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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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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농도는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 / p.156
과거의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강아지파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고양이라는 동물에 큰 관심도 없었다. 강아지를 보면 누구보다 크게 반응을 보이지만 고양이는 그냥 동물이어서 귀엽다는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주변에 유기묘를 키우는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강아지처럼 내 무릎에 앉는 고양이를 보면서 시선이 갔던 적이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 중 어떤 동물을 더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강아지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과거에 키웠던 경험도 있을 뿐더러 강아지를 조금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가다 고양이를 보면 괜히 간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강경 강아지파이기보다는 샤이 고양이파 또는 고양이 입덕 부정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김은혜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에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에 발견한 책이다. 거기에 표지부터 귀여움이 넘치는 고양이 사진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다 보니 뭔가 고양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인 김상수는 카페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는 상무님이다. 처음에는 인간이 상무 자리에 올라가기도 힘든데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질투의 감정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보니 직업 정신이 투철한 고양이 상무님이었다. 고객이 오면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역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 카페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면서 홍보 효과도 내고 있다.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망설이는 누구보다 훨씬 낫다. 상무 직함은 괜히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
상수로부터 시작되어 저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먼저 다가가는 손님과 거리를 두는 상수의 모습을 보면서 기다림이 하나의 소통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나 인간의 생애 주기와 다른 고양이의 시간을 느끼면서 인간도 각자의 생애 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다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사실 고양이 자체의 모습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넘길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비추어 무언가를 성찰할 수 있다는 게 좋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주인만 보던 상수가 카페에 있기 시작하면서 다른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행동을 보였다. 저자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느낀 내용으로부터 시작해 자기 수용에 대한 관점이 나온다. 자기 수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들과 타협해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상수가 행복해지는 것이 타협이며, 상수는 주인의 것이 아닌 상수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기에 자기 수용의 관점이 다시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의 조언이자 정답인 내용이다. 어니 J. 젤린스키가 집필한 책의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결정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 들어 계속 고민하거나 머뭇거리게 되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6살 때 저자는 교회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고민을 거듭하다 아프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할 때 멈칫하지만 그때처럼 기회를 날리는 것보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실패를 하더라도 시작하고 나중에 참고해서 더 좋은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다. 사실 완벽한 선택을 위해 결정을 유예하는 일이 많은데 불확실한 일에 완벽한 선택이라는 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고양이로부터 이렇게 크게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읽다가 문득 좋아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피질의 저주라는 이야기로 큰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났다. 생각보다 인간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덤으로 중간에 실린 상수의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인생의 의미와 힐링을 동시에 주었던 김상수 상무님의 이야기로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