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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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은 인생에도 '뒤로 가기' 버튼이 있었으면 싶어요. / p.153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책 리뷰를 하면서부터 책의 저자이신 작가님들께 많은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책 집필에 대한 허들이 낮은 편이거나 책을 집필하신 분들께서 유튜브 매체로 진출하시는 사례가 많다 보니 또 다른 이미지로 만나 뵙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차이가 느껴지면서도 그게 또 반갑기도 하다.

이 책은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누군가는 방송인으로 알고 계시는 분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CEO이자 서점 주인으로 더욱 익숙한 분이다. 뉴스나 매체로 자주 등장하셨다고 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일본 서점 관련 에세이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할 정도로 익숙한 분이기에 이번 에세이에도 큰 기대를 했다.

이 책은 책발전소 북클럽을 진행하시면서 보냈던 편지 모음이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 금정연 작가님의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를 비롯해 그동안 읽고 싶었던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김겨울 작가님의 책의 말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등 흥미로운 책의 이야기와 저자의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어울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껍지 않은 페이지에 문체 자체도 어렵지 않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슬아 작가님와 남궁인 작가님의 서간체 에세이인 <우리 사이의 오해가 있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두 분 다 알고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두 분의 편지 에세이가 나왔다는 사실은 책발전소 홈페이지를 구경하다 알게 되었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는 김연 시인의 시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저자의 생각과 어울러진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평범한 서간체가 아닌 서로를 놀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에리카 산체스의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를 읽으면서 착한 누군가의 역할을 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 금정연 작가님의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에 등장하는 맘충에 관한 의견 등 저자의 생각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었다. 사실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일부 결말이 중요한 책이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야 될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미리 참고할 수 있게 관련 내용을 명시해 두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두 권을 제외한 다른 도서는 처음 보았기에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미리 읽기 전에 조심해야 될 부분을 알려 주어서 좋았다.

덕분에 좋은 책들을 많이 알 수 있었으며, 저자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마치 전작의 에세이를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제목처럼 무뎌진 감정을 가진 이들에게 또는 일상의 지친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어떻게 보면 특별한 사건이나 일들이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 책들의 이야기에 몰입되어서 큰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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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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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요정이 있다. / p.89

이 책은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늘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트리플 시리즈 보자마자 바로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믿고 보는 시리즈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유리 작가님의 전작이었던 브로콜리 펀치에 대한 추천을 너무 많이 받았다. 읽을 책이 많은 관계로 아직 도전은 해 보지 못했지만 신작에 트리플 시리즈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도전을 해 보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이었던 <어떤 것들의 세계>는 주인공인 고양이라는 인물이 저승사자를 만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승에서는 현실에서 기억한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들도 저승에서 떠나게 되는데 이승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영혼 결혼식을 해 주셔서 저승에서 남편이 생겼다. 천주안이라는 인물이었다. 주안의 사연을 들으면서 저승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고, 더 나아가 천주안의 옛 연인을 같이 찾아가 주기까지 했다.

두 번째 작품이었던 <마음소라>는 과거 한 커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양고미는 남도일이라는 대학 동기에게 마음소라를 선물받는다. 마음소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처음에 선물을 주면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물건이다. 또한, 다른 이는 들을 수 없다. 남도일은 양고미에게 고백하면서 마음소라를 건넨다. 양고미는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은 남도일의 마음소라를 받고 풋풋한 연애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연애 기간이 오래 지나 그들도 이별을 했다. 양고미는 다른 남자와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남도일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마음소라를 돌려 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세 번째 작품인 <페어리 코인>은 주인공인 화자가 데리고 있는 요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고조모 때부터 불멸이었던 요정을 데리고 살고 있다. 먹이부터 행동까지 어떻게 보면 애완 동물보다는 수월하게 키울 수 있었는데 화자 내외는 부동산 사기로 거액의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화자 남편의 친구의 제안으로 요정을 활용해 대국민 사기를 치자는 말을 듣게 된다. 분명 요정을 깊이 생각하던 화자는 이해가 안 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이를 수락한다.

전체적으로 사랑스러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자체가 사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한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와닿았다. 에세이에서 더욱 저자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했었다. 첫 번째 작품에서 영화 코코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물론, 코코는 가족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사라지게 되고, 이 작품에서는 가족 외의 인물이 기억하면 된다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게임을 통해 이를 유지하고 있는 양미와 전 애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주안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그밖에도 마음소라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스스로에게 이입되어 마음소라를 준다면 호기심에 한두 번 듣다가 이를 안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기에 오해와 싸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미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어 무너진 순간을 애초에 피했을 듯하다. 세 번재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기는 했지만 해설을 보면서 어렴풋이 저자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트리플 시리즈에서 흔하지 않게 에세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 저자들이 모여 나누는 회의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묘하게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저자는 왜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여러 자아들이 펼치는 이야기와 다른 주제를 다루는 또 다른 자아들까지 읽는 내내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역시 트리플 시리즈는 명불허전이다. 물론, 이는 나의 기준으로 그렇다. 사실 브로콜리 펀치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고민이 되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게 되었고, 시간이 될 때 꼭 읽고자 다짐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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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양세화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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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종합해 본 바로 이곳은 감정과 관련된 세계였다. / p.19

주위에서는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이어서 감정 따위는 없는 AI 로봇이라는 소리를 하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과 하루도 되기 전에 월드컵 16강 소식에 몰래 눈물을 짓기도 했다. 나름 애국심이 차올랐던 것 같다. 애초에 이성적인 인물이었다면 이런 일에 눈물은커녕 반응 자체도 없었을 것이다. 기본적인 베이스의 분노를 비롯해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의 바다는 늘 폭풍우를 치고 있지만 왜 주위 사람들은 나를 평온한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단지 그렇게 표시가 나지 않았던 것뿐일까. 이게 나에게는 새로운 미스터리이자 고민이다. 생각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감정의 폭이 큰 사람이기도 하다. 무던한 편에는 누구보다 평온한 삶을 유지하지만 태풍처럼 크게 요동칠 때가 더 많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 책은 양세화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 자체가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아마도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는 가장 짧은 제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누구보다 감정의 폭풍을 몰고 올 것 같은 간결한 제목에 그렇지 못한 평온한 표지라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표지로 선택하는 일이 생각보다 잦아지고 있는 편인데 그러한 바뀐 성향 때문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도담이라는 인물은 취업 준비생으로서 힘든 삶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어떤 사람을 따라가다 자신이 느끼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도달한다. 감정적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로 텅빈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일하는 것은 똑같으나 별사탕으로 통용이 되고, 끈끈이로 별사탕을 만들어 감정이 채워지면 현실로 다시 갈 수 있는 세계이다. 도담은 그곳에서 앤이라는 친철한 사람을 만나고, 조금은 사회와 격리된 용이라는 아이를 만난다.

처음에는 도담이라는 인물이 마치 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항상 보이는 불합격의 메일이 주는 자괴감이 그랬다. 주위에서 애정 어린 위로를 해 준다고 하지만 그 몇 줄의 글이 주는 박탈감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며칠은 끙끙 앓으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도담이 울었을 때에는 나 역시도 그랬다. 이런 마음으로 도담에게 더욱 이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감정이 텅빈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감정적이라는 세계는 뭔가 새롭다고 느껴졌다. 사실 대한민국의 사회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욱 앞서고 있다고 느끼다 보니 더욱 흥미로웠다. 관리자, 앤 등 감정적이라는 곳에 있는 인물들은 너무나 친절하게 느껴졌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감정이 비어 있는 도담이 감정적에 들어가면서 조금은 바뀌는 모습들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별사탕을 비롯해 다른 장치들이 있음에도 감정적이라는 세계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이기도 했다. 특히, 앤과 지용이 떠나는 순간과 사회와 격리된 용의 모습이 그랬다. 분량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용이 가진 경계심이 풀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감정에 대한 소재만 빼고 보자고 하면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했다. 새로운 사람을 경계하는 것부터 마음을 주었던 인물이 세계로 돌아가는 것까지 말이다.

감정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야기는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주었다. 소설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 자체는 술술 읽혀졌지만 감정 자체에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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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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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몰랐던 거지? / p.12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책으로 즐기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었든 말이다. 소설 원작의 드라마는 지금까지도 챙겨서 보고 있으며, 반대로 드라마 원작이었던 소설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상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심리나 배경들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등장하므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한동안 나의 오랜 취미 중 하나가 매체와 책 비교하기이기도 했다.

최근에 좋아하는 소설 하나가 영화로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일부터 시작해 n차 관람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한 취업준비생 신분과 개인적인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진행이 되어 있는 상태로 결국 막을 내리기 전까지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배경 자체가 참 좋았던 소설이었기에 영상으로 표현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이미 관람을 하고 온 지인들의 후기를 듣고 더욱 절망했다. 

이 책은 주원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회파 소설을 집필하시는 작가님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메이드 인 강남, 서초동 리그 등 제목은 나름 익히 들었지만 아직 작가님의 소설을 읽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이 영화로 개봉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일규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성으로 그의 복수를 그리는 내용이다. 주일규에게는 정신 지체 장애의 동생 주월규가 있는데 어느 날 살해를 당한다. 이후 사회복지과나 주변 사람들은 그저 사건을 빠르게 덮을 생각뿐이다. 주일규는 동생의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을 복수하기 위해 소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문자훈 패거리와 선생님인 한희상 등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동생의 죽음에 분노를 표출하는 주일규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무엇보다 동정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부터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답답하면서도 불쾌했다. 소년원에서 일진 놀이를 하는 문자훈 일당부터 선생님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는 한희상, 정신 지체라는 장애를 이용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편의점 점주 등의 행동은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정신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죽음이라는 것 자체를 자살로 몰고 가려는 사회복지과 사람들의 태도는 직업 정신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또한, 주월규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밝혀가는 과정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주일규의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월규는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 문자훈 일당이 범인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일진 패거리들의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다. 그 사실마저도 참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주일규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개인적으로 주일우를 도왔던 조순우와 손환이라는 인물이 그들 중에서는 가장 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보였다. 물론, 손환은 문자훈 패거리에 속하기는 했지만 생전 주월우를 가까이에서 본 인물이면서 주일우의 말을 가장 잘 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조순우는 상담 교사로 주일우를 설득하면서도 이를 굽히지 않자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멀리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별것도 아닌 게 되었다. 그 역시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 잔인함을 따지자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소설이 될 듯하다. 원래 피 튀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소설 역시도 너무 기괴하거나 감정적으로 잔인한 이야기를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읽었던 소설이 대부분 15 세 관람가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소설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 칭해도 될 정도이다. 특히, 인간의 악한 감정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폭력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꽤 읽기 힘들었다.

읽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영상으로 구현되는 내용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진영 배우님의 작품을 몇 편 보기는 했었는게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진영 배우님이 선택한 영화에서 주일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이 부분도 기대가 되는 지점이다.

인간의 악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가 끝일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간의 폭력성, 성욕, 분노 등 어떻게 보면 정제되지 않은 1차원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감정들이 표출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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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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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나의 운명도. / p.272

유행에 민감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인기가 떨어진 이후에 후폭풍을 맞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와 책이다. 한참 응답하라 열풍이 휘몰아칠 때에도 응답하라 1994가 끝난 이후에 정주행을 하게 되면서 혼자 드라마의 여운을 안고 살았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 인기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들도 약간 조금 늦게 읽었다. 주위에서는 다들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책은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즐겨 보는 유튜브 콘텐츠부터 공포나 추리 소설을 조금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문작으로 김동식 작가님의 소설을 많이 추천받았다. 심지어 회색 인간이라는 첫 단편집은 꽤 오랫동안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표지가 기억에 남을 정도인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렇게 김동식 작가님의 첫 입문 작품은 안전가옥 단편 앤솔로지 작품이었는데 참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조만간 읽어야겠다고 큰 다짐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 상황에서 신작이 나와 역으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책에는 총 스무 편의 초단편 수준의 소설이 실려 있다. 예전에 읽었던 최은영 작가님의 초단편 소설집 이후로 이렇게 짧은 내용의 소설은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름이 대부분 겹치다 보니 크게 보면 한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소설의 내용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기에 아마 이를 경험했다면 특이한 인생사 정도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천국이냐 지옥이냐>와 <몇 층을 누르실 겁니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주인공 김남우는 답변하면 돈을 주겠다는 어떤 이의 질문을 받는다. 아버지와 할머니, 친구가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었는지 묻는 사람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어떤 이는 그들이 천국과 지옥 중 어느 곳을 갔을지 예상하는 질문을 던졌고, 이를 맞힌다면 큰 돈을 준다고 했다. 혼자 답변을 내릴 수 없었던 김남우는 어머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생전 아버지와 할머니, 친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들었다. 이후 정답을 맞힌 김남우는 돈을 받게 되었으며, 세월이 흘러 김남우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그때 질문을 남겼던 어떤 이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몇 층을 누르실 겁니까>는 주인공 홍혜화와 그녀의 남편인 김남우, 베팅을 제안하는 노신사의 이야기이다. 홍혜화는 설문에 참여해 게임의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노신사와 함께 한 승강기 안에 있다. 노신사는 홍혜화에게 질문을 던지고, 원하는 층수를 누르면 1 층에 천만 원의 돈을 주지만 지하를 누른다면 그만큼의 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 김남우의 손가락을 몇 개 부러트릴 것인지, 김남우의 치아는 몇 개를 뽑을 것인지 등 남편에게 해를 가하는 질문이다. 마침 홍혜화는 김남우에게 악감정이 있기에 신나게 고층을 눌렀고, 이에 많은 돈을 얻었다. 그리고 한 가지의 질문에 홍혜화는 당황하게 되고, 이후 알게 되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환상에 불과했지만 누구나 상상해 볼 법한 소재이면서 사회적인 이슈, 인간의 욕망을 비롯한 악을 담고 있기에 깊이 생각할 구석이 있었다. 특히, 인상적으로 보았던 두 편의 단편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에서도 인간이 하나를 선택해 그것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은 역시나 돈 또는 명예를 얻고자 순간에 탐욕스러운 선택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거나 깨닫는다. 이러한 지점이 무겁게 와닿았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욱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뉴스에서 나오는 살인이나 상해 사건을 보면서 피부로 체감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그 부분이 훅 와닿았다. 역시 탐욕을 가진 인간은 참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더불어 선택의 무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주는 공포가 진정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그 안에서 깨달은 바가 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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