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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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p.157

평소 괴수가 등장하는 매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우선,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머리에 상상이 되어야 수월하게 읽거나 보는 편인데 괴수는 늘 어렵다. 아무리 머리로 그려도 귀여움만 넘치는 괴수여서 몰입 자체가 힘들다. 그나마 자세하게 묘사가 된다면 디테일하게 생각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너무 징그러운 형태를 띈다. 아무래도 괴수와 잘 맞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맥스 브룩스의 장편 소설이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고른 책이다. 그저 SF 소설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골랐다. 인터넷 서점에서 표지 자체가 익숙했기에 더욱 친근감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인 것 같기도 했다. 표지만 보면 뭔가 헐크가 떠오르는 듯했다.

그린루프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좀비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케이트는 오빠 프랭크의 권유로 친환경 도시인 그린루프에 남편 댄과 함께 들어온다. 그곳에서 모스타르를 비롯한 동네 주민들과 그럭저럭 정답게 지내는 듯하다. 그러던 중 레이니어 산이 화산으로 폭발하면서 고립된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빅풋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린루프는 공포에 잠기고 그들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스타르의 주도로 하나씩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린루프의 구성원 중 하나로 느껴지게 만드는 도입부 때문에 크게 몰입이 되었던 소설이었다. 케이트의 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이 느끼거나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 쓴 내용이기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일기장을 읽는 독자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는데 그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허구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빅풋의 존재를 상상하고 똑같이 공포감을 느껴 소름이 돋을 뻔했던 적도 있었다. 케이트의 감정에 무엇보다 크게 이입이 되었다.

거기에 중간에 실리는 선임 연구원과 프랭크의 인터뷰는 더욱 실감을 배로 만들었다. 일기의 내용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빅풋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일기에서 표현되지 못한 빅풋과 유인원의 습성이나 감정적으로 표현되어 있던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몰입이 되어 읽다가 정보를 습득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빅풋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도 읽는 재미를 주었지만 그린루프 사람들에 대한 이중적인 면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면서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굳이 예를 들으면 시골의 한적함이 좋아 귀촌을 했지만 도시의 인프라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될까. 분명 친환경을 실천하고자 그린루프로 이사를 왔다면 그동안 살았던 문명의 편리함을 버려야 되는데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거기에 각자가 가진 이기심도 답답하게 만들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다른 마을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독단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을 보면서 인류애가 채워지기도 했다. 인간의 양면성을 소설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 빅풋의 존재가 늦게 드러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사이를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다 보니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좀비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인간성에 대한 묘사나 모습들과 스토리의 흐름이 그것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심리를 자극하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좀비 스릴러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트가 느꼈던 공포감이나 불안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적나라해서 와닿을 수 있었고 인간이라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유독 더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빅풋의 오싹함과 심리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영상으로 실현되는 빅풋의 존재와 인간 심리 묘사가 무엇보다 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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