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그게 아니라면 그 숲에서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온 것 같아서. / p.67
보통 안 좋은 선택은 안 좋은 결과로, 좋은 선택은 좋은 결과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과를 예상했던 선택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안 좋은 결과를 바라고 했던 선택은 아니겠지만, 비관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했던 어떤 말과 행동이 오히려 좋은 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대하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인데 이런 순간들마다 어쩌면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선택의 결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얼핏 들은 기억이 있을 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소설에 등장한 화자였다. 조금 더 자세하게 줄거리를 요약하겠지만, 발달장애 아동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에 관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직업과 관련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다섯 살 아이 마히토다. 마히토는 가미모리라는 이름의 숲에서 실종되었다가 일주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마히토는 '곰 아저씨'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고 말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가 하면, 식성과 행동까지 달라졌다. 소설은 보육을 업으로 삼는 삼촌 도야가 마히토의 일주일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다소 어려운 지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술술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는데, 마히토의 흔적을 밟아가는 과정이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편이어서 이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몰입감을 가진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마히토를 만난 어른들의 사연 흥미로웠다. 마히토는 숲에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난다. 몸담고 있는 조직원들에게 쫓기는 야쿠자, 원시인처럼 캠핑하는 콘셉트의 영상을 만드는 인기 유튜버, 자살을 시도하려는 중학교 교사, 죽인 남자 친구를 묻기 위해 찾아온 여성에 이르기까지 각자 가미모리로 들어온 과정과 이들이 한 행동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범주에 어긋나 보였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묘하게 공감이 들어서 인상적이었다.
꿈보다 해몽. 이 속담을 비틀어 작품에 적용하면,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히토가 만난 어른들은 저마다 가진 불순한 이유로 숲에 들어왔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마히토를 지켰고, 그것이 곧 기적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이들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모순의 끝맛은 꽤 씁쓸하고,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을 다시 곱씹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