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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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게도 보호받아 마땅한 감수성이 있으므로. / p.65

본방송을 챙겨서 보지는 않지만 재방송이나 일을 할 때 bgm처럼 재생해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그냥 생각 하나 없이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는 교양 프로그램이 그렇다. 보통 전자는 신서유기 시리즈와 지구오락실 등의 나영석 pd님의 프로그램들이, 후자는 방구석 1열이나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방구석 1열은 자주 재생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실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더 자세히 적자면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취미 중 하나이지만 새로운 영화를 찾아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관을 가는 것보다 OTT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자주 보던 영화에서 구멍이 난 사골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면 새로운 영화의 루트를 거의 방구석 1열에서 자주 찾는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영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서이다. 애청하는 프로그램 탓에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읽게 된 책이다. 방구석 1열의 활자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모르는 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방구석 1열의 pd님도 계셔서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펼쳤다.

다섯 명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처음 영화라는 판에 발을 붙이게 된 이유부터 영화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 영화에 대한 예찬 등 예상했던 것처럼 프로그램의 활자화였다. 거기에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 제작은 하지 않는 제 3지대의 어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 읽는데 모르는 영화도 상상이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꼭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생생했다.

그 중에서도 김미연 cp님의 <나의 첫 19금 영화>라는 챕터와 김도훈 작가님의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나의 첫 19금 영화>는 제목 그대로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푸른 산호초에 등장하는 야한 장면을 보았고, 서른이 넘어 무법자라는 영화로 19금 영화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에서는 아름다움을 느꼈지만 성인이 되어 본 영화에서는 최악을 경험했던 게 조금은 의아했을 수도 있는데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줄거리상 필요한 장면이라면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마지막 문단의 이야기. 과거 너무나 폭력적이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연출 장면으로 최악으로 남은 영화가 떠올랐다. 성인에게도 지켜야 할 감수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가장 크게 웃었던 파트 중 하나였다. 법학대학이나 의학대학의 진학을 목표로 두셨던 어머니의 바람과 다르게 김도훈 기자님은 미술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이 의지를 꺾는 실수를 범하셨고, 이후 어머니와 함께 간 영화관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2를 보고 영화광이 되셨다. 결국 어머니의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로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법조인도, 의사도 꿈도 꾸지 마셨어야 한다는 이 말이 내내 눈에 박힐 정도로 재미있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는 영화 평론이라는 주제에 맞는 방법이기에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독서 리뷰나 서평도 나름 무언가를 읽고 적는 작업이어서 조금 변형을 시켜 적용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 분들이셔서 내내 실실 웃으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김도훈 작가님과 배순탁 작가님의 글이 가장 취향에 가까웠다. 서문에도 등장하지만 '라떼'에 대한 이야기여서 90년대 초반 출생인 나는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자주 등장하는 영화 잡지 키노도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처음 들었으며, 왕조현이라는 인물도 드라마로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로 읽혀졌다. 평소라면 라떼에 질색을 했을 텐데 글빨 좋은 라떼 어른들의 추억 팔이가 싫지만은 않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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