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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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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졸업식을. / p.102
초등학교 때부터 서른이 넘는 지금까지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내가 겪었거나 마음 아팠던 일들이 조카와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역사에 실릴 내용들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역사 시간을 통해 일제 강점기를, 유신 체제를, 민주화 운동을 사진과 글로 봐왔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분들께서 느끼셨던 안타까움과 절망들이 지금까지의 내 심정과 비슷할까.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이었을까.
이 책은 고원정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금까지 봤던 다양한 역사 소설이 떠올라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소설을 통해 느낄 때가 많은데 같은 맥락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마치 일기처럼 날짜별로 정리가 되어 있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1963년부터 2019년 사이에 샛별 클럽의 이야기이다. 문창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강창성 선생님의 권유 아닌 권유로 샛별 클럽의 일원이 된다. 십 년에 한 번씩 클럽 모임을 가지자는 말도 나올 정도로 꽤 끈끈한 모임인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는 문인호라는 학생이다. 2019년 미혜와 만나게 된 인호는 1963년부터의 이야기를 꺼낸다.
클럽에 속한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어려움을, 그 안에서도 희노애락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반공으로 몰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하고, 반공을 외치면서 친구들을 배신하는 친구도 있고, 티끌 모아 힘을 합쳐 가게를 대신 구매해 주기도 한다. 친구를 사랑하기도 하고, 남녀의 정을 느끼기도 하고, 청춘의 시기에서 새로운 인원들을 샛별 클럽으로 끌어들인다. 십 년에 한 번 모여서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살아간다. 물론, 그게 무조건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개인의 일생들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학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산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다. 샛별 클럽을 만든 강창성 선생님의 행방과 당시 아이들이 경찰서로 끌러간 이유는 문창간첩단 사건이 빌미가 되었다. 이들을 빨갱이로 신고했던 것이었다.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장난이나 비난으로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설에서 주는 느낌과 모습들 무거웠다. 단어 사용을 지양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유신 체제에서 대학생들의 이야기와 민주화 운동을 소설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절망이 가득한 상황에서 민주화라는 희망을 품고 정부와 싸우는,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청춘의 모습들이 그렇다. 역사 교과서에 실린 사진이 그대로 글로 풀어진 듯했다. 그 안에서도 국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클럽의 친구들이 있었고, 반대로 유신 체제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배신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관계들이 묘하게 긴장감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문인호의 군대 동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그는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만으로 군대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받는다. 빨갱이라는 말이 따라 왔으며, 앞에서 조롱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데 문인호는 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지역 갈등이 없다고는 하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아직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부모님 세대의 역사임에도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는데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개인의 안타까운 상황들과 당시 시대의 아픈 연대기는 새로우면서도 우울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무조건적으로 어둡지만은 않게 느껴졌던 것은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들 속에서도 낭만을 지키고자 했던 샛별 클럽의 일원들 때문이었다. 절망과 희망이 공존했던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