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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오늘 밤은 그냥 외면한 채로 기다리자. / p.193
밀실 살인은 추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 많기도 하다. 읽으면서 느꼈던 지점이 하나 있다. 출판사나 작가들이 가장 싫어할 유형 중 하나가 바로 나 같은 독자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갇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의심하거나 풀기보다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음, 그렇군.'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밀실이라는 공간보다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더욱 몰입하는 편이다.
마녀와 밀실이 등장하는 이 책은 미나미 아소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두 단어만 놓고 본다면 취향과 거리가 멀다. 마녀가 등장하는 작품에 관심이 없고, 밀실은 딱히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은 믿고 읽는 출판사 중 한 곳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보통 작가나 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택하지만, 이렇게 출판사에 대한 굳건한 신뢰로 고르기도 한다. 이게 바로 이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영겁관으로 돌아온 히스클리프다. 장례식을 앞두고 반갑지 않은 손님 두 명이 방문했다. 그들은 사립 탐정 자이로와 어머니를 아는 지인이자 마녀인 릴리다. 불편한 감정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히스클리프의 동생 코디가 살해된 것이다. 코디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코디가 살해당한 곳은 그야말로 꽉 닫힌 밀실이다. 이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밀실이기는 하지만, 추리 초보도 쉽게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추리 장르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로맨스와 판타지의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르 소설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도 충분히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푹 빠져 읽다 보면 아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녀와 히스클리프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앞두고 처음 만났다. 마녀는 과거 어머니의 고향에서 함께 지낸 사이라고 했지만, 초반에 히스클리프는 이 지점을 의심했다. 그러다 코디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릴리가 가진 회귀 능력으로 다시금 계속 같은 날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고, 상처를 치유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연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수많은 타임슬립을 작품으로 간접 경험했지만, 이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약간의 변화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히스클리프도 마찬가지다. 여동생 코디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마녀의 제안에 응했지만, 매번 코디는 다른 방식으로 살해당했다. 절망 안에서 히스클리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음가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