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의 삽목
마쓰시타 류노스케 지음, 마미영 옮김 / 반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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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에 두려워해야 할 건 없어. 단지 이해할 뿐이지.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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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를 꿈꾸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다. 국문학과 창작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생각에 단념하게 된다. 물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게 언제 현실로 이루어질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읽는 일에만큼은 자신 있는 독자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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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를 독학으로 직접 독학으로 공부해 완성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던 이 작품은 반타 출판사에서 발간된 마쓰시타 류노스케 작가의 장편소설 <1차원의 삽목>이다. 무엇보다 현직 엔지니어인 작가가 유전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완성한 작품이라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그것도 MBA 유학 학비를 마련하려고 썼다는 이야기가 같은 직장인으로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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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대학원에서 유전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하루카다. 어느 날, 히말라야 산중에서 발굴된 이백여 년 전의 백골 DNA 분석을 요청받는다. 그런데 그 백골에서 사라진 여동생의 DNA와 일치했다는 소견을 확인한다. 믿을 수 없는 결과뿐만 아니라 의뢰했던 교수마저 시체로 발견되는 등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주변의 만류에도 하루카는 사라진 여동생과 백골의 비밀을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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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추리와 SF, 판타지가 조합된 스토리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히말라야 빙하 호수에서 발견된 다양한 연대의 유골 발굴 사건에 모티브를 얻었다는 점이 현실감을 더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출간 1년 만에 일본에서 65만 부가 팔렸다는 명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왜 '새로운 천재 작가의 등장'이라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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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초반의 설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상식적으로 200여 년 전의 백골과 4년 전에 실종된 여동생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세 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육체가 다를 텐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작품을 선택한 지점도 바로 소재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선이라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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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직장인보다는 작가로 남고 싶은 사람으로서 응원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두 장씩 넘기기 시작하면서 점점 작품에 대한 몰입으로 바뀌어 갔다.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권력과 욕망부터 가족과의 사랑과 의리에 이르기까지 지금 사회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겼다. 도파민 넘치는 전개를 즐길 수 있지만, 권력과 욕망, 가족애 같은 익숙한 주제를 이렇게 낯선 소재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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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을 잇는 바다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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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짐작하건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마음속에 개와 늑대를 함께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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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 그것은 어디로부터 나올까. 꽤 오랜 시간 아이돌을 좋아했거나, 지금처럼 책에 미쳐서 살아가고 있지만 완벽하게 빠졌다고 하기에는 의문이 들었다. 나름의 철칙이 있기 때문에 현실과 구분을 지어서 좋아했다. SNS에서 덕후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열 가지 중 두세 가지 정도만 겨우 인정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치도록 파고드는 능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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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활자로 경험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이요하라 신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벌써 세 권째 작품을 만난다. 처음에 읽었던 <달까지 3킬로미터>의 표제작에서 주인공의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준 택시기사의 한마디가 내내 마음에 남았다. 이어서 읽은 <하늘을 건너는 교실>에서는 배제를 받았던 인물들이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신작도 비슷한 감정을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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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에는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빠졌다. 지금은 사라진 미시마 토양을 찾는 남자, 도망치듯 내려온 시골에서 늑대 울음소리를 들은 여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서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간, 거북이를 지키고 있는 아이, 하늘에서 운석 파편을 발견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만나면 괴짜 취급을 받을 법한 주인공들의 사연들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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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전작에서도 경험했던 부분이지만, 과학적 지식을 풀어 설명해 주는 듯한 문체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과학적 상상력이 부족할 정도로 과학 지식이 얕은 편인데, 충분히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하게 읽었다. 물론, 하드 SF 장르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SF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막막함을 느꼈던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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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늑대개 다이어리>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던 마을에 늑대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심지어 주인공은 주인집 강아지와 함께 늑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미 절멸된 늑대를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항상 피하기만 했던 주인공이 늑대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드는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아마 현대인들이라면 충분히 이 지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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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학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지질학과 생물학 등의 다양한 과학 분야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읽는 내내 잊고 있었던 역사, 그리고 앞으로는 잊지 말아야 할 자연과의 공존 등 우리가 흔히 접했던 사회학에 조금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이 두 학문은 동전과 같은 존재인 것일까. 아니면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일까. 인간으로서 과학과 사회학을 조금 더 가까이 두어야만 하는 이유를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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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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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에 관해 상상하는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기에.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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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직접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쓰더라도 천번쯤 고민해 겨우 작성한다. 나 역시도 오랜 시간을 책과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하게 된 것은 이미 책을 손에 쥔 지 이십 년이 훨씬 지난 이후였다. 나의 이야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허구의 세계인 소설은 또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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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글쓰기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김경욱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제목이었다. 도련님이 작가가 된 이유를 묻는 소설이라는 것에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마침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인 '문학동네'의 한국소설이다. 그러면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보통 새로 만나는 작품들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긴장감보다는 호기심과 설렘이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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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적인 소재도 있지만,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는 판타지 분위기의 소재도 있다. 전반적으로 소설 작가가 주인공이거나 작품을 집필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더라도 출판사에 근무하는 영업직 직원이 등장한다거나 국어 교사가 과거의 업이었던 인물 등 '글'이라는 테마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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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예스러운 편이다.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에서 읽었을 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90년대의 서울 사람 인터뷰를 활자로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죽은 단어들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이후에 속도가 붙었다. 곱씹게 되는 문체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문장의 맛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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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 사람만 데려갈 수 있다면>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혼자 살고 있는 남자 필호다. 벌레가 나온 족발을 버리러 가는 길에 운 없이 죽음을 당했다. 필호는 저승에 갈 때 한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필호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들이다. 나라면 누구를 택할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어, 이 소설은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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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남을녀.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를 일컫는 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에서도 드러나는 이 네 글자가 곧 단편소설집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단어다. 사실 작품들은 하나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인이다. 과연 소설이라는 게 무엇일까. 단순하게 허구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보통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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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하는 자들의 나라
황모과 지음 / &(앤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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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을까. 나빠지지만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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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를 가지 않으면, 아니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지 않으면 마치 인생을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그곳을 가면 앞으로의 삶이 꽃길만 펼쳐질 것이며,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면 고통받을 것처럼 겁을 주셨다.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던 나는 결국 집이 있는 지역 소재의 사립대학교를 나왔는데 결론적으로는 너무나 잘 살고 있다. 그렇게 불안했던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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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학교에서 예비 1번으로 탈락하는 꿈을 꾸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황모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한 역사 타입슬립 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사회적으로 조명되어야 하는 인물들을 다루었던 단편소설집 <스위트 솔티>, 자아의 중심에 대한 의문을 던졌던 장편소설 <노 바디 인 더 미러>에 이르기까지 읽었던 모든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남았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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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효린으로 명문대인 S대를 목표를 가진 학생이다. 수능 시험 전날, 불길한 꿈을 꾸었다. 그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불과 문제 하나 차이로 떨어졌고, 예비 35번을 받은 것이다. 이후 합격자 친구들이 죽는 일이 발생하고, 결국 한 사람을 앞두고 최종 불합격 처리를 받았다. 그런데 그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매일 예비 1번으로 번번이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효린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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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SF 장르의 특성상 세계관이 낯설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효린뿐만 아니라 같이 등장하는 엄마 역시도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설정 때문에 초반에는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 눈에 익고 난 이후부터는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세계관은 낯설었지만 스토리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어서,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거나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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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물들에게 느껴지는 인간의 이기심이 인상적이었다. 효린은 S대에 합격하는 친구들이 연이어 죽게 되었을 때에도 친구에 대한 애도보다는 예비가 줄어드는 것을 더욱 먼저 생각했다. 또한, 효린의 할아버지이자 유진의 아버지인 강 순경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선택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알량한 생각과 잔인한 행동이었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일말의 공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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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를 떠나 인간은 각자의 세계를 공전하는 중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새로운 일의 연속이지만, 멀리에서 보면 결국 쳇바퀴와 같은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치 매일 예비 1번의 실패를 경험하는 효린과 경제적인 어려움 안에서 효린을 양육했던 유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낯선 세계관 안에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공전을 멈추게 된 세계 안에서 효린과 유진은 행복했을까. 아직도 쳇바퀴를 돌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가. 묵직함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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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 숍앤센터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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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인간답나요?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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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물건을 잘 못 버리는 편이다. 그렇게 오래 남은 추억이 없음에도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추억이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대학생 때 입었던 티셔츠를 십 년 정도 잠옷으로 입다가 쓰레기봉투로 넣은 적도 있다. 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물성에 욕심이 없는 편이어서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다른 물건마저도 애착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집은 이미 쓰레기 매립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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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설재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읽었던 <그 변기의 역학>이라는 작품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용변을 보는 변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내용이었다. 시간이 흘러 줄거리는 흐릿하지만, 그때 받았던 임팩트만큼은 꽤 오랫동안 남는 중이다. 이번에는 어떤 기괴한 세계관을를 통해 울림을 주실지 기대가 되어, 신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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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처럼 생긴 반려동물 프랑인 노엘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프랑은 교통수단 웨일홀의 부작용으로 탈락한 신체 일부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머리는 칩이 심어져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로서 인기를 끌었지만, 버림을 받으면 셸리 센터에서 새로운 입양과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노엘은 동료 프랑 허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고위 군인 조해성의 집에 입양을 간다. 소설은 그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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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세계관이 허구 그 자체라는 점에서 초반에는 낯설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스토리의 흡입력이 워낙에 강한 편이어서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쉽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반면, 불쾌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묘사가 꽤 있는 편이어서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적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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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노엘이 관찰하는 인간들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노엘은 조해성의 집에서 의도를 알 수 없는 실험체가 되는데, 매번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노엘에게 조언을 건네는 인물에게 속으로 '인간다움'을 되묻는다거나, 인간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스스로 행복해하지도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가 공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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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꽤 오랜 시간을 지구의 주인처럼 살아왔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생물들을 물건처럼 대했고, 더 나아가 권력을 만들기도 했다. 과연 그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야기에 드러나는 인간들은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물체였다. 우리도 다를 것이 없다. 프랑의 모습에서 오래전에 잊은 물건과 반려동물, 더 나아가 어린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버림받은 수많은 형상들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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