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다른 세계
안수혜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7월
평점 :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뭐든 할래. / p.19
원래 잘 울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눈물이 없는 편은 아니다. 아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감수성이 올라오기도 한다. 예전과 다르게 마음을 울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훌쩍이는 일도 생각보다 많다. 어렸을 때에는 아예 눈물은커녕 별 감정도 안 들었을 장면이었을 텐데 말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여러 포인트 중에서 엄마는 치트키이자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뭘 하더라도 엄마라는 단어 하나면 알아서 반응할 정도이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들지만 눈물 하나면 무엇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안수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요즈음 여러 경조사를 다니면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의 종착역이 부모님이었다. 그만큼 부모님의 연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시선이 멈추게 된다. 그런 의식의 흐름으로 보게 된 책이 이 소설이다. 무엇보다 줄거리가 가장 관심이 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두 살의 수훈이라는 아이이다. 작별인사도 채 나누지 못할 정도로 갑자기 엄마를 잃었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 어색한 아버지보다는 친구 주은이의 할머니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듯처럼 보이는 아이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친구 주은이는 무엇보다 수훈이에게는 든든한 편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던 수훈이는 주은이를 통해 막다른 세계를 알게 되고, 막다른 세계에서는 위험한 곳이며, 가게 된다면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경고와 조건을 들었다. 엄마와 만나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할머니께 부탁해 6일간 막다른 세계를 찾아갈 기회를 받는다. 그곳에서 세 명의 친구를 만나 엄마를 찾는 여정에 떠난다.
예고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그런데 엄마를 떠나 보낸다는 감정을 아직까지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겠지만 말이다. 성인에게도 이기기 힘든 이 감정을 열두 살의 소년에게는 더욱 버거웠을 것이다.
읽는 내내 수훈이의 마음이 와닿았다. 엄마를 보고 싶어 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해 막다른 세계를 건너고자 하는 그 마음. 아마 그동안 엄마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과거의 후회가 주된 감정이었다면 아마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열두 살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정도로 성숙한 나이가 아닌 그저 철이 없었던 초등학생이다. 학원 결석과 뽑기 기계에서 용돈을 탕진하고도 엄마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성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느끼는 그런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수훈이는 후회보다는 그리움을 느꼈다.
수훈이는 엄마를 보내고도 내색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막다른 세계에서 느낀 어려움과 위험을 헤쳐나가면서도 아버지를 향한 감정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초등학생으로 보였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법을 터득한 성인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수훈이가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느낌으로 내내 읽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른으로서 감정과 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어린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아이들도 내용 자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엄마를 잃은 수훈이의 감정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조금 더 수훈이의 입장에 가깝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부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과연 수훈이었다면 할머니의 경고에 막다른 세계에 내려갈 수 있을까. 아마 크게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보고 싶고, 또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위험한 세상에서 막연하게 엄마를 찾아 나설 수 있으냐고 묻는다면 꿈에서 엄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훈이의 선택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이것 또한 내일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초등학생의 설정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설로나마 생각하기 힘들었던 엄마의 부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철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수훈이와 같은 이인 것 같다. 그래서 수훈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모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