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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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머니 제발 적당히 하세요. / p.60

고부 관계는 늘 평행선을 달릴까. 아직 미혼이다 보니 시어머니를 둔 적이 없는 나로서는 참 궁금증이 생긴다. 기혼한 친구들이나 동생, 엄마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고부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일하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볼 때마다 겉으로는 가족이지만 속으로는 남인 관계처럼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피 하나 안 섞인 남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가키야 미우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결혼하지도 않았고, 시어머니는 없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크게 관심이 갈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공감이 될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별과 죽음에 대한 따뜻한 위로라는 말에 시선이 닿았다. 시어머니는 없지만 어머니는 있으니 그 지점에서는 나름 공감이 되지 않을까. 언젠가 이별과 죽음을 경험해야 하는 자녀이기에 호기심이 들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토코라는 이름의 오십 대 여성이다.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남편과 자녀를 둔 일반적인 가정의 기혼자이기도 하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두 달 정도의 시간동안 청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모토코의 심리 묘사 위주로 흘러간다.

읽는 내내 모토코 입장에서 흐름을 따라갔던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는 모토코가 크게 공감이 되었고,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정 부분은 시어머니와 같은 면도 있었다. 특히, 시어머니는 집에 이것저것 물건들을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는 책이 가득 모아진 책장을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되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이런 부분을 원망했었는데 괜스레 필요도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시어머니와 어머니의 비교에 대한 내용이다. 모토코는 청소하는 내내 시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와 비교한다. 죽을 사람은 산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누구보다 마음에 새기면서 자신을 청소의 길로 이끈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죽을 때가 되어 주변을 정리했던 자신의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는 왜 그러냐는 것이다. 어머니를 대단하게 느끼는 것도, 존경스러운 마음을 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거나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신격화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나중에 시누이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는 이야기에서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어머니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고, 모토코가 조금 답답하게 보였다.

두 번째는 모토코의 두 가지 면모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토코에게 보였던 감정 중 하나가 양면성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모토코뿐만 아니라 나중에 시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깨달음에서도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부분에서도 등장하는데 가장 크게 관통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 옆집에 사는 사나에라는 인물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주는 호의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또한, 물건을 모아두는 시어머니를 원망하면서 집을 처분하겠다는 동생 내외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사람이라는 게 늘 양면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모토코와 이야기를 통해 인식시켜 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과거의 모습이 없었는지 반성함과 동시에 경계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시어머니의 따뜻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참 위로가 되었던 이야기이지 않았나 싶다. 모토코와 시어머니의 추억을 가족과의 추억으로 대신해서 공감과 여운을 느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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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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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의외로 나쁘지 않아. / p. 322

대한민국 땅덩어리가 참 좁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연으로 맞닿아 있는 경우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이었거나 동향 출신이었던 적이 꽤 많았다. 특히, 지방에서 태어나 타지로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기에 유독 이렇게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직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알고 보니 초등학교 후배인 경험도 있었다. 직접 얼굴을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참 나도 모르는 반가움이 앞선다.

이렇게 인연으로 묶인 사람들을 만나면 반가움이 들지만 부정함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은 또 달라진다. 그럴 때는 인연인이라는 게 원망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동향이니, 동문이니, 친척이니 여러 인연의 끈을 빌미로 제안을 해 오는 경우가 그렇다. 원래 스스로의 힘을 뭔가 해내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손길을 이유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그만큼 자존심이 상한다. 특히, 취업과 승진에서 능력이 아닌 라인을 잘 타서 올라간다면 잘해서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연이 닿아야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허탈감이 지배할 것 같다. 그래서 누구보다 연으로 묶이는 일들에 조금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오승호의 장편 소설이다. 줄거리를 보자마자 마을에서 부정한 일이 있었지만 경찰서와 관공서 등 공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집단들이 똘똘 뭉쳐 이를 숨겼다는 내용의 뉴스 기사가 몇 개 떠올랐다. 이러한 일들이 한두 건이 아닌 생각보다 종종 벌어지는 일로 느껴지는데 그런 면에서 현실감을 느꼈던 것 같다. 뉴스 기사를 볼 때에도 많이 어이가 없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소설로 표현되는 게 궁금했다. 특히, 뉴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추리나 스릴러의 긴장감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요지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요지는 서른 살의 인물로 야구를 하다가 이를 포기하고 경찰이 되었다. 야구 선수로서 반짝 두각을 드러내다 트라우마가 생길 실수로 고향을 떠났는데 이후 십 년 정도의 세월이 지난 이후 고향에 있는 파출소로 배치를 받았다. 그가 그곳에 자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사라진 동기 니가하라를 찾기 위함이었다. 인상 좋은 파출소장과 비열한 웃음을 지닌 아키미스, 농땡이가 취미인 고스게, 그밖에도 파출소를 집처럼 드나들면서 남편과의 불화를 호소하는 세쓰코 할머니, 술에 만취해 폭력을 저지르는 모리 할아버지 등 조금은 의심스러우나 살인 사건조차 발생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동기의 실종과 이후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초반에는 대한민국의 한 동네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든 있을 법한 인물들이었다. 사람 좋게 잘 챙겨 주시는 파출소장님, 조금은 의심이 드는 동료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마을이 그렇다. 파출소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듯했다. 뭐든지 나서게 되는 게 또 시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풍경일 테니 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 단위의 작은 동네에서 일을 했었기에 그런 기억도 새록새록 나기도 했었다.

점점 사건들이 벌어지면서부터 긴장감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살인 사건은 두 번 등장하는데 범인은 도저히 누군지 읽혀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지의 시선으로 쓰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도 가장 먼저 관심이 갔던 요주의 인물은 아키미스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서 형사에게 옮겨가기도 했었다. 도저히 머리로는 동네에서 꽤 유명 인사였던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을 찾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그만큼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범인을 찾는 것과 별개로 동네의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동네에 있을 수 있는 이해 관계와 세력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요지는 재개발과 관련해 양쪽으로부터 압박과 청탁이 들어온다. 차라리 정답이 명확하게 그려지는 부분이었다면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닐 텐데 그것 또한 아니다 보니 고뇌하는 모습이 참 공감이 갔다. 그밖에도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을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와중에 답답함을 느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요지의 심리 상태였다. 사실 요지는 자신에게 흑역사 그 이상의 실수를 했던 과거 때문에 고향을 등한시했다. 심지어 그러한 이유로 형과 관계가 안 좋기도 했다. 가족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정도라면 얼마나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런 요지가 다시 동네로 오게 되었던 이유가 단순하게 자신의 동기를 찾기 위한 것이었을까. 내내 의문이 남았다. 물론, 결말에 이르러 답을 찾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동네가 아닌 스스로를 미워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요지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마을의 폐쇄성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소설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 보여졌다. 소설의 현실성과 흥미가 크게 와닿았고,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추리의 재미와 동시에 묵직한 건더기가 남았던 이야기를 보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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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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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보다 내가 싫다. / p.136

보통 감동과 여운, 현실 세계와 맞물려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많이 얻는 편인데 추리 소설은 개인적으로 약간 결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처음에는 사회파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도, 읽을 때마다 여운과 감동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마 처음부터 생긴 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장르마다 읽는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런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즈음은 그래도 온전히 추리에 몰입해 읽으려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현실 세계를 반영한 추리 스릴러 소설을 조금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약간 기묘한 이야기라고 해도 그 안에서 나름 재미를 느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추리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겠지만 건더기보다는 읽는 순간 자체의 재미도 나름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 소설집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책 표지 중 하나가 백광이었다. 결말에 놀라지 않았다면 환불해 주겠다는 출판사의 이벤트와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들의 후기 등 사실 그때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계속적으로 듣다 보니 궁금해졌다. 백광도 소장하고 있지만 단편집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번 신작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총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자신을 죽인 아내가 다른 곳에서 같은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 바람을 피우고 있는 아내를 살인 사건의 범죄자를 추리하는 이야기까지 조금은 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소재이지만 하나같이 어두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집중하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아홉 편의 소설 중 <이중생활>과 <열린 어둠>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인상적이었다. <이중생활>은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마키코라는 인물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슈헤이와 밀회를 하고 있다. 주변의 만류와 거액의 돈을 제시해 헤어지자고 고하는 슈헤이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계속 붙잡는다. 그러면서 데쓰오라는 은행원과 연애를 하고 있다. 슈헤이의 아내인 시즈코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게 되었고, 마키코를 복수하고자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데쓰오와 잠자리를 가진다. 데쓰오는 누구보다 마키코에게 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마키코가 시즈코와 데쓰오의 관계를 알게 되자 슈헤이 부부를 죽이겠다는 복수 계획을 세워 데쓰오와 실천한다. 

처음에는 인물 관계가 참 복잡하다고 느껴졌다. 가장 어려워 했던 고전 소설 중 하나가 떠오를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결말을 보자마자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물 관계 이해에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더욱 와닿았다. 더불어, 복수 자체가 참 다른 의미로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미키코라는 인물이 가장 공감이 되었으며, 그녀가 하는 복수의 이유 자체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키코처럼 복수를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신중하게 생각할 것 같다.

표제작인 <열린 어둠>은 두 사람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폭주족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마사는 마더라고 불릴 정도로 학생들과의 신뢰가 두터운 교사이다. 폭주족 중 한 명인 노리코가 갑자기 급한 목소리로 마더 선생님을 호출했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폭주족 아이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그곳에는 폭주족의 리더인 다카기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외부의 침입 흔적이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폭주족 내부에 살인을 저지른 학생이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추리를 한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벌어진 또 다른 교사의 살인 사건과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전체적으로 제목에 맞는 어둠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용 중 가장 밝은 분위기였던 소설이었다. 물론,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 특성상 밝게 진행이 된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마더인 마사 선생님과 폭주족 아이들의 사이에서의 모습들이 너무나 좋았다. 누군가는 폭주족 아이들을 문제아 취급하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겠지만 마사는 아이들 자체를 인정해 주는 듯했다. 경찰은 믿지 못해도 마사를 믿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제목에서의 어둠이라는 표현은 살인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특징에 대한 의미라는 사실이라는 점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읽으면서 추리 스릴러 소설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결말 역시도 납득이 가능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었기에 크게 의문이 든다거나 붕 뜨지 않아서 좋았다. 이번 작품 역시도 렌조 미키히코의 장편 소설 백광 출간 때와 마찬가지로 "출간 기념 반전에 놀라지 않거나 재미없으면 100% 환불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길래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어떻게 보면 큰 리스크가 있는 이벤트를 하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추리 스릴러 소설의 초보 단계인 독자 입장에서 충분히 재미있었던 소설이었다. 단편집을 읽고 나니 렌조 미키히코의 다른 장편 소설인 백광 역시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읽는 순간의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해 주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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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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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도 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 p.7

주변 사람들은 원래 휴대 전화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성향이어서 크게 들을 일이 없지만 라디오나 매체로 요즈음 디지털 디톡스라는 신조어를 자주 듣게 된다. 휴대 전화 중독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경각심에 SNS 알림을 끈다거나 휴대 전화를 최대한 멀리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듣다 보니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인들과 연락하는 카카오톡을 제외한 다른 SNS는 거의 하지 않다가 책 리뷰를 시작하면서부터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기록 용도로만 사용할 생각이어서 크게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점점 책을 읽는 시간보다 인스타그램 다른 리뷰나 팔로워들의 피드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 요즈음 휴대 전화 중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엘러리 로이드의 장편 소설이다. SNS와 관련된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물론, 시대를 반영해 요즈음 이슈나 사회적으로 대두가 될 소재를 가지고 나오는 소설이 많기는 하지만 SNS를 소재로 다룬 소설은 많이 읽지 못했다. 물론, 많이 나왔겠지만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덜 읽었을 것이다. 소설에서 보는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는 게 개인적으로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 인상 깊었기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댄과 에미 부부이다. 에미는 과거 직장 생활을 하다 댄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이후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주부가 아닌 마마베어 라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인플루언서로 1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팬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공감하고 조언해 주는 심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노력하는 진실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를 무엇보다 잘 꾸며낼 줄 아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안한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댄과 첫째 자녀인 코코가 쇼핑을 가던 중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외부인으로부터 침입을 받는다. 댄은 이러한 상황에서 도를 넘는 에미의 행동과 일에 조금씩 불안감을 느낀다. 소설의 내용은 에미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삶과 그로부터 벌어지는 하나의 일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인플루언서의 삶이다. 처음부터 에미는 무엇보다 진실된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사생활이 보인다고 해서 억지로 꾸미거나 이를 정리하는 등의 행동이 아닌 있는 그대로 아이들과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벌어지는 난장판 거실이라든지 끼니를 먹이는 전쟁같은 상황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 또한 꾸며진 허울에 불과했다. 억지로 어지럽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든 양육자, 또는 그런 힘든 와중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엄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댄도 그 부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는데 보는 나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돈이 좌우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두 번째는 양육자로서의 삶이다. 에미는 엄마라는 위치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인플루언서인데 그것보다 그녀를 따르는 엄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녀 양육에 대한 소소한 고민들을 에미에게 털어놓으며 해소하는 엄마 팬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양육의 현실이 가장 잘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들이 에미를 친구이자 신으로 추앙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는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대충 공감해 주는 척하는데 이러한 허울뿐인 말들이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작은 위로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아무래도 에미의 이미지가 있기에 자신을 믿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서 양육이라는 큰 짐을 지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참 와닿았다.

어느 누가 읽어도 공감이 된다거나 현실성 있게 느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 가족의 양육 돌봄, SNS 인플루언서 등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거나 익히 들었을 내용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조금 약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러나 세상을 관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 이슈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무거움을 주었던 소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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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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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먹으면 어떻게든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 p.23

가족이 함께 떠난 첫 해외 여행지는 일본의 오키나와였다. 당시 부모님과 나, 세 살의 첫째 조카, 육 개월 정도의 둘째 조카, 동생, 제부까지 어른 다섯 명에 아이 두 명이 함께 떠난 첫 해외 여행이었다. 동생은 어렸을 때 친구와 해외 여행을 떠난 경험이 있었고, 당시 나는 친구들과 거의 매년마다 비행기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은 거의 내 손으로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쉬움이 가득 남은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데리고 다닌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정보 자체가 조금 부족했었고, 부모님의 취향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 오키나와의 유명한 곳을 최대한 담아서 계획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에 한 곳 정도 보는 선에서 끝나게 되었다. 동생 내외는 만족했지만 부모님과 나는 내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그 따뜻함과 바다 풍경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인상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우메마 요코의 에세이이다. 오키나와의 이야기라는 점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쉬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여행지였으며, 기회가 된다면 혼자라도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지이기에 가장 궁금했다. 경험했던 오키나와의 풍경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다.

읽다 보니 생각과는 다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어린 딸을 키우고 있으며,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약자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들이 실렸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일본의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라는 지역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호스트바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단식투쟁을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자는 과거 여자 친구를 원조교제 알선을 했던 남자 친구였는데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오키나와를 떠나 도쿄로 갔다고 한다. 그 남자를 취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남자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말하면서부터 피해자가 또 누군가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성매매 현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부터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터라 과거의 학대 피해자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된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안타까움을 들지만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후자는 현민 투표로 정할 예정이었던 어떠한 사안을 엎어버리면서 남자가 단식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할 정부라는 곳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이를 뒤집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익이 아닌 모두를 위해 생명을 걸고 단식 투쟁을 벌이는 남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딸은 남자를 걱정하면서 먹을 것을 건넸지만 남자와 저자의 설명으로 돈을 주었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딸이 납득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서 거절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결국 의사의 권고에 따라 105시간만에 단식 투쟁을 중단했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나아갈 것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처음에는 오키나와의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로 생각했었는데 읽다 보니 오키나와의 환상이나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사회적인 이슈나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진중한 에세이처럼 읽혀졌다. 사회적 약자나 차별을 받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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