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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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는 기시감이 있다. / p.19

극강의 내향형으로 외부로 나가는 일 자체가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 또한 즐거움보다는 긴장을 동반한 일이다. 가끔은 만남보다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오래 봐서 편안한 지인을 만난다면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겠지만 세상은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직업의 특성상 매번 새로운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게 주된 일이다 보니 에너지는 늘 고갈 상태를 달리고 있다.

그런 나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면 대인기피증이 아닐까 싶다. 생존적 본능과 계획적 성향이기에 사람 만나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생존적 본능이라고 하면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덜 소비하기 위한 이유이며, 두 번째는 독서를 하거나 리뷰를 하는 등의 개인적인 일도 많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기에 대인기피증으로 정의를 내리기 애매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니타도리 게이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동질감이 확 들었다. 주인공과 비슷한 성향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느낌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탐정이 대인 기피증을 가지고 있다는 모순적인 제목에 끌렸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누구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복지 쪽의 직종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공통점으로 보였다. 탐정이라는 일과 대인 기피증이라는 장애물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후지무라 미사토는 대학생이다. 법학과를 전공하고 있으며,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처럼 보였다. 소설은 과 오리엔테이션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미사토는 다른 동기들의 소개를 듣기보다는 긴장감과 자신의 멘트에 신경을 집중한다. 나름 무난하게 끝난 듯하지만 자책한다. 이후 강의실의 우산 하나를 통해 주인을 추리하는 사건과 노래방에서 술을 먹은 친구의 사건, 옷가게에서의 밀실 소실 사건, 축제에서의 축제 도난 사건, 담배방에서의 컴퓨터 도난 사건 등 소소한 사건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탐정이라고 해서 조금은 큰 사건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내용 자체는 소박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대학생이라는 특성상 큰 사건을 추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조금은 기대와 다르게 진행이 되었지만 그 소박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후지무라를 보면서 추리 능력은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애초에 첫 시작이었던 우산 사건만 보더라도 나라면 관심 안 가지고 그냥 지나갔을 듯한데 후지무라는 우산을 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넘어 우산을 가지고 온 주인의 지역까지 유추하는 등 꽤나 정성을 보였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첫 번째는 대인기피증의 특징을 나열한 부분이다. 총 다섯 가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각 장에서 드문드문 '대인기피증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명시하는 듯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후지무라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오는 느낌이기는 하겠지만 추리보다 이런 내용이 더욱 흥미롭게 와닿았다. 내용의 일부를 빌리면 대인기피증은 인파에 약하다고 표현한다. 인파 속에서 자신의 의사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강인함과 적극성, 사교성이 필요한데 대인기피증에게는 이들 모두가 없다는 내용이다. 후지무라의 생각과 특징이 큰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는 후지무라의 성격에 대한 부분이다. 스스로를 대인기피증으로 정의를 내리면서 다양한 설명을 해 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인기피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주인공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상대방의 눈을 피해 대답한다거나 옆에 사람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친구의 옆구리를 찔러 의사를 전달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낯을 많이 가리는 듯하지만 추리를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려고 하는 점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을 찾아 주겠다고 혼자 추리를 하는 부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친구가 술에 취했을 때 이를 세심하게 관찰했던 부분, 섣불리 절도 용의자로 낙인을 찍지 않으면서 친구를 감싸는 부분이 그랬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타나는 성격이기는 하겠지만 이야기 안에서 따뜻함을 보았다. 대인기피증이 생긴 원인이 된 이유에서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탐정이 사람을 피하면 어떻게 되는지 걱정을 했었던 게 사실인데 생각보다 후지무라는 잘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큰 문제까지 해결하는 등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또한 후지무라의 성장이라고 느껴졌다.

추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인기피증이라는 특징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추리 소설을 읽는 스킬이 부족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또한, 일본 문화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기에 트릭 자체가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우산의 주인을 찾을 때 지역별 눈이나 비가 오는 특징으로 잡아내는 부분이 그랬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또 쉽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주인공을 향한 동질감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의 몰입 때문인지 몰라도 다음 시리즈가 있다면 기대가 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후지무라를 통해 나 역시도 현실에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스킬과 추리 소설의 매력을 느꼈던 시간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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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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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로 이 사랑 모형을 버리지 않았다. / p.138

올해 초에 시가 담긴 한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만 담긴 책은 아니었으며, 소설과 시가 세트로 묶여 있었던 책이었다. 사실 시라는 분야 자체와 담을 쌓았던 사람 중 하나여서 감명 깊게 읽으면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으로 답이 정해진 수능형 문학을 배웠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읽었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책을 계기로 올해에는 시를 도전하기로 했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시집을 비정기적으로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심을 조금씩 가지다 보니 많이 언급이 되는 시인을 찾을 수 있었다. 용기를 내 몇 권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다짐과 다르게 결국은 책장에 꽂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시는 그때 읽은 책이 유일했고, 이후부터는 노력은 했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포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슬픈 이야기이다.

이 책은 조대한 평론가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시에 대한 인터뷰와 리뷰가 실린 책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민음사 TV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대화가 필요해 라는 코너이다. 김화진 편집자님과 조대한 평론가님의 티키타카가 참 재미있다. 어렵게 느껴지는 시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조대한 평론가님을 글로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시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시작된 시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에서도 호응을 얻었고, 인터뷰를 보니 시인분들 사이에서도 회자가 되는 프로젝트인 듯하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작되어 다섯 분의 시인 인터뷰와 열 편의 시 리뷰가 실려 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시를 해석하는 방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어서 이해가 쉬웠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시를 해석하는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극히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독자에게 시를 보고 와닿는다는 의미 자체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시에서 나오는 단어나 비유법을 보면서 이를 확장시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배경이나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에 반해 시는 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화자의 감정에 이입하는 것도 꽤 어려웠다. 차라리 수능 시험에서 시를 해석해 주는 것을 보고 읽는다면 그게 더 공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탄하기도 했었다. '시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에 이렇게까지 깊고 넓게 해석을 한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더욱 위축히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인터뷰에서 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내용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내용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정재율 시인님의 시에서 등장하는 '사탕 봉지'라는 단어를 가지고 조대한 평론가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의견 충돌, 두 분의 해석을 듣고 시인님들의 반응 역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면서 놀라시는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같은 시를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시 해석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한여진 시인님의 'Beauty and Terror'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시에 대한 리뷰도 인상적이었지만 인터뷰의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한여진 시인님께서는 건축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시는 분으로 남자들이 많은 현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셨다고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사회적인 맥락에서 여러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무기계약직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남자가 주류인 현장에서 여성 직업인으로서 사는 이야기들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도토리묵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은 마음에 남았다.

그동안 주어진 시의 해석만 읽었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동안 배웠던 딱딱한 해석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인터뷰하신 두 분의 평론가님께서 나름 최신의 언어로 표현을 해 주신 덕분에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올해는 이렇게 지나가게 되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시를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시와 함께 보낼 내년을 그리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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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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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을 폭력배와 연관되어 있는 건가요? 마을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기에 폐쇄적인 요소가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를 소설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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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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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재미있다. / p.31

이 책은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그동안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연작으로 이렇게 이어서 나온 경우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전작으로 김혜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우물이라는 작품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런>이라는 소설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지우는 술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귀가하던 중 좀비를 만난다.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멈추었고, 좀비는 오해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우를 안심시킨다. 좀비 소동이 일어난 이후 지우의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친구는 지우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와서 자신이 끼우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는 말렸지만 지우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이어폰을 찾는다.

짧은 분량의 소설인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묘하게 느껴졌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분실해 인터넷 중고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단판 가위바위보로 몰아서 주는 게임도 있다고 들었는데 잃어버린 상황에서 비용을 생각하는 지우의 태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길거리에서 좀비를 만나는 게 상식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상상하니 섬뜩했다. 소설에서는 친구와의 벽이라든지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치나 지우의 감정이 표현되기는 했지만 블루투스 분실과 좀비를 만난 일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그분이 오신다>이다. 주인공은 유튜버로 결혼 정보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상대를 찾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이 보장된 탑 시크릿 회원으로서 가입해 소개를 받기로 한 주인공인데 외모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렸을 때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운 여자 짝꿍을 때렸으며, 이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여자 짝꿍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을 이를 이용해 여자 짝꿍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고, 유명 유튜버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주인공이 운전하던 중 보이던 이상한 모습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책의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이었다. 다른 단편집에 비하면 조금은 적은 페이지 수일 수 있겠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겼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버 폭력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전에 실린 작품에 대해 더욱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은 부분도 있었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튜버로서 했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들의 학교 폭력 가해나 범법 행위로 이슈가 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의미로 끝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내용 한정이어야 했지만 주인공은 그밖에도 연예인의 가십을 아무렇지 않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나름 사실에 근거한다고 다양한 기사를 더블 체크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애먼 사람들이 주인공의 영상 하나에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적으로 그렇게 억울한 경우를 기사나 SNS를 통해 많이 접했기에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의 의미를 잘 느끼지 못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크게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전개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작에서 인상 깊에 보았던 인물이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정적인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이기는 했다. 전작의 우물과 관련된 내용이 연결되었다는 점 하나는 기대했던 바이기에 반가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읽는 순서를 알려 주었던 부분이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 전작을 읽었더라면 재미가 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천한 방법대로 다시 재독을 할까 생각 중이다. 기억하는 최초의 연작 소설 형태가 나름 찾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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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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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이 내린 듯한 느낌도 든다. / p.186

직접 보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영상이 자연스럽게 재생되는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다. 크게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영화 서적에서 본 경우이다.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유튜브나 재방송으로 가끔 시청하다 보니 보지 않았더라도 줄거리를 알게 된다. 천만 영화 대부분 그렇다. 나름 확실한 장르 호불호가 정해진 편이어서 아무리 유명한 영화라고 해도 불호 영역에 들어가면 안 보는데 이미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두 번째 경우는 프로그램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을 때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마주가 많이 되었거나 자료 화면으로 과거의 영화 화면을 보게 될 때가 많다. 태어나기도 전에 상영했거나 기억하지 못할 어린 시절에 나온 영화가 대부분 그렇다. 스스로 돈을 지불해 영화를 보았을 때가 거의 중학교 시점 정도 되었을 텐데 이전에 나올 경우에는 굳이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 볼 기회가 없다. 그러나 익숙하게 봐온 배경의 영화라면 보지 않아도 어떻게 끝나는지 다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이와이 슌지의 장편 소설이다. 서두에 말한 케이스 중 두 번째 경우에 속한 이야기이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눈이 쌓인 어느 공간에서 "오겡끼 데스까"라고 외치는 여자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너무 많이 보았다. 실제로 영화는 본 적이 없지만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친한 지인과 함께 일본 오타루를 방문했을 정도이다. 영상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원작 소설이라는 문구에 끌려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와타나베 히로코로 고베에서 살고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는데 등산을 하던 중 조난 당해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약혼자의 집에서 본 학창 시절 앨범을 보게 된다. 약혼자의 학창 시절 주소는 이미 국도로 변한 곳이었기에 앨범 뒷면에 적힌 주소로 돌아오지 않을 편지를 보냈는데 그 이름으로 답장이 왔다. 놀란 히로코는 다시 답장을 보내면서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편지를 통해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의 학창 시절 추억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반에 설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국도로 변한 집에 보낸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상황을 추려서 상상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도로에 사는 자연인이나 도로가 보내지 않는 이상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답장을 받는다는 게 아무리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마 와타나베 히로코는 이러한 부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리워하는 옛 연인에 대한 편지면 아마도 궁금증보다 설렘이 더욱 큰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용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다 보니 후지이 이츠키의 감정에 공감이 되었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와타나베 히로코의 답장이 후지이 이츠키로 하여금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인물로부터 누구냐는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뭔가 싶었을 것이다. 장난 편지인 듯하면서도 답답한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었다. 

설정의 의문이 풀렸던 것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이다. 이해조차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이 될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는데 나름 납득이 갈 수 있게 전개가 되어서 그때부터는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상황 자체가 완전히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았다는 점은 조금 답답했지만 이 역시 넓게 포용하면 수용이 가능했다.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한 여자의 그리움에 초점을 맞춰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와타나베 히로코의 전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가 준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물을 통해 전 연인의 학창 시절과 추억을 듣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한 사람을 주제로 서로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점도 좋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동년배의 친구들 또는 펜팔 관련 내용이 실린 잡지에서 보게 된 친구와 짧은 기간 펜팔을 주고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편지를 보낼 때의 두근두근 긴장감과 편지를 기다릴 때의 설렘이 참 좋았는데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로맨스의 설렘뿐만 아니라 과거 추억까지 소환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소설이었다. 거기에 이 책을 읽었던 순간의 바깥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이 쌓여 있기에 새로운 추억 창고에 저장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지금까지 겨울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딱 하나 있었는데 이제 또 하나가 추가될 정도로 인상 깊게 남았다. 이제는 영화의 그 장면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질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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