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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로라 데이브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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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나도 잃어버린 거야. / p.12
누군가에게 나의 정보나 감정을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 본의 아니게 숨기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와 굳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의 짐을 주고 싶지 않은 느낌. 전자는 정보일 때, 후자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일 때 주로 그렇다. 그러나 부부 사이는 예외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부 사이에는 비밀이 적으면 좋다고 생각이다. 물론, 비상금에 관한 문제는 또 다르다.
이 책은 로라 데이브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갑자기 믿고 의지하던 남편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하다못해 친구가 사라져도 오만 감정이 들 텐데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이 없다는 게 상상되지 않았다. 부인이 어떻게 남편을 찾아 나설지, 그리고 남편이 부인에게 숨기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해나는 할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한 지 갓 일 년 정도 된 신혼이다. 남편인 오언 마이클스와 오언의 딸인 베일리라는 열여섯 살 여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오언과 해나 사이는 좋은 듯하나, 베일리는 해나를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해나는 베일리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정이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늘 연락을 주던 시간에 남편의 연락이 없다. 확인해 보니 베일리를 잘 부탁한다는 메모지 한 장만 발견되었다. 베일리도 알 수 없는 가방을 받게 되었고, 뉴스에서는 오언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안 좋은 보도가 나온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한 남자가 찾아오고, 남편의 행적을 쫓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의 흔적을 따라 다른 도시로 떠난다.
해나의 심리 상태를 따라 읽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만큼 소설의 몰입감이 대단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그렇게 단숨에 읽게 된 것은 또 오랜만이다. 그동안 봐왔던 추리 스릴러 소설에서 약간 잔인하다고 느낄 모습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것보다는 심리 위주로 긴장하게 만드는 맛이 있어서 더욱 읽기 수월했던 것 같다. (다른 독자들에 비해 잔인의 수위를 다소 낮게 보는 편이다.)
해나에 몰입해서 읽으니 내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남편이 쪽지 하나 남기고 사라졌기에 찾기에도 벅찰 텐데 딸인 베일리를 챙겨야 한다. 거기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남편에 대한 사실들, 남편이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 그 와중에 피어나는 의심 등 여러모로 참 아비규환의 상태이다.
남편의 새로운 사실은 충격이었다. 사실 절망감까지 느꼈다. 그야말로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제목처럼 오언이 해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만 초점에 맞추어서 보다가 예상에 벗어났다. 그 와중에 해나는 더욱 이성적으로 베일리의 협조를 얻어 남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정신을 놓지 않고 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나라면 불안에 떨면서 일을 그르치지 않았을까.
더불어, 딸을 지키고자 했던 오언과 지키고 있는 해나의 시선도 인상이 깊었다. 사실 오언의 선택 자체만 놓고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과연 오언의 방법이 딸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차라리 해나가 더욱 적극적으로 베일리를 지키는 듯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딜을 하고자 하는 내용에서는 모성애라는 것이 꼭 핏줄로만 형성이 되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들었다.
보통의 불안감과 어수선함이 아닌 차분한 긴장감을 주었던 이 소설이 내 취향에는 딱 맞았다. 더불어, 재혼 가족들에게서 나타나는 자녀와 부모의 애착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자신을 생각하는 해나의 진정성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같이 오언을 찾는 베일리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