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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밸리로드 - 조현병 가족의 초상
로버트 콜커 지음, 공지민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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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조현병을 유발하는가? / p.197
편견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편견을 깨기 위해 독서의 편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요즈음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여성이기 때문에 편견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바꾸고자 노력했던 것이며, 아직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장애인 분야에 대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자 책을 통해서 많이 습득하려고 한다.
거기에 정신 질환에 대한 시각도 다르게 보고자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집단 중 하나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뉴스나 매체로 조현병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이 되기 때문이다. 이게 좋은 의미보다는 형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용을 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사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다른 부류에 비해 확실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은 로버트 콜커의 논픽션이다. 조현병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일 년 정도 전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께서 집필하신 도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참 무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시금 나의 편견을 절실하게 경험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거기에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콜도라도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군인 아버지 돈과 가정적인 어머니 미미, 그리고 열두 명의 자녀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화목한 가정인 듯하다. 사진만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가족으로 보인다. 매를 키우면서 단란한 때를 보내는 가족. 무엇보다 바깥 일에 열정적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가정에 헌신하는 어머니, 밝게 자라는 자녀들. 그러나 이 가족에게는 아무에게나 터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다.
10남 2녀의 열두 명의 자녀 중 여섯 명이 조현병이었던 것이다. 첫 시작은 첫째 아들인 도널드로부터 시작이 된다. 크게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냥 평범한 아들이었던 도널드가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시발점이 되는 일은 모닥불에 뛰어든 일이었다. 그러면서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누구보다 듬직하게 동생들을 책임지던 장남 도널드가 말이다. 이후 둘째 짐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동들을 하면서 집안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다.
이후 셋째 브라이언, 여섯째 조, 매슈와 피터까지 총 여섯 명이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조현병이기는 하지만 여섯 명은 모두 다른 증상을 보인다. 둘째는 형에 대한 질투를 가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동생들을 성추행한다. 셋째는 조현병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살에 이른다. 피터는 집안의 반항아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조는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착실한 성격을 가진 아들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할 때여서 여섯 명의 아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많은 편견과 싸웠다. 주위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특히, 어머니의 교육으로 발현된다는 편견으로 미미는 많은 욕을 들었어야 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자식교육을 잘못 시킨 어머니에 불과했다.
결혼을 약속한 반려자에게 가정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전쟁터인 집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님을 대신해 아픈 오빠와 형을 챙겨야 하는 부담감 등 다른 동생들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러한 부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형제자매를 외면했던 다른 이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 큰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학문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해 가정보다는 바깥일에 몰두한 아버지 돈과 바깥 시선에만 신경을 쓰느라 조현병에 걸린 아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머니 미미가 그랬다. 특히, 미미는 너무나 엄격한 편이어서 자녀들을 거의 군대처럼 키웠던 것처럼 보였다. 가부장적인 면이 너무나 잘 드러나다 보니 읽으면서도 미미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
그러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자녀 여섯 명을 책임지고 키우는 미미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는 것이 반복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자녀도 힘들 텐데 여섯 명의 자녀를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려고 하는 게 안타까웠다. 이랬기에 자녀들도 미미를 용서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오빠들을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막내 딸의 모습은 미미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도 조현병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참 답답했다. 그래도 돈과 미미 가족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유전학과 환경 등 분명한 원인에 대해 드러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여러모로 참 생각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멀리 보면 아픔이겠지만 그 안에서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족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조현병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