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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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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몰랐던 거지? / p.12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책으로 즐기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었든 말이다. 소설 원작의 드라마는 지금까지도 챙겨서 보고 있으며, 반대로 드라마 원작이었던 소설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상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심리나 배경들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등장하므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한동안 나의 오랜 취미 중 하나가 매체와 책 비교하기이기도 했다.
최근에 좋아하는 소설 하나가 영화로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일부터 시작해 n차 관람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한 취업준비생 신분과 개인적인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진행이 되어 있는 상태로 결국 막을 내리기 전까지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배경 자체가 참 좋았던 소설이었기에 영상으로 표현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이미 관람을 하고 온 지인들의 후기를 듣고 더욱 절망했다.
이 책은 주원규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회파 소설을 집필하시는 작가님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메이드 인 강남, 서초동 리그 등 제목은 나름 익히 들었지만 아직 작가님의 소설을 읽지는 못했는데 이번에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이 영화로 개봉한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일규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성으로 그의 복수를 그리는 내용이다. 주일규에게는 정신 지체 장애의 동생 주월규가 있는데 어느 날 살해를 당한다. 이후 사회복지과나 주변 사람들은 그저 사건을 빠르게 덮을 생각뿐이다. 주일규는 동생의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을 복수하기 위해 소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문자훈 패거리와 선생님인 한희상 등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동생의 죽음에 분노를 표출하는 주일규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무엇보다 동정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부터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답답하면서도 불쾌했다. 소년원에서 일진 놀이를 하는 문자훈 일당부터 선생님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는 한희상, 정신 지체라는 장애를 이용해 못된 짓을 저지르는 편의점 점주 등의 행동은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정신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죽음이라는 것 자체를 자살로 몰고 가려는 사회복지과 사람들의 태도는 직업 정신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또한, 주월규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밝혀가는 과정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주일규의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월규는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 문자훈 일당이 범인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일진 패거리들의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다. 그 사실마저도 참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주일규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개인적으로 주일우를 도왔던 조순우와 손환이라는 인물이 그들 중에서는 가장 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보였다. 물론, 손환은 문자훈 패거리에 속하기는 했지만 생전 주월우를 가까이에서 본 인물이면서 주일우의 말을 가장 잘 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조순우는 상담 교사로 주일우를 설득하면서도 이를 굽히지 않자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멀리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별것도 아닌 게 되었다. 그 역시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 잔인함을 따지자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소설이 될 듯하다. 원래 피 튀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소설 역시도 너무 기괴하거나 감정적으로 잔인한 이야기를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읽었던 소설이 대부분 15 세 관람가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소설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 칭해도 될 정도이다. 특히, 인간의 악한 감정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폭력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꽤 읽기 힘들었다.
읽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영상으로 구현되는 내용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진영 배우님의 작품을 몇 편 보기는 했었는게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진영 배우님이 선택한 영화에서 주일규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이 부분도 기대가 되는 지점이다.
인간의 악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가 끝일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간의 폭력성, 성욕, 분노 등 어떻게 보면 정제되지 않은 1차원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감정들이 표출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