다는 심리 묘사에 집중이 되어 있기에 그렇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생각과 반응, 감정 등이 자세하게 기술된 소설이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다. 그러한 점이 집중하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550 페이지가 약간 못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혔다. 이렇게 심리 묘사로도 이렇게 스토리를 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사이코패스라면 내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끝난 소설이었다. 비록, 내 예상과 빗나간 정적인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해답과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흥미를 주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출판사 '바른북스'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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