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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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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견하고 우는 것은 인간뿐이다. / p.60
태어나서 강아지를 두 번 키웠다. 첫 번째는 주택에 살던 시절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당시 너무 어린 나이여서 함께 놀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름이 바둑이라는 사실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유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두 번째는 리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하늘로 보냈던 강아지. 가장 힘들고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던 터라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많은 추억들이 기억에 남지만 떠나기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어 서러워 울던 날에 강아지가 했던 행동. 나와 딱 붙어서 뱀처럼 몸을 말고 있었는데 그 체온이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못해 주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도 나를 위로해 주었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은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소설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섣불리 다른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지는 않지만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의지했던 그 친구를 떠올리고자 했던 생각도 있었다.
하나하나 다 공감이 되면서 울컥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두면서 나름 큰 위로를 받았기에 더욱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목차가 강아지의 종으로 되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치와와나 시바견, 셰퍼드, 웰시 코기 등 나름 익숙한 이름들도 있었지만 보르조이,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어서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사진을 보고 상상하면서 읽었다.
<치와와>는 치와와 강아지와 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와 시골에 내려와 살던 남자는 딸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병에 걸리게 되었다. 역시나 딸들은 아버지를 무시하면서 병에 걸린 엄마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바빴다. 의지하거나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그에게 유일한 존재는 아홉 살의 암컷 치와와 루비이다. 주인공을 보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평소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어서 그렇게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독 아버지를 잘 따랐던 강아지였다. 이래서 우리 아버지도 강아지를 그렇게 아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르조이>는 보르조이와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잊지 못해 새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주인공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은 키우던 강아지인 레일라에게도, 동급생에게도 무시를 받았는데 어느 날 동급생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집에 오자 레일라가 주인공 소년의 얼굴을 핥아 준다. 그러면서 소년과 레일라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새 아버지와도 조금은 가까워진 관계가 된다. 동물이 사람의 감정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면서 소년과 강아지의 우정에 감동받았고, 한편으로는 레일라가 나보다 더 낫다는 자책이 들었던 부분도 있다.
<시바>는 시바견과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쓰나미로 인해 어머니와의 연락이 끊기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키우던 강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찾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강아지로 인해 변화된 어머니의 모습과 주인공의 죄책감이 무엇보다 잘 표현된 소설이어서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이 아련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웰시코기 펨브룩>은 버림받은 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 주인에게서 폭력을 받고 구조가 되었으나 마음을 열지 않아 고민하던 중 주인공이 나서서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비친다. 처음에는 케이지에서 나오지 않던 루크는 주인공이 키우던 다른 강아지를 점차 따르기 시작하면서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들보다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였다. 비단 강아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애조차도 사라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상기시키게 되었다.
<저먼 셰퍼드>는 셰퍼드와 트라우마를 가진 한 여성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강아지에게 심하게 물렸던 경험이 있어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등산을 하던 날에 셰퍼드 메구와 함께 올라오는 한 남자를 보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가까이 있지 못한다.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전하자 그 남자는 주인공을 물었던 강아지도 불쌍하다는 말을 전한다. 사실 이 내용의 결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었다. 매체를 통해 강아지가 피의 맛을 보면 지속적으로 문제 행동을 하게 되기에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봤기에 더욱 그랬다.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말을 보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공감이 되지는 않았던 내용이었다.
<잭 러셀 테리어>는 테리어를 통해 아들과 추억을 쌓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부인과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의 성화에 테리어 인디를 키우게 된 부인은 강아지의 문제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주인공은 강아지를 부탁하는 부인에게 생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을 건네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아들이 키울 수 있도록 할 테니 일주일 정도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었다. 부인은 못미더웠지만 강아지를 키우고자 하는 아들의 강경한 태도에 허락하였다. 그렇게 주인공은 아들과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내용 안에서 주인공이 내가 봐도 용서 안 될 일을 했었지만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멋졌다. 생명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들과의 추억을 떠나 생명을 다룰 줄 아는 큰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보게 되었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버니즈 마운틴과 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이혼했을 위기의 부부이다.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이는 강아지가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보다는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의 관계도 좋아진다. 사실 다른 내용과 달리 강아지가 죽음에 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특히, 비슷한 이유로 강아지를 보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엇보다 현실처럼 느껴진 작품이어서 허구의 세계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제발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단순하게 반려동물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분명 마음이 아픈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강아지로 인해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누군가는 치유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반려동물이 주는 변화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던 일곱 마리의 반려견들이 고마웠고, 현실에 있는 반려견들이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