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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ㅣ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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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있는 피에 물든 칼날. / p.351
예언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불신하는 편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사주팔자와 타로도 마찬가지다. 가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보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틀리다. 예전에는 만족하거나 안정을 찾을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요즈음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괜히 좋은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결과가 반대로 되었을 때 실망감을 느끼기 싫어서 그렇다.
이 책은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 소설이다. 여름이다 보니 확실히 호러 소설이 끌리는 것 같다. 사실 평소 독서 취향이라면 쳐다 볼 소설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하나씩 호러 소설을 읽다 보니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이 소설도 골랐다. 전작이 나름 호평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소설이 흥미를 준다면 전작도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준과 하루오, 소사쿠라는 세 친구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소사쿠는 그래도 대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의 기대에 맞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게 되면서 절망을 가진다. 이를 위로하고자 하루오는 친구들과 함께 예언의 섬인 무쿠이 섬으로 여행을 간다. 무쿠이 섬은 한 영능력자인 유코가 자신이 죽고 난 20년 후에 여섯 명이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 곳이다. 하루오는 유코가 예언한 그날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방문한 것이다.
그곳에서 가지 말라고 말하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이상한 이유로 숙박을 취소하는 여관 주인을 만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잘 곳을 잃은 세 친구는 당황하다 겨우 섬에 있는 다른 여관에서 자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그 여자를 포함한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온 어머니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친구인 하루오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공포에 물들었다.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소설의 분위기가 으스스하면서 기괴하다. 외지인을 적대시하는 마을 사람들과 유명한 영능력자의 저주, 이상한 소문 등 등장하는 인물들과 벌어지는 일들 자체가 섬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예언을 믿지 않은 사람인데 소설의 이야기에 이입을 하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영적 괴물이나 죽이는 살인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상상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나 괴물을 살인자로서 의심을 했다면 중반부터는 있는 구성원들 중에서 하루오를 죽인 범인을 추리하면서 읽었다. 몰입보다는 의심해서 제 3의 인물이 되어 소설을 즐겼다. 그러면서 진짜 예언한 것처럼 여섯 명이 죽을까 또는 죽게 되는 여섯 명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이기에 여섯 명이 죽겠다 싶으면서도 아무리 봐도 살인할 동기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누가 죽을지도 가늠이 쉽게 되지 않았다.
원인과 사람을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인류애도 사라지게 했다. 특히, 외지인을 적대시하거나 안 좋은 일들을 쉬쉬하면서 이를 넘기는 섬 사람들에 대한 이중성이 그랬다. 조금은 친절하게 대할 법도 하지만 섬 사람들은 하루오를 비롯한 방문객들에게 불친절하다. 심지어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숙박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는 비단 소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매체로 섬의 폐쇄성이 원인이 된 다양한 범죄 사건들을 접했다. 이게 현실적으로도 와닿는 이야기여서 더욱 분노가 치밀었던 것 같다.
예상과 빗나가는 결말이기는 했지만 그게 더욱 와닿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섬의 폐쇄성과 더불어 너무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현재도 일어나고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가족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호러와 현실을 같이 잡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와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호러의 두근거림과 현실의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