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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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나의 운명도. / p.272

유행에 민감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인기가 떨어진 이후에 후폭풍을 맞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와 책이다. 한참 응답하라 열풍이 휘몰아칠 때에도 응답하라 1994가 끝난 이후에 정주행을 하게 되면서 혼자 드라마의 여운을 안고 살았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 인기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들도 약간 조금 늦게 읽었다. 주위에서는 다들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다가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책은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즐겨 보는 유튜브 콘텐츠부터 공포나 추리 소설을 조금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문작으로 김동식 작가님의 소설을 많이 추천받았다. 심지어 회색 인간이라는 첫 단편집은 꽤 오랫동안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표지가 기억에 남을 정도인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렇게 김동식 작가님의 첫 입문 작품은 안전가옥 단편 앤솔로지 작품이었는데 참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조만간 읽어야겠다고 큰 다짐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 상황에서 신작이 나와 역으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책에는 총 스무 편의 초단편 수준의 소설이 실려 있다. 예전에 읽었던 최은영 작가님의 초단편 소설집 이후로 이렇게 짧은 내용의 소설은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름이 대부분 겹치다 보니 크게 보면 한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소설의 내용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기에 아마 이를 경험했다면 특이한 인생사 정도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천국이냐 지옥이냐>와 <몇 층을 누르실 겁니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천국이냐 지옥이냐>의 주인공 김남우는 답변하면 돈을 주겠다는 어떤 이의 질문을 받는다. 아버지와 할머니, 친구가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었는지 묻는 사람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어떤 이는 그들이 천국과 지옥 중 어느 곳을 갔을지 예상하는 질문을 던졌고, 이를 맞힌다면 큰 돈을 준다고 했다. 혼자 답변을 내릴 수 없었던 김남우는 어머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생전 아버지와 할머니, 친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들었다. 이후 정답을 맞힌 김남우는 돈을 받게 되었으며, 세월이 흘러 김남우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그때 질문을 남겼던 어떤 이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몇 층을 누르실 겁니까>는 주인공 홍혜화와 그녀의 남편인 김남우, 베팅을 제안하는 노신사의 이야기이다. 홍혜화는 설문에 참여해 게임의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노신사와 함께 한 승강기 안에 있다. 노신사는 홍혜화에게 질문을 던지고, 원하는 층수를 누르면 1 층에 천만 원의 돈을 주지만 지하를 누른다면 그만큼의 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 김남우의 손가락을 몇 개 부러트릴 것인지, 김남우의 치아는 몇 개를 뽑을 것인지 등 남편에게 해를 가하는 질문이다. 마침 홍혜화는 김남우에게 악감정이 있기에 신나게 고층을 눌렀고, 이에 많은 돈을 얻었다. 그리고 한 가지의 질문에 홍혜화는 당황하게 되고, 이후 알게 되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환상에 불과했지만 누구나 상상해 볼 법한 소재이면서 사회적인 이슈, 인간의 욕망을 비롯한 악을 담고 있기에 깊이 생각할 구석이 있었다. 특히, 인상적으로 보았던 두 편의 단편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에서도 인간이 하나를 선택해 그것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은 역시나 돈 또는 명예를 얻고자 순간에 탐욕스러운 선택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거나 깨닫는다. 이러한 지점이 무겁게 와닿았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욱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뉴스에서 나오는 살인이나 상해 사건을 보면서 피부로 체감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그 부분이 훅 와닿았다. 역시 탐욕을 가진 인간은 참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더불어 선택의 무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주는 공포가 진정 무엇인지 알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그 안에서 깨달은 바가 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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