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리용품의 사회사
다나카 히카루 지음, 류영진 옮김 / 호밀밭 / 2022년 4월
평점 :

40년간 기다리셨습니다! / p.128
이 책은 일본 생리용품의 역사와 여성의 월경에 대한 인식을 다룬 사회학 도서이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내용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는 편이기에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읽게 되었다.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 생리용품이 없었던 과거의 처리 방법, 월경을 부정하는 역사, 일본에서 등장하는 생리용품 회사의 역사, 현재 생리용품과 관련된 이슈로 나누어져 있다. 일본의 논문이나 신문기사 등의 내용들이 실려 있어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없어서 읽기에는 쉬웠지만, 일본의 역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배경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워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사실들이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일회용 생리용품이 보편화되기 전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비싼 가격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생리용품을 자주 교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탈지면과 거즈를 활용해 안으로 밀어넣는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안에서 빠지지 않거나 내부에 염증이 생기는 등 위생상으로도 큰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생리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나에게는 재미있게 다가왔던 파트였다. 천 생리용품을 햇빛이 드는 곳이 아닌 안 보이는 헛간에서 건조한다거나 어머니로부터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들이 나온다.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검정색 비닐봉지에 넣는다거나 개인용 파우치에 담아서 휴대하는 등 이러한 부분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더러운 피에 대한 인식으로 일주일 간 다른 오두막에서 격리를 하는 문화는 충격적이었는데 네팔의 경우에는 그 문화로 인해 목숨을 잃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다.
1961년에 등장한 안네 냅킨이라는 여성 생리용품에 대한 역사도 흥미로웠다. 안네 냅킨을 성공적으로 이끈 네 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이는 사장 요시코와 PR 과장인 와타리라는 인물이다. 요시코 사장은 터부시되는 월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사장의 생각과 와타리의 광고 전략이 여성들에게 통했고, 안네 냅킨은 히트를 쳤다. 특히, 와타리는 남성임에도 여성의 애로사항을 느끼고자 직접 생리용품을 착용하면서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나에게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오늘날의 생리용품에 대한 이슈를 다룬 부분도 깊이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었다. 요즈음 환경을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천으로 만든 생리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부분이 맞는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현재 일본의 생리용품 회사들은 분해가 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있으며, 화학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도 최대한 해가 되지 않는 소재로 생산한다는 답변들이 실렸다. 저자의 의견으로는 상황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천 생리용품과 일회용 생리용품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옮긴이의 말에서 한국 생리용품의 사회사를 다룬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들었던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지점이 많았기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국의 역사에서 생리용품을 다룬 책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놓고 보더라도 여성이라면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