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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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재미있다. / p.31

이 책은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그동안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연작으로 이렇게 이어서 나온 경우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전작으로 김혜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우물이라는 작품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런>이라는 소설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지우는 술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귀가하던 중 좀비를 만난다.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멈추었고, 좀비는 오해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우를 안심시킨다. 좀비 소동이 일어난 이후 지우의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친구는 지우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와서 자신이 끼우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는 말렸지만 지우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이어폰을 찾는다.

짧은 분량의 소설인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묘하게 느껴졌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분실해 인터넷 중고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단판 가위바위보로 몰아서 주는 게임도 있다고 들었는데 잃어버린 상황에서 비용을 생각하는 지우의 태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길거리에서 좀비를 만나는 게 상식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상상하니 섬뜩했다. 소설에서는 친구와의 벽이라든지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치나 지우의 감정이 표현되기는 했지만 블루투스 분실과 좀비를 만난 일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그분이 오신다>이다. 주인공은 유튜버로 결혼 정보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상대를 찾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이 보장된 탑 시크릿 회원으로서 가입해 소개를 받기로 한 주인공인데 외모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렸을 때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운 여자 짝꿍을 때렸으며, 이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여자 짝꿍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을 이를 이용해 여자 짝꿍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고, 유명 유튜버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주인공이 운전하던 중 보이던 이상한 모습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책의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이었다. 다른 단편집에 비하면 조금은 적은 페이지 수일 수 있겠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겼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버 폭력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전에 실린 작품에 대해 더욱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은 부분도 있었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튜버로서 했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들의 학교 폭력 가해나 범법 행위로 이슈가 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의미로 끝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내용 한정이어야 했지만 주인공은 그밖에도 연예인의 가십을 아무렇지 않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나름 사실에 근거한다고 다양한 기사를 더블 체크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애먼 사람들이 주인공의 영상 하나에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적으로 그렇게 억울한 경우를 기사나 SNS를 통해 많이 접했기에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의 의미를 잘 느끼지 못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크게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전개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작에서 인상 깊에 보았던 인물이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정적인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이기는 했다. 전작의 우물과 관련된 내용이 연결되었다는 점 하나는 기대했던 바이기에 반가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읽는 순서를 알려 주었던 부분이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 전작을 읽었더라면 재미가 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천한 방법대로 다시 재독을 할까 생각 중이다. 기억하는 최초의 연작 소설 형태가 나름 찾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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