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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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국 버림받은 쪽이 지는 법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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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듯 아이돌의 팬으로 살았던 학창시절에는 비슷한 문화가 있었다. 얼굴 한번 보지 않았던 모니터 너머의 팬들을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와 오빠 등 가족을 부르듯 친해진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성의 팬이라고 해서 아버지와 오빠 역할을 맡지도, 여성의 팬이라고 해서 어머니와 언니의 역할만 맡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역할로서 나누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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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적어도 나에게 미미여사로 불리는 이 작가는 나름 친숙한 편에 속한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 장르의 이야기는 종종 읽고 있고, 현대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작품들도 꽤 자주 접하는 편이다. 물론, 찾아서 읽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편에 가까운 듯하다. 이번에 예전에 집필한 소설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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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도코로다 료스케 라는 이름의 남자가 살해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료스케는 아내와 딸이 있음에도 같은 회사 동료와 바람이 나는 등 가정에는 충실하지 못한 인물인 듯하다. 그를 살해한 범인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그가 인터넷상에서 아내, 아들, 딸이라 부르는 이들을 따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의 본명조차도 모르는 관계인 것이다. 대체 이들은 료스케와 무슨 관계이며,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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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료스케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딸이라고 부르는 이와 실제 딸의 이름 역시도 같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페이지를 넘긴다면 아예 흐름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면서 읽어야 했다. 사회적인 이슈를 관통하는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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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족의 본질에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분명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없이 료스케가 이루었던 가정은 와해된 느낌을 받았다. 정서적으로는 가상의 가족이 더 끈끈할지 모르겠으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가면을 쓴 가족이 얼마나 큰 교류를 할 수 있을까. 반면, 현실의 가족은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인 만큼 서로를 참아낼지언정 남보다 못하는 사이처럼 보였다. 료스케를 둘러싼 관계에서 생각 이상으로 가족이 더 크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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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애정이 기반한 관계라면 더없이 좋은 가족이 될 것이다. 모두가 바라는 가족의 형태이자 정상으로서 굴러가는 가족의 그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많은 가족들은 그들이 만들고 그리는 것처럼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구실하고 있을까. 책장 너머 그들의 세계에 갇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상상했던 가족이 곧 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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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하라다 마하 지음, 강영혜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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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보이는 타히티 소녀. 미래에서 사에를 기다리고 있는 그림 한 점.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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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허구의 소설은 가상의 세계를 접하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는 알지 못하는 채로 시작하게 될 때가 많다. 이게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작가의 세계에서 상상되어 구현된 일인지 혼란스러움이 묘하다. 살아가면서 혼란은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소설 안의 세계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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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이 책은 하라다 마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미술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는 나름 친숙한 편이다. 스스로 귀를 잘랐던 일화나 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그의 작품들을 기억하고 있다. 고흐라는 역사적 인물보다 사실에 기반한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거기에 출판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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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예술품 경매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에다. 미술사를 전공해 미술 작품들을 주로 보는 사에에게 사라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이 찾아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라는 조심스럽게 가지고 있던 리볼버 총을 하나 꺼낸다. 사라의 말에 따르면, 그 총은 고흐가 자신을 쏘았던 바로 그 총이었다. 사에와 회사 직원들은 사라가 가지고 온 리볼버가 진품인지 감정하는 동시에 고흐의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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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미술에 전혀 지식이 없다는 점이 걱정되었다. 고흐가 친숙하기는 해도 남들이 아는 상식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미술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쉽게 읽혀서 오히려 머쓱했다. 역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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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리볼버의 진위를 파헤치는 동안 고흐의 삶이 드러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사에와 동료들은 사라가 꺼낸 리볼버가 과연 그게 그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에 놓인 총이 맞는 것인지 의심했다. 물론, 고가의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진실을 증명하는 것은 필요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총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고흐의 생애를 단서로 삼아 이를 증명해 나가는 부분이 신기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덕분에 몰랐던 고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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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역사를 따라간다는 것은 언제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인생을 마치 새로운 풍경을 보듯 거닐게 되는 여정이나 다름이 없다. 사에는 업무를 위해 고흐의 과거에 들어가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눈으로 본 고흐의 여정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고흐의 예술을 향한 열정,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느꼈을 고통까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저 화가로만 알던 고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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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는 왼쪽에 - 『자본』의 세계사와 마르크스 없는 한국사회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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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세우고 지켜온 상식을 비웃는 '선을 넘는 일'들이 폭로되며, 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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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주장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상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렇다. 사회나 세계사 시간에 살짝 배우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지금의 한국 사회와는 조금 다른 사상이었고,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서 점차 그 느낌마저도 흐릿해졌다. 마르크스주의가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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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대한민국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강신준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다. 사실 사회 분야의 도서를 종종 읽기는 하지만, 현재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주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렇게 사회학 이론이나 역사를 다룬 책들은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 피하는 편인데,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내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주제일 것 같았다.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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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것과 같이,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의 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흔든 세계의 갈등과윤석열 전 대통령이 촉발한 한국의 갈등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의 밑바탕에는 타인을 향한 혐오와 분노가 있다는 것이다. 갈등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이론을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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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왔다. 교과서에서 배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고, 그것을 현대에 적용시키는 것 또한 시간이 걸렸다. 사회학 분야의 책들을 자주 접했더라면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문체가 비교적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는 편이어서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눈에 들어온 다음부터는 속도가 생겼다. 사회학 입문서를 찾는 독자보다는, 마르크스주의를 현재의 갈등과 연결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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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련의 공동소유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책에 따르면 공동소유는 사적소유의 반대로, 사회의 주요 기반 시설과 개인의 자본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구조를 뜻한다. 책에서는 미국의 민간 보험을 비판한 영화 <식코>를 예로 들어, 공동소유의 장점을 소개했다. 전공을 들으면서 자주 언급이 되었던 영화가 등장해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공공의료의 연장선으로 공동소유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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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마르크스주의를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의 반대라고 볼 수 있는 자본주의사회의 국가인 대한민국이라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거부감이 들 법한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노동자가 마치 부품처럼 굴러가는 사회, 남녀노소 온갖 갈등과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서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해답을 주었다. 그것이 정답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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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지음 / 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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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과 죽음의 거리감이 사라지며 뒤섞이기 시작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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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집이라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나름의 속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이 그렇듯 가정 역시도 멀리에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집 역시도 가족관계의 큰 특이사항이 있었다.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했던 것처럼 동생과 나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쌍둥이처럼 자라온 관계다. 처음 들으면 모든 사람이 의문을 가진다. 나 역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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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가족관계의 특이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마민지 작가님의 에세이다. 우선, 가족의 특이사항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저자의 애도와 슬픔이라는 주제에 더욱 관심이 갔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이제 만으로 2년이 넘은 나에게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신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휴지를 손에 쥐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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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코로나에 감염된 어머니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때는 위드 코로나 시기였지만,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마침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 작가님께서는 119에 신고했고,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금방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어머니께서는 폐에 물이 차다가 결국 패혈증으로 가족들의 곁을 떠나셨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게 된 메모와 그에 대한 가족의 비밀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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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아마 자녀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듯하다. 나 역시도 읽는 내내 2년 전, 가족들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었고,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될 수 있는 일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일이 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독자에게 추천하는 에세이다. 생각보다 얕고 단순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무거운 축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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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작가님께서는 반년 정도의 간병인이자 보호자가 되었던 분이다. 어머니께서 내과계 중환자실에 들어가면서 보호자로 많은 서류에 서명을 하셨을 뿐만 아니라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만 하는 가장이 되셨고, 돌아가신 이후에는 장례 절차를 하나하나 챙겨야만 하는 상주가 되셨다. 사실 에세이에는 '책임'에 대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지만, 유일한 자녀로서 느꼈던 그 책임감의 무게가 독자인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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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능력이 없어 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아버지,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뛰었던 어머니, 어머니의 부재로 갑자기 가장이 되어버린 한 명의 딸. 이 가족은 어쩌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맴돈 의문 하나. 과연 정상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고정관념에서 멀어진 이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공감의 회오리가 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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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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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오늘 밤은 그냥 외면한 채로 기다리자.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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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살인은 추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 많기도 하다. 읽으면서 느꼈던 지점이 하나 있다. 출판사나 작가들이 가장 싫어할 유형 중 하나가 바로 나 같은 독자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갇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의심하거나 풀기보다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음, 그렇군.'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밀실이라는 공간보다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더욱 몰입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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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밀실이 등장하는 이 책은 미나미 아소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두 단어만 놓고 본다면 취향과 거리가 멀다. 마녀가 등장하는 작품에 관심이 없고, 밀실은 딱히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은 믿고 읽는 출판사 중 한 곳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보통 작가나 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택하지만, 이렇게 출판사에 대한 굳건한 신뢰로 고르기도 한다. 이게 바로 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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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영겁관으로 돌아온 히스클리프다. 장례식을 앞두고 반갑지 않은 손님 두 명이 방문했다. 그들은 사립 탐정 자이로와 어머니를 아는 지인이자 마녀인 릴리다. 불편한 감정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히스클리프의 동생 코디가 살해된 것이다. 코디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코디가 살해당한 곳은 그야말로 꽉 닫힌 밀실이다. 이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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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밀실이기는 하지만, 추리 초보도 쉽게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추리 장르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로맨스와 판타지의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르 소설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도 충분히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푹 빠져 읽다 보면 아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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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녀와 히스클리프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앞두고 처음 만났다. 마녀는 과거 어머니의 고향에서 함께 지낸 사이라고 했지만, 초반에 히스클리프는 이 지점을 의심했다. 그러다 코디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릴리가 가진 회귀 능력으로 다시금 계속 같은 날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고, 상처를 치유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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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수많은 타임슬립을 작품으로 간접 경험했지만, 이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약간의 변화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히스클리프도 마찬가지다. 여동생 코디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마녀의 제안에 응했지만, 매번 코디는 다른 방식으로 살해당했다. 절망 안에서 히스클리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음가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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