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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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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로 이 사랑 모형을 버리지 않았다. / p.138
올해 초에 시가 담긴 한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만 담긴 책은 아니었으며, 소설과 시가 세트로 묶여 있었던 책이었다. 사실 시라는 분야 자체와 담을 쌓았던 사람 중 하나여서 감명 깊게 읽으면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으로 답이 정해진 수능형 문학을 배웠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읽었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책을 계기로 올해에는 시를 도전하기로 했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시집을 비정기적으로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심을 조금씩 가지다 보니 많이 언급이 되는 시인을 찾을 수 있었다. 용기를 내 몇 권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다짐과 다르게 결국은 책장에 꽂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시는 그때 읽은 책이 유일했고, 이후부터는 노력은 했지만 결국 그것마저도 포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슬픈 이야기이다.
이 책은 조대한 평론가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시에 대한 인터뷰와 리뷰가 실린 책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민음사 TV에서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대화가 필요해 라는 코너이다. 김화진 편집자님과 조대한 평론가님의 티키타카가 참 재미있다. 어렵게 느껴지는 시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자 조대한 평론가님을 글로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시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시작된 시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에서도 호응을 얻었고, 인터뷰를 보니 시인분들 사이에서도 회자가 되는 프로젝트인 듯하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작되어 다섯 분의 시인 인터뷰와 열 편의 시 리뷰가 실려 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시를 해석하는 방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어서 이해가 쉬웠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시를 해석하는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극히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독자에게 시를 보고 와닿는다는 의미 자체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시에서 나오는 단어나 비유법을 보면서 이를 확장시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배경이나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에 반해 시는 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화자의 감정에 이입하는 것도 꽤 어려웠다. 차라리 수능 시험에서 시를 해석해 주는 것을 보고 읽는다면 그게 더 공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탄하기도 했었다. '시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에 이렇게까지 깊고 넓게 해석을 한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더욱 위축히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인터뷰에서 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내용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내용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정재율 시인님의 시에서 등장하는 '사탕 봉지'라는 단어를 가지고 조대한 평론가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의견 충돌, 두 분의 해석을 듣고 시인님들의 반응 역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면서 놀라시는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같은 시를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시 해석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한여진 시인님의 'Beauty and Terror'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시에 대한 리뷰도 인상적이었지만 인터뷰의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한여진 시인님께서는 건축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시는 분으로 남자들이 많은 현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셨다고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사회적인 맥락에서 여러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무기계약직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남자가 주류인 현장에서 여성 직업인으로서 사는 이야기들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도토리묵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은 마음에 남았다.
그동안 주어진 시의 해석만 읽었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동안 배웠던 딱딱한 해석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인터뷰하신 두 분의 평론가님께서 나름 최신의 언어로 표현을 해 주신 덕분에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올해는 이렇게 지나가게 되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시를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시와 함께 보낼 내년을 그리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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