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숍앤센터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인간답나요? / p.134

좀처럼 물건을 잘 못 버리는 편이다. 그렇게 오래 남은 추억이 없음에도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추억이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대학생 때 입었던 티셔츠를 십 년 정도 잠옷으로 입다가 쓰레기봉투로 넣은 적도 있다. 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까지 물성에 욕심이 없는 편이어서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다른 물건마저도 애착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집은 이미 쓰레기 매립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설재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읽었던 <그 변기의 역학>이라는 작품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다. 용변을 보는 변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내용이었다. 시간이 흘러 줄거리는 흐릿하지만, 그때 받았던 임팩트만큼은 꽤 오랫동안 남는 중이다. 이번에는 어떤 기괴한 세계관을를 통해 울림을 주실지 기대가 되어, 신간을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처럼 생긴 반려동물 프랑인 노엘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프랑은 교통수단 웨일홀의 부작용으로 탈락한 신체 일부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머리는 칩이 심어져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로서 인기를 끌었지만, 버림을 받으면 셸리 센터에서 새로운 입양과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노엘은 동료 프랑 허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고위 군인 조해성의 집에 입양을 간다. 소설은 그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세계관이 허구 그 자체라는 점에서 초반에는 낯설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스토리의 흡입력이 워낙에 강한 편이어서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쉽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반면, 불쾌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묘사가 꽤 있는 편이어서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적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노엘이 관찰하는 인간들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노엘은 조해성의 집에서 의도를 알 수 없는 실험체가 되는데, 매번 고통을 겪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노엘에게 조언을 건네는 인물에게 속으로 '인간다움'을 되묻는다거나, 인간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스스로 행복해하지도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가 공감되었다.

인간은 꽤 오랜 시간을 지구의 주인처럼 살아왔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생물들을 물건처럼 대했고, 더 나아가 권력을 만들기도 했다. 과연 그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야기에 드러나는 인간들은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물체였다. 우리도 다를 것이 없다. 프랑의 모습에서 오래전에 잊은 물건과 반려동물, 더 나아가 어린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버림받은 수많은 형상들이 겹쳐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