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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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독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 p.7

얼마 전에 생성 편을 읽으면서 판타지에 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생각이 곧 판타지와 거리를 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는데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안에 한두 권 정도는 도전하고 싶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아직 무슨 책을 읽을지 즐거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시작은 반이라고 했으니 조금 더 독서 취향을 넓혀가고 싶다.

이 책은 티머시 힉슨의 작가들을 위한 도서이다. 불과 얼마 전에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을 읽고 이어서 구동 편을 읽었다. 생성 편이 새로운 내용 투성이여서 흥미로웠다. 판타지의 세계와 호기심을 주었는데 이제 생성 편에 등장한 영화나 소설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미리 인터넷으로 읽은 상황이었기에 이해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기대처럼 생각보다 수월했다. 생성 편에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의 경우에는 오히려 반갑다고 느낄 정도로 익숙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여전히 보지 못했지만 전에 터득했던 요약 읽은 후 본 내용 읽기로 더욱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고, 그 부분은 여전히 큰 도움을 받았다. 새로 등장한 소설과 영화들도 머릿속에 이야기가 그려질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느끼면서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수월하게 읽혔던 이유가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적응의 효과도 있겠지만 전편보다 개인적이면서도 미시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반부터는 전편과 똑같이 거시적인 세계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중반까지는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위기와 성장, 주인공에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스승,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예시로 등장하는 소설들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최근에 읽었던 레인보 로웰의 엘레노어&파크(한국어로 나온 책의 이름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등 익숙한 내용의 소설이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마법에 집중했던 전편과 달리 주인공 자체에 집중했기에 꼭 판타지와 SF 소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설들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더 큰 도움이 되었다.

플래시백에서 사용에 유의해야 하는 서술어나 인물과 독자 간의 거리감을 줄 수 있는 필터 단어 사용에 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저자가 구체적인 소설의 예를 들어 비교해 주니 확실히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편에 등장했던 소프트 마법 체계를 활용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예시로 들어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주었다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3 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내용이 조금 깊게 들어갔다. 오히려 중반 이후부터는 생성 편보다는 더욱 무겁다고 느껴졌는데 종교나 서양의 역사가 등장해 역사 서적을 읽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사실 그렇게 서양사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계급에 따라 장소의 이름이 정해진다는 게 나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체스터도 라틴어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박지성 선수의 영향으로 맨체스터라는 지명이 익숙한 편인데 그에 대한 유래도 커다란 맥락에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생성 편을 끝내면서 "독자를 위한 세계관 이해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었다. 이어서 읽은 구동 편은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에 가깝다. 이해를 하고 구동편을 읽는다면 무엇보다 촘촘하고도 섬세한 소설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큰 용기가 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해리 포터의 세계 못지 않는 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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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수업 -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담긴 입문서
조이현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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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성숙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격의 극치다. / p.68

철학에서 답을 찾는다. 그래서 항상 철학 도서를 조금이나마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다. 지적으로 뭔가 정보를 얻는 것을 떠나서 가끔은 힘들 때 이정표가 되거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에 대해 깊이 사유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늘 옆에 두고 천천히 공부하고 싶다.

이 책은 조이현 작가님의 철학에 대한 서적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없었다. 대부분 철학 도서들이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한 페이지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 속에 담긴 인문학이라는 말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철학 도서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하나의 철학을 읽게 되었다.

예상한 것처럼 크게 부담감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심지어 철학자의 이름들도 나오지 않아서 더욱 쉽게 읽혔다. 그러면서도 삶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거나 새기면 좋을 이야기들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경우에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를 행동과 생각으로 옮기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총 백 가지의 명언들이 실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명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7 번의 <손과 발 때문에 생기는 근심보다 혀와 입 때문에 생기는 근심거리가 더 많다>는 말의 무거움을 느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혀는 입안에 든 흉기이기 때문에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말만 꺼내어 더럽히지 말자는 내용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59 번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생각이지만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근면이다>는 근면한 삶을 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최초의 발명에는 근면한 자의 손이, 최초의 발견에는 근면한 자의 발이 있다는 말이 가장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이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는 이 말이 뼈를 때린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근면하게 움직이면 무엇이든 할 테니 조금은 부지런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47 번부터 50 번까지의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미혼이어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무조건 부모가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안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시대가 변해 가치관이 다른 부분인 것 같다. 

사회나 가치관이 변했다고 해도 명언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어려운 일을 경험하고 이를 이겨내면서 성장해가고, 성장하면서 지혜를 터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쉬운 철학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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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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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졸업식을. / p.102

초등학교 때부터 서른이 넘는 지금까지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내가 겪었거나 마음 아팠던 일들이 조카와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역사에 실릴 내용들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역사 시간을 통해 일제 강점기를, 유신 체제를, 민주화 운동을 사진과 글로 봐왔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분들께서 느끼셨던 안타까움과 절망들이 지금까지의 내 심정과 비슷할까.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이었을까.

이 책은 고원정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금까지 봤던 다양한 역사 소설이 떠올라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소설을 통해 느낄 때가 많은데 같은 맥락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마치 일기처럼 날짜별로 정리가 되어 있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1963년부터 2019년 사이에 샛별 클럽의 이야기이다. 문창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강창성 선생님의 권유 아닌 권유로 샛별 클럽의 일원이 된다. 십 년에 한 번씩 클럽 모임을 가지자는 말도 나올 정도로 꽤 끈끈한 모임인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는 문인호라는 학생이다. 2019년 미혜와 만나게 된 인호는 1963년부터의 이야기를 꺼낸다.

클럽에 속한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어려움을, 그 안에서도 희노애락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반공으로 몰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하고, 반공을 외치면서 친구들을 배신하는 친구도 있고, 티끌 모아 힘을 합쳐 가게를 대신 구매해 주기도 한다. 친구를 사랑하기도 하고, 남녀의 정을 느끼기도 하고, 청춘의 시기에서 새로운 인원들을 샛별 클럽으로 끌어들인다. 십 년에 한 번 모여서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살아간다. 물론, 그게 무조건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개인의 일생들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학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산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다. 샛별 클럽을 만든 강창성 선생님의 행방과 당시 아이들이 경찰서로 끌러간 이유는 문창간첩단 사건이 빌미가 되었다. 이들을 빨갱이로 신고했던 것이었다.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장난이나 비난으로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설에서 주는 느낌과 모습들 무거웠다. 단어 사용을 지양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유신 체제에서 대학생들의 이야기와 민주화 운동을 소설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절망이 가득한 상황에서 민주화라는 희망을 품고 정부와 싸우는,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청춘의 모습들이 그렇다. 역사 교과서에 실린 사진이 그대로 글로 풀어진 듯했다. 그 안에서도 국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클럽의 친구들이 있었고, 반대로 유신 체제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배신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관계들이 묘하게 긴장감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문인호의 군대 동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그는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만으로 군대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받는다. 빨갱이라는 말이 따라 왔으며, 앞에서 조롱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데 문인호는 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지역 갈등이 없다고는 하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아직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부모님 세대의 역사임에도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는데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개인의 안타까운 상황들과 당시 시대의 아픈 연대기는 새로우면서도 우울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무조건적으로 어둡지만은 않게 느껴졌던 것은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들 속에서도 낭만을 지키고자 했던 샛별 클럽의 일원들 때문이었다. 절망과 희망이 공존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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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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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다. / p.46

드라마 소재를 보고 있으면 늘 일정 주기를 두고 큰 인기를 얻는 장르 중 하나가 역사 로맨스 장르 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 때에는 송중기 배우 주연의 성균관 스캔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박보검 배우 주연의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렇다. 그 외에도 도경수 배우 주연의 백일의 낭군님, 얼마 전에는 박은빈 배우 주연의 연모 라는 작품이 꽤 인기가 있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역사가 나오면 작아지는 나의 지식 때문에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조영주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역사 로맨스 장르는 생소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이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문구였다. 갑을병정의 을과 시집 할 때 집이 합쳐졌다는 사실은 잘 알겠는데 하나의 단어로서 보니 도통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금오신화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너무 궁금했던 관계로 선택하게 되었다. 

성종 시대에 전라 지역의 관찰사 이극균에게는 딸 이비가 있다. 그리고 옆에는 마을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남의 관노비 박비가 있다. 이비와 박비는 친남매처럼 사이가 좋다. 어느 날, 이극균의 꼬투리를 잡고자 찾아온 정훼가 공혜왕후와 비슷한 외모의 한 여인을 본다. 꿈이었어야 맞는 이야겠지만 정훼는 전라 지역을 전체 찾아 그 여인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극균은 딸인 이비의 비밀이 밝혀지고,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비와 박비는 도망을 친다.

도망을 치는 과정에서 김시습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고전문학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그 이름을 말이다. 김시습은 이비를 숨겨주면서 조력자의 인물이다. 또한, 사건 전체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키를 쥐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조선 시대의 정치가였던 한명회가 갈등 관계로,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과 그의 아들 안소희가 등장하고, 사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박팽년이 언급되는 등 역사에서 실제 인물들의 이름이 참 반가웠다.

내용 중에는 금오신화를 오마주해 풀어낸 이야기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고, 대놓고 엮이지는 않지만 이비와 박비의 사랑, 성종의 순정적인 사랑 등이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뻔한 클리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금오신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금오신화와 담을 쌓았기에 내용을 잊어서 조금 아쉽다고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읽고 다시 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금오신화의 병집, 정집 등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역사 로맨스라면 환영이다. 역사적인 지식과 로맨스의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소설이었다. 덕분에 현대 로맨스에서 벗어나 타임 슬립을 하고 떠난 조선 시대의 로맨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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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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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이 보이는 사랑이었다. / p.13

개인적으로 속편이 나오거나 시리즈가 길게 이어지는 소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계속 기다려야 하는 게 싫기도 하고, 길면 좋은 기대감보다는 지루함이 더욱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소설도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 소설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짧고 부담없이 읽기 좋아서 그렇다.

이 책은 이치조 미사키의 스핀오프 소설이다. 전작 소설 표지가 너무 익숙하기는 했는데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는 평과 그냥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였다는 평으로 주변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전작은 왜 안 읽었을까 싶다. 아예 내용을 모르는 상태여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이즈미라는 대학생이다. 주된 이야기는 이즈미의 첫사랑 이야기로, 도루와 마오리가 등장한다. 마오리는 이즈미의 친한 친구이지만 기억 장애를 앓고 있다. 도루는 학창 시절 이즈미의 남자 친구인데 이즈미는 친구의 애인을 좋아한다. 지독한 첫사랑과 짝사랑은 대학교에서도 이어진다. 이성을 만나지 않으면서 지내던 이즈미에게 도루를 닮은 후배가 고백해온다. 사귀는 것을 수락하지만 몇 가지의 조건을 건다.

초장부터 파국이었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참 당황스러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친구의 애인을 좋아한다는 게 그렇게 좋은 느낌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이즈미가 도루보다는 마오리를 더 생각했기에 이를 감추었던 사실 하나가 나에게는 책을 넘길 수 있는 이유였다. 아마 현실이었다면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막장의 우정 치정극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즈미가 후배에게 걸었던 조건 역시도 그렇다. 연애는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게 너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좋아해서 고백을 했는데 좋아하지 말라고 하니 후배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의미일지도, 아니면 장난하는 건지 헷갈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라면 후자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동시에 마음이 식었을 텐데 후배는 그 약속을 수락하면서 이즈미와 연애를 시작한다. 사실 연애라고 하기에는 친구와 비슷한 관계로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데이트도 이즈미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면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절절한 짝사랑의 관계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도루를 사랑했던 이즈미, 알 수 없는 조건을 수락하면서까지 이즈미를 사랑했던 후배, 거기에 이즈미와 마오리의 우정까지도 참 마음이 아프면서 절절했다. 이즈미가 후배에게 그런 조건을 걸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해가 됐다. 첫사랑과 비슷한 면을 가진 후배를 보면서 도루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지 사랑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네 사람과 주된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덮고 보니 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또한, 전편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스핀오프 소설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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