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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ㅣ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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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요정이 있다. / p.89
이 책은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늘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트리플 시리즈 보자마자 바로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믿고 보는 시리즈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유리 작가님의 전작이었던 브로콜리 펀치에 대한 추천을 너무 많이 받았다. 읽을 책이 많은 관계로 아직 도전은 해 보지 못했지만 신작에 트리플 시리즈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도전을 해 보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이었던 <어떤 것들의 세계>는 주인공인 고양이라는 인물이 저승사자를 만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승에서는 현실에서 기억한 사람이 사라진다면 그들도 저승에서 떠나게 되는데 이승에 계시는 부모님께서 영혼 결혼식을 해 주셔서 저승에서 남편이 생겼다. 천주안이라는 인물이었다. 주안의 사연을 들으면서 저승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고, 더 나아가 천주안의 옛 연인을 같이 찾아가 주기까지 했다.
두 번째 작품이었던 <마음소라>는 과거 한 커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양고미는 남도일이라는 대학 동기에게 마음소라를 선물받는다. 마음소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처음에 선물을 주면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물건이다. 또한, 다른 이는 들을 수 없다. 남도일은 양고미에게 고백하면서 마음소라를 건넨다. 양고미는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은 남도일의 마음소라를 받고 풋풋한 연애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연애 기간이 오래 지나 그들도 이별을 했다. 양고미는 다른 남자와 결혼까지 한 상황에서 남도일의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마음소라를 돌려 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세 번째 작품인 <페어리 코인>은 주인공인 화자가 데리고 있는 요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자는 고조모 때부터 불멸이었던 요정을 데리고 살고 있다. 먹이부터 행동까지 어떻게 보면 애완 동물보다는 수월하게 키울 수 있었는데 화자 내외는 부동산 사기로 거액의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중 화자 남편의 친구의 제안으로 요정을 활용해 대국민 사기를 치자는 말을 듣게 된다. 분명 요정을 깊이 생각하던 화자는 이해가 안 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이를 수락한다.
전체적으로 사랑스러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자체가 사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사랑한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와닿았다. 에세이에서 더욱 저자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했었다. 첫 번째 작품에서 영화 코코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물론, 코코는 가족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사라지게 되고, 이 작품에서는 가족 외의 인물이 기억하면 된다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게임을 통해 이를 유지하고 있는 양미와 전 애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주안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그밖에도 마음소라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스스로에게 이입되어 마음소라를 준다면 호기심에 한두 번 듣다가 이를 안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기에 오해와 싸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미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어 무너진 순간을 애초에 피했을 듯하다. 세 번재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기는 했지만 해설을 보면서 어렴풋이 저자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트리플 시리즈에서 흔하지 않게 에세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 저자들이 모여 나누는 회의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묘하게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저자는 왜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여러 자아들이 펼치는 이야기와 다른 주제를 다루는 또 다른 자아들까지 읽는 내내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역시 트리플 시리즈는 명불허전이다. 물론, 이는 나의 기준으로 그렇다. 사실 브로콜리 펀치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고민이 되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게 되었고, 시간이 될 때 꼭 읽고자 다짐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