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아, 어머니 제발 적당히 하세요. / p.60

고부 관계는 늘 평행선을 달릴까. 아직 미혼이다 보니 시어머니를 둔 적이 없는 나로서는 참 궁금증이 생긴다. 기혼한 친구들이나 동생, 엄마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고부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일하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볼 때마다 겉으로는 가족이지만 속으로는 남인 관계처럼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피 하나 안 섞인 남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가키야 미우의 장편 소설이다. 사실 결혼하지도 않았고, 시어머니는 없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크게 관심이 갈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공감이 될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별과 죽음에 대한 따뜻한 위로라는 말에 시선이 닿았다. 시어머니는 없지만 어머니는 있으니 그 지점에서는 나름 공감이 되지 않을까. 언젠가 이별과 죽음을 경험해야 하는 자녀이기에 호기심이 들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토코라는 이름의 오십 대 여성이다.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남편과 자녀를 둔 일반적인 가정의 기혼자이기도 하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두 달 정도의 시간동안 청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 자체는 크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모토코의 심리 묘사 위주로 흘러간다.

읽는 내내 모토코 입장에서 흐름을 따라갔던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는 모토코가 크게 공감이 되었고,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정 부분은 시어머니와 같은 면도 있었다. 특히, 시어머니는 집에 이것저것 물건들을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는 책이 가득 모아진 책장을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되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모토코는 시어머니의 이런 부분을 원망했었는데 괜스레 필요도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시어머니와 어머니의 비교에 대한 내용이다. 모토코는 청소하는 내내 시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와 비교한다. 죽을 사람은 산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누구보다 마음에 새기면서 자신을 청소의 길로 이끈 시어머니를 원망한다. 죽을 때가 되어 주변을 정리했던 자신의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는 왜 그러냐는 것이다. 어머니를 대단하게 느끼는 것도, 존경스러운 마음을 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거나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신격화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나중에 시누이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묻는 이야기에서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어머니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고, 모토코가 조금 답답하게 보였다.

두 번째는 모토코의 두 가지 면모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토코에게 보였던 감정 중 하나가 양면성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모토코뿐만 아니라 나중에 시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깨달음에서도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부분에서도 등장하는데 가장 크게 관통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 옆집에 사는 사나에라는 인물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주는 호의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또한, 물건을 모아두는 시어머니를 원망하면서 집을 처분하겠다는 동생 내외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낀다. 사람이라는 게 늘 양면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모토코와 이야기를 통해 인식시켜 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과거의 모습이 없었는지 반성함과 동시에 경계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시어머니의 따뜻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참 위로가 되었던 이야기이지 않았나 싶다. 모토코와 시어머니의 추억을 가족과의 추억으로 대신해서 공감과 여운을 느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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