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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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게도 보호받아 마땅한 감수성이 있으므로. / p.65

본방송을 챙겨서 보지는 않지만 재방송이나 일을 할 때 bgm처럼 재생해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그냥 생각 하나 없이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이 그렇다. 보통 전자는 신서유기 시리즈와 지구오락실 등의 나영석 pd님의 프로그램들이, 후자는 방구석 1열이나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방구석 1열은 자주 재생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더 자세히 적자면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취미 중 하나이지만 새로운 영화를 찾아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 OTT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자주 보던 영화에서 구멍이 난 사골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영화의 루트를 거의 방구석 1열에서 자주 찾는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영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서이다. 애청하는 프로그램 탓에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읽게 된 책이다. 방구석 1열의 활자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모르는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방구석 1열의 pd님도 계셔서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펼쳤다.

다섯 명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처음 영화라는 판에 발을 붙이게 된 이유부터 영화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 영화에 대한 예찬 등 예상했던 것처럼 프로그램의 활자화였다. 거기에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 제작은 하지 않는 제 3지대의 어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 읽는데 모르는 영화도 상상이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꼭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생생했다.

그 중에서도 김미연 cp님의 <나의 첫 19금 영화>라는 챕터와 김도훈 작가님의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나의 첫 19금 영화>는 제목 그대로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푸른 산호초에 등장하는 야한 장면을 보았고, 서른이 넘어 무법자라는 영화로 19금 영화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에서는 아름다움을 느꼈지만 성인이 되어 본 영화에서는 최악을 경험했던 게 조금은 의아했을 수도 있는데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줄거리상 필요한 장면이라면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마지막 문단의 이야기. 과거 너무나 폭력적이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연출 장면으로 최악으로 남은 영화가 떠올랐다. 성인에게도 지켜야 할 감수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가장 크게 웃었던 파트 중 하나였다. 법학대학이나 의학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두셨던 어머니의 바람과 다르게 김도훈 기자님은 미술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이 의지를 꺾는 실수를 범하셨고, 이후 어머니와 함께 간 영화관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2를 보고 영화광이 되셨다. 결국 어머니의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로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법조인도, 의사도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한다는 이 말이 내내 눈에 박힐 정도로 재미있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는 영화 평론이라는 주제에 맞는 방법이기에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독서 리뷰나 서평도 나름 무언가를 읽고 적는 작업이어서 조금 변형을 시켜 적용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들이셔서 내내 실실 웃으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김도훈 작가님과 배순탁 작가님의 글이 가장 취향에 가까웠다. 서문에도 등장하지만 '라떼'에 대한 이야기여서 90년대 초반 출생인 나는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자주 등장하는 영화 잡지 키노도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처음 들었으며, 왕조현이라는 인물도 드라마로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로 읽혀졌다. 평소라면 라떼에 질색을 했을 텐데 글빨 좋은 라떼 어른들의 추억 팔이가 싫지만은 않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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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밸리로드 - 조현병 가족의 초상
로버트 콜커 지음, 공지민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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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조현병을 유발하는가? / p.197

편견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편견을 깨기 위해 독서의 편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요즈음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여성이기 때문에 편견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바꾸고자 노력했던 것이며, 아직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장애인 분야에 대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자 책을 통해서 많이 습득하려고 한다.

거기에 정신 질환에 대한 시각도 다르게 보고자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집단 중 하나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뉴스나 매체로 조현병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좋은 의미보다는 형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용을 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사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다른 부류에 비해 확실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은 로버트 콜커의 논픽션이다. 조현병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일 년 정도 전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께서 집필하신 도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참 무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시금 나의 편견을 절실하게 경험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거기에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콜도라도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군인 아버지 돈과 가정적인 어머니 미미, 그리고 열두 명의 자녀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화목한 가정인 듯하다. 사진만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가족으로 보인다. 매를 키우면서 단란한 때를 보내는 가족. 무엇보다 바깥 일에 열정적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가정에 헌신하는 어머니, 밝게 자라는 자녀들. 그러나 이 가족에게는 아무에게나 터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다. 

10남 2녀의 열두 명의 자녀 중 여섯 명이 조현병이었던 것이다. 첫 시작은 첫째 아들인 도널드로부터 시작이 된다. 크게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냥 평범한 아들이었던 도널드가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시발점이 되는 일은 모닥불에 뛰어든 일이었다. 그러면서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누구보다 듬직하게 동생들을 책임지던 장남 도널드가 말이다. 이후 둘째 짐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동들을 하면서 집안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다.

이후 셋째 브라이언, 여섯째 조, 매슈와 피터까지 총 여섯 명이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조현병이기는 하지만 여섯 명은 모두 다른 증상을 보인다. 둘째는 형에 대한 질투를 가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동생들을 성추행한다. 셋째는 조현병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살에 이른다. 피터는 집안의 반항아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조는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착실한 성격을 가진 아들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할 때여서 여섯 명의 아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많은 편견과 싸웠다. 주위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특히, 어머니의 교육으로 발현된다는 편견으로 미미는 많은 욕을 들었어야 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자식교육을 잘못 시킨 어머니에 불과했다. 

결혼을 약속한 반려자에게 가정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전쟁터인 집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님을 대신해 아픈 오빠와 형을 챙겨야 하는 부담감 등 다른 동생들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형제자매를 외면했던 다른 이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 큰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문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해 가정보다는 바깥일에 몰두한 아버지 돈과 바깥 시선에만 신경을 쓰느라 조현병에 걸린 아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머니 미미가 그랬다. 특히, 미미는 너무나 엄격한 편이어서 자녀들을 거의 군대처럼 키웠던 것처럼 보였다. 가부장적인 면이 너무나 잘 드러나다 보니 읽으면서도 미미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 

그러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자녀 여섯 명을 책임지고 키우는 미미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는 것이 반복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자녀도 힘들 텐데 여섯 명의 자녀를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려고 하는 게 안타까웠다. 이랬기에 자녀들도 미미를 용서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오빠들을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막내 딸의 모습은 미미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도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참 답답했다. 그래도 돈과 미미 가족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유전학과 환경 등 분명한 원인에 대해 드러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여러모로 참 생각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멀리 보면 아픔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족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조현병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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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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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p.157

평소 괴수가 등장하는 매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우선,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머리에 상상이 되어야 수월하게 읽거나 보는 편인데 괴수는 늘 어렵다. 아무리 머리로 그려도 귀여움만 넘치는 괴수여서 몰입 자체가 힘들다. 그나마 자세하게 묘사가 된다면 디테일하게 생각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너무 징그러운 형태를 띈다. 아무래도 괴수와 잘 맞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맥스 브룩스의 장편 소설이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고른 책이다. 그저 SF 소설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골랐다. 인터넷 서점에서 표지 자체가 익숙했기에 더욱 친근감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인 것 같기도 했다. 표지만 보면 뭔가 헐크가 떠오르는 듯했다.

그린루프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좀비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케이트는 오빠 프랭크의 권유로 친환경 도시인 그린루프에 남편 댄과 함께 들어온다. 그곳에서 모스타르를 비롯한 동네 주민들과 그럭저럭 정답게 지내는 듯하다. 그러던 중 레이니어 산이 화산으로 폭발하면서 고립된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빅풋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린루프는 공포에 잠기고 그들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스타르의 주도로 하나씩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린루프의 구성원 중 하나로 느껴지게 만드는 도입부 때문에 크게 몰입이 되었던 소설이었다. 케이트의 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이 느끼거나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 쓴 내용이기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일기장을 읽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는데 그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허구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빅풋의 존재를 상상하고 똑같이 공포감을 느껴 소름이 돋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케이트의 감정에 무엇보다 크게 이입이 되었다.

거기에 중간에 실리는 선임 연구원과 프랭크의 인터뷰는 더욱 실감을 배로 만들었다. 일기의 내용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빅풋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일기에서 표현되지 못한 빅풋과 유인원의 습성이나 감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던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몰입이 되어 읽다가 정보를 습득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빅풋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도 읽는 재미를 주었지만 그린루프 사람들에 대한 이중적인 면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면서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굳이 예를 들으면 시골의 한적함이 좋아 귀촌을 했지만 도시의 인프라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될까. 분명 친환경을 실천하고자 그린루프로 이사를 왔다면 그동안 살았던 문명의 편리함을 버려야 되는데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거기에 각자가 가진 이기심도 답답하게 만들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다른 마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독단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을 보면서 인류애가 채워지기도 했다. 인간의 양면성을 소설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 빅풋의 존재가 늦게 드러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이를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다 보니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좀비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인간성에 대한 묘사나 모습들과 스토리의 흐름이 그것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좀비 스릴러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트가 느꼈던 공포감이나 불안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적나라해서 와닿을 수 있었고 인간이라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유독 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빅풋의 오싹함과 심리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영상으로 실현되는 빅풋의 존재와 인간 심리 묘사가 무엇보다 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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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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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있는 피에 물든 칼날. / p.351

예언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불신하는 편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사주팔자와 타로도 마찬가지다. 가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보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틀리다. 예전에는 만족하거나 안정을 찾을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요즈음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괜히 좋은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결과가 반대로 되었을 때 실망감을 느끼기 싫어서 그렇다.

이 책은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 소설이다. 여름이다 보니 확실히 호러 소설이 끌리는 것 같다. 사실 평소 독서 취향이라면 쳐다 볼 소설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하나씩 호러 소설을 읽다 보니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이 소설도 골랐다. 전작이 나름 호평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소설이 흥미를 준다면 전작도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준과 하루오, 소사쿠라는 세 친구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소사쿠는 그래도 대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의 기대에 맞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게 되면서 절망을 가진다. 이를 위로하고자 하루오는 친구들과 함께 예언의 섬인 무쿠이 섬으로 여행을 간다. 무쿠이 섬은 한 영능력자인 유코가 자신이 죽고 난 20년 후에 여섯 명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 곳이다. 하루오는 유코가 예언한 그날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방문한 것이다.

그곳에서 가지 말라고 말하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이상한 이유로 숙박을 취소하는 여관 주인을 만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잘 곳을 잃은 세 친구는 당황하다 겨우 섬에 있는 다른 여관에서 자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그 여자를 포함한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어머니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친구인 하루오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공포에 물들었다.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분위기가 으스스하면서 기괴하다. 외지인을 적대시하는 마을 사람들과 유명한 영능력자의 저주, 이상한 소문 등 등장하는 인물들과 벌어지는 일들 자체가 섬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언을 믿지 않은 사람인데 소설의 이야기에 이입을 하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영적 괴물이나 죽이는 살인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상상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나 괴물을 살인자로서 의심을 했다면 중반부터는 있는 구성원들 중에서 하루오를 죽인 범인을 추리하면서 읽었다. 몰입보다는 의심해서 제 3의 인물이 되어 소설을 즐겼다. 그러면서 진짜 예언한 것처럼 여섯 명이 죽을까 또는 죽게 되는 여섯 명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기에 여섯 명이 죽겠다 싶으면서도 아무리 봐도 살인할 동기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죽을지도 가늠이 쉽게 되지 않았다.

원인과 사람을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인류애도 사라지게 했다. 특히, 외지인을 적대시하거나 안 좋은 일들을 쉬쉬하면서 이를 넘기는 섬 사람들에 대한 이중성이 그랬다. 조금은 친절하게 대할 법도 하지만 섬 사람들은 하루오를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불친절하다. 심지어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숙박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는 비단 소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매체로 섬의 폐쇄성이 원인이 된 다양한 범죄 사건들을 접했다. 이게 현실적으로도 와닿는 이야기여서 더욱 분노가 치밀었던 것 같다.

예상과 빗나가는 결말이기는 했지만 그게 더욱 와닿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섬의 폐쇄성과 더불어 너무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현재도 일어나고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가족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호러와 현실을 같이 잡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호러의 두근거림과 현실의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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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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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농도는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 / p.156

과거의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강아지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고양이라는 동물에 큰 관심도 없었다. 강아지를 보면 누구보다 크게 반응을 보이지만 고양이는 그냥 동물이어서 귀엽다는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주변에 유기묘를 키우는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강아지처럼 내 무릎에 앉는 고양이를 보면서 시선이 갔던 적이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 중 어떤 동물을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강아지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에 키웠던 경험도 있을 뿐더러 강아지를 조금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가다 고양이를 보면 괜히 간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강경 강아지파이기보다는 샤이 고양이파 또는 고양이 입덕 부정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김은혜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에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에 발견한 책이다. 거기에 표지부터 귀여움이 넘치는 고양이 사진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다 보니 뭔가 고양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인 김상수는 카페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는 상무님이다. 처음에는 인간이 상무 자리에 올라가기도 힘든데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질투의 감정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보니 직업 정신이 투철한 고양이 상무님이었다. 고객이 오면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역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 카페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면서 홍보 효과도 내고 있다.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망설이는 누구보다 훨씬 낫다. 상무 직함은 괜히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

상수로부터 시작되어 저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먼저 다가가는 손님과 거리를 두는 상수의 모습을 보면서 기다림이 하나의 소통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나 인간의 생애 주기와 다른 고양이의 시간을 느끼면서 인간도 각자의 생애 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다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사실 고양이 자체의 모습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넘길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비추어 무언가를 성찰할 수 있다는 게 좋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주인만 보던 상수가 카페에 있기 시작하면서 다른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행동을 보였다. 저자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느낀 내용으로부터 시작해 자기 수용에 대한 관점이 나온다. 자기 수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들과 타협해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상수가 행복해지는 것이 타협이며, 상수는 주인의 것이 아닌 상수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기에 자기 수용의 관점이 다시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의 조언이자 정답인 내용이다. 어니 J. 젤린스키가 집필한 책의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결정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 들어 계속 고민하거나 머뭇거리게 되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살 때 저자는 교회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고민을 거듭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할 때 멈칫하지만 그때처럼 기회를 날리는 것보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실패를 하더라도 시작하고 나중에 참고해서 더 좋은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다. 사실 완벽한 선택을 위해 결정을 유예하는 일이 많은데 불확실한 일에 완벽한 선택이라는 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고양이로부터 이렇게 크게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읽다가 문득 좋아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피질의 저주라는 이야기로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났다. 생각보다 인간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덤으로 중간에 실린 상수의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인생의 의미와 힐링을 동시에 주었던 김상수 상무님의 이야기로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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