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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윌 바크먼을 죽이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 p.18
많은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것은 사회성과 인성의 큰 덕목이다.내향형보다 외향형이 더욱 선호되는 것도 그 영향이 크지 않을까. 그럼에도 인간과 거리를 좁히는 일은 신중하게 된다. 의심하게 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 가볍게 여겼을 말과 행동을 검열하게 된다.
사이코패스인 이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베리 쿠리안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줄거리를 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매체를 통해 사이코패스를 늘 무서운 존재로만 학습해온 나에게,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이라는 제목은 어딘가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어서 고민했지만, 영미소설에서 꽤 만족감을 주었던 번역가님이 옮긴 작품이어서 믿고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클로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한 대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에 자신을 강간했던 윌을 죽이기 위해 입학하게 된 것이다. 대학교의 사이코패스 연구실에 잠입하게 되어, 윌에게 복수할 수 있는 시기를 엿본다. 연구자로 참여하다가 같은 신분의 참여자 두 명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클로이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과연 윌을 죽일 수 있을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등장인물과 사건이 단순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거기에 시점도 클로이 위주로 진행되어서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쉬운 편이다. 읽는 내내 한 편의 심리 범죄극을 활자로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몰입감을 주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장르 소설 중 스릴러 분위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가볍게 읽기에는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를 가르는 기준이 인상적이었다. 중심 서사를 이끌고 있는 클로이뿐만 아니라등장인물 대부분이 사이코패스로 진단을 받았거나 의심받는 인물들이었다. 클로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찰스는 사이코패스이고, 앤드리는 문제적 행동을 보였지만, 사이코패스 진단 자체는 거짓이었다. 읽는 내내 명확하게 이를 가르는 지점이 궁금해졌다. 그 구분에서 온전히 벗어난 이가 있을까.
인터넷에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거르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영상과 글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의 곁에 늘 맴돌고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 가장 현실감이 있었던 이야기다. 이들은 생각보다 사회성이 있었고, 공격적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지냈다. 현재의 우리들에게 정상과 비정상을 되묻는다. 과연 우리는 그 기준에서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