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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평점 :

나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다. / p.46
드라마 소재를 보고 있으면 늘 일정 주기를 두고 큰 인기를 얻는 장르 중 하나가 역사 로맨스 장르 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 때에는 송중기 배우 주연의 성균관 스캔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박보검 배우 주연의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렇다. 그 외에도 도경수 배우 주연의 백일의 낭군님, 얼마 전에는 박은빈 배우 주연의 연모 라는 작품이 꽤 인기가 있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역사가 나오면 작아지는 나의 지식 때문에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조영주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역사 로맨스 장르는 생소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이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문구였다. 갑을병정의 을과 시집 할 때 집이 합쳐졌다는 사실은 잘 알겠는데 하나의 단어로서 보니 도통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금오신화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너무 궁금했던 관계로 선택하게 되었다.
성종 시대에 전라 지역의 관찰사 이극균에게는 딸 이비가 있다. 그리고 옆에는 마을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남의 관노비 박비가 있다. 이비와 박비는 친남매처럼 사이가 좋다. 어느 날, 이극균의 꼬투리를 잡고자 찾아온 정훼가 공혜왕후와 비슷한 외모의 한 여인을 본다. 꿈이었어야 맞는 이야겠지만 정훼는 전라 지역을 전체 찾아 그 여인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극균은 딸인 이비의 비밀이 밝혀지고,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비와 박비는 도망을 친다.
도망을 치는 과정에서 김시습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고전문학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그 이름을 말이다. 김시습은 이비를 숨겨주면서 조력자의 인물이다. 또한, 사건 전체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키를 쥐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조선 시대의 정치가였던 한명회가 갈등 관계로,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과 그의 아들 안소희가 등장하고, 사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박팽년이 언급되는 등 역사에서 실제 인물들의 이름이 참 반가웠다.
내용 중에는 금오신화를 오마주해 풀어낸 이야기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었고, 대놓고 엮이지는 않지만 이비와 박비의 사랑, 성종의 순정적인 사랑 등이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뻔한 클리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금오신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금오신화와 담을 쌓았기에 내용을 잊어서 조금 아쉽다고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읽고 다시 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금오신화의 병집, 정집 등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역사 로맨스라면 환영이다. 역사적인 지식과 로맨스의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았던 소설이었다. 덕분에 현대 로맨스에서 벗어나 타임 슬립을 하고 떠난 조선 시대의 로맨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