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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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은 인생에도 '뒤로 가기' 버튼이 있었으면 싶어요. / p.153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책 리뷰를 하면서부터 책의 저자이신 작가님들께 많은 자극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책 집필에 대한 허들이 낮은 편이거나 책을 집필하신 분들께서 유튜브 매체로 진출하시는 사례가 많다 보니 또 다른 이미지로 만나 뵙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차이가 느껴지면서도 그게 또 반갑기도 하다.

이 책은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누군가는 방송인으로 알고 계시는 분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CEO이자 서점 주인으로 더욱 익숙한 분이다. 뉴스나 매체로 자주 등장하셨다고 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일본 서점 관련 에세이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할 정도로 익숙한 분이기에 이번 에세이에도 큰 기대를 했다.

이 책은 책발전소 북클럽을 진행하시면서 보냈던 편지 모음이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 금정연 작가님의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를 비롯해 그동안 읽고 싶었던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김겨울 작가님의 책의 말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등 흥미로운 책의 이야기와 저자의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어울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껍지 않은 페이지에 문체 자체도 어렵지 않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슬아 작가님와 남궁인 작가님의 서간체 에세이인 <우리 사이의 오해가 있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두 분 다 알고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두 분의 편지 에세이가 나왔다는 사실은 책발전소 홈페이지를 구경하다 알게 되었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는 김연 시인의 시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저자의 생각과 어울러진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평범한 서간체가 아닌 서로를 놀리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에리카 산체스의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를 읽으면서 착한 누군가의 역할을 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 금정연 작가님의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에 등장하는 맘충에 관한 의견 등 저자의 생각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었다. 사실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일부 결말이 중요한 책이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야 될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미리 참고할 수 있게 관련 내용을 명시해 두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두 권을 제외한 다른 도서는 처음 보았기에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미리 읽기 전에 조심해야 될 부분을 알려 주어서 좋았다.

덕분에 좋은 책들을 많이 알 수 있었으며, 저자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마치 전작의 에세이를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제목처럼 무뎌진 감정을 가진 이들에게 또는 일상의 지친 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어떻게 보면 특별한 사건이나 일들이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 책들의 이야기에 몰입되어서 큰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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