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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에 관해 상상하는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기에. / p.98
무언가 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직접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쓰더라도 천번쯤 고민해 겨우 작성한다. 나 역시도 오랜 시간을 책과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하게 된 것은 이미 책을 손에 쥔 지 이십 년이 훨씬 지난 이후였다. 나의 이야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허구의 세계인 소설은 또 얼마나 걸릴까.
작가와 글쓰기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김경욱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제목이었다. 도련님이 작가가 된 이유를 묻는 소설이라는 것에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마침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인 '문학동네'의 한국소설이다. 그러면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보통 새로 만나는 작품들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긴장감보다는 호기심과 설렘이 더욱 컸다.
이 소설집에는 총 여덟 작품이 수록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적인 소재도 있지만,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는 판타지 분위기의 소재도 있다. 전반적으로 소설 작가가 주인공이거나 작품을 집필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더라도 출판사에 근무하는 영업직 직원이 등장한다거나 국어 교사가 과거의 업이었던 인물 등 '글'이라는 테마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예스러운 편이다.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에서 읽었을 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90년대의 서울 사람 인터뷰를 활자로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죽은 단어들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이후에 속도가 붙었다. 곱씹게 되는 문체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문장의 맛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개인적으로 <한 사람만 데려갈 수 있다면>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혼자 살고 있는 남자 필호다. 벌레가 나온 족발을 버리러 가는 길에 운 없이 죽음을 당했다. 필호는 저승에 갈 때 한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필호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들이다. 나라면 누구를 택할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어, 이 소설은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갑남을녀.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를 일컫는 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에서도 드러나는 이 네 글자가 곧 단편소설집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단어다. 사실 작품들은 하나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인이다. 과연 소설이라는 게 무엇일까. 단순하게 허구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보통의 이야기다.