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평점 :
처음부터 끝이 보이는 사랑이었다. / p.13
개인적으로 속편이 나오거나 시리즈가 길게 이어지는 소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계속 기다려야 하는 게 싫기도 하고, 길면 좋은 기대감보다는 지루함이 더욱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소설도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 소설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짧고 부담없이 읽기 좋아서 그렇다.
이 책은 이치조 미사키의 스핀오프 소설이다. 전작 소설 표지가 너무 익숙하기는 했는데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는 평과 그냥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였다는 평으로 주변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전작은 왜 안 읽었을까 싶다. 아예 내용을 모르는 상태여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이즈미라는 대학생이다. 주된 이야기는 이즈미의 첫사랑 이야기로, 도루와 마오리가 등장한다. 마오리는 이즈미의 친한 친구이지만 기억 장애를 앓고 있다. 도루는 학창 시절 이즈미의 남자 친구인데 이즈미는 친구의 애인을 좋아한다. 지독한 첫사랑과 짝사랑은 대학교에서도 이어진다. 이성을 만나지 않으면서 지내던 이즈미에게 도루를 닮은 후배가 고백해온다. 사귀는 것을 수락하지만 몇 가지의 조건을 건다.
초장부터 파국이었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참 당황스러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친구의 애인을 좋아한다는 게 그렇게 좋은 느낌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이즈미가 도루보다는 마오리를 더 생각했기에 이를 감추었던 사실 하나가 나에게는 책을 넘길 수 있는 이유였다. 아마 현실이었다면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막장의 우정 치정극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즈미가 후배에게 걸었던 조건 역시도 그렇다. 연애는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게 너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좋아해서 고백을 했는데 좋아하지 말라고 하니 후배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의미일지도, 아니면 장난하는 건지 헷갈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라면 후자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동시에 마음이 식었을 텐데 후배는 그 약속을 수락하면서 이즈미와 연애를 시작한다. 사실 연애라고 하기에는 친구와 비슷한 관계로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데이트도 이즈미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면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절절한 짝사랑의 관계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도루를 사랑했던 이즈미, 알 수 없는 조건을 수락하면서까지 이즈미를 사랑했던 후배, 거기에 이즈미와 마오리의 우정까지도 참 마음이 아프면서 절절했다. 이즈미가 후배에게 그런 조건을 걸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해가 됐다. 첫사랑과 비슷한 면을 가진 후배를 보면서 도루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지 사랑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네 사람과 주된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덮고 보니 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또한, 전편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스핀오프 소설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